박장범 KBS 사장이 24일 네이버와 인공지능(AI) 관련 업무 제휴 협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업무 제휴의 내용과 범위 등에 따라 지상파는 물론 언론계에 작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23일 KBS 이사회에서 “내일(24일) KBS와 네이버가 AI 업무 제휴 협약을 맺게 된다”며 “국내 미디어 업계 1위인 KBS가 국내 빅테크 1위인 네이버와 ‘AI 함께 가자’는 포괄적인 MOU를 맺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추진해 온 KBS의 AI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박 사장은 이어 “새 정부도 AI 정책에 많은 투자와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며 “KBS는 정부의 AI 국책 사업에 적극 호응하면서 전사적으로 AI 콘텐츠와 서비스 혁신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올해 3월 공사 창립 52주년을 맞아 ‘AI 방송 원년’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사보에서 KBS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엔진 ‘버티고’와 로보틱스 카메라를 결합한 ‘KBSAI PTZ 시스템’이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선보였고, AI 앵커의 라디오뉴스가 같은 날 KBS 라디오 한민족방송전파를 탔다”며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는 AI를 활용해 재난 탐지와 방송 능력을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21일 KBS는 6명의 AI방송혁신자문위원들로 구성된 'AI방송혁신자문위원회'를 위촉해 AI 기반 콘텐츠 제작과 AI 사업 및 마케팅 자문, AI 연구 현황과 기술·윤리 정책 자문, AI 관련 법률 및 규제 자문 등을 맡도록 했다.
KBS와 네이버 간 구체적인 AI 업무협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고, 24일 협약 체결이 이뤄지면 보도자료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1월 KBS는 MBC, SBS와 함께 기사를 생성형 AI 학습이 무단 활용했다며 네이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어 이번 협약이 송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지상파 3사와의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 4월4일 네이버는 머니투데이·뉴스1·뉴시스·MTN 등을 보유한 지주사 브릴리언트 코리아와 ‘AI 기술-데이터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당시 양사는 “네이버는 AI 모델 학습, 서비스 고도화에 브릴리언트 코리아가 제공한 양질의 콘텐츠를 활용하고, 브릴리언트 코리아는 콘텐츠 취재 활동, 작성, 편집, 배포, 분석 등 각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선택해 사업 및 업무 효율성을 높일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기업이 개별 언론사와 AI 관련 협약을 맺고 이를 공표한 건 처음이었다. 당시 신문 업계에선 AI의 뉴스 이용 및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언론계 공동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개별 협상이 이뤄진 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한편 이날 KBS 이사회에선 박찬욱 KBS 감사가 계획을 밝힌 박장범 사장 대상 특별감사에 대해 이사회 보고가 지연되고 있다는 여권 측 소수 이사들의 문제제기가 나왔다. 앞서 박 감사는 해당 특별감사에 대한 보고를 위해 임시이사회 소집 요구를 했으나 서기석 이사장은 법적 검토가 더 필요하며 해당 보고 안건 상정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이사장은 “감사께서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보고하겠다고 임시 이사회 소집 요구를 한 데 대해 집행부(사측)에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운영위 이사들이 그 부분에 대해 법무실에 의견 요청을 했고 법무실에선 감사의 이사회 소집 요청의 경우 이사장이 소집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며 “법무실의 간단한 의견만 가지고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특별감사가 적법한 것이냐는 게 집중적으로 검토돼 왔기 때문에 안건 상정에 대해 다시 한 번 법무실에 의견을 받아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권 성향 류일형 이사는 “감사 규정상 특별감사에 대해 감사가 요청하면 이사회에 보고하는 게 강제 규정이라고 들었다. 감사가 이사회에 보고하겠다는데 안 받을 이유가 있나 싶다”며 “보고를 받아보고 이사들이 의견을 표명하면 되는데 왜 안 받겠다고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 성향 권순범 이사는 “이사회 운영규칙엔 감사는 감사 관련 이사장에게 임시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나와 있다. 머스트(must) 조항이 아닌 것”이라며 “현재 박찬욱 감사가 정지환 감사를 대행하고 있는데 법률적 지위가 완성됐느냐는 논란, 당사자가 감사인 사항을 특별감사하는 게 온당하느냐는 논란 등이 있어 이사장이 여러 가지 자문을 구하는 것이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1일 박 감사는 박장범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박 사장의 감사실 부서장 인사 요청 거부 문제와 함께 감사실 이중 보직자 문제 등을 두고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6월9일 서울고등법원이 ‘2인 체제’ 방통위가 의결한 정지환씨 KBS 감사 임명에 대해 효력정지 판결을 내리며 박 감사는 두 달여 만에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박 감사에 따르면 복귀 직후부터 감사실 인사 교체를 네 차례 요구했으나 박장범 사장은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라 정지환 감사의 직무 정지는 일시적인 것이고, 감사업무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현 부서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거부했다.
박 감사는 1일 사내게시판에 특별감사 착수 예고 관련 글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감사실 내부는 정지환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꼼수이자 법원 결정을 무시한 ‘알 박기 인사’이자 ‘감사 따로 간부 따로’로 감사실 기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명백한 직권 남용이고 위법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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