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3특검' 와중에 법조팀장 사실상 경질…공석 일주일째
'대체재 많다'더니 여태 후임인사도 못 해
KBS 법조팀 기자 일동, KBS 기자협회 성명
"사회부장이 법조팀장 공석 사태 악화 주범"
사상 유례없이 ‘3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체제가 동시에 진행되며 각 언론사 법조팀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시기이지만, 특검은 물론 법조 기사 전반을 총괄하는 KBS 법조팀장 자리는 일주일째 공석이다. KBS 보도국 책임자들이 후임 인사 없이 법조팀장을 사실상 경질했기 때문이다. 이번 법조팀장 공석 사태는 홍석우 사회부장이 주요 책임자로 꼽히고 있는데, 그는 법조반장에게도 ‘대체재는 언제든 있으니 후배들을 데리고 나가라’거나 ‘박장범 사장과 동향’임을 내세우는 발언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KBS 기자들의 요구가 나오고 있다.
11일 KBS는 A 당시 법조팀장을 국제부로 발령하는 인사를 냈다. 전날 저녁 A 기자가 사의 표명을 하고 난 후 20시간 만에 이뤄진 인사였다. A 기자가 사의 표명을 결심한 배경엔 홍 부장의 부적절한 언사가 있었다. 그간 취재·보도 결정 등에서 여러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홍 부장은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A 기자에게 ‘그렇게 할 거면 나가라’ 취지의 표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홍 부장은 A 기자와 갈등 이후 B 법조반장에게도 “‘대체재’는 언제든 있다” “후배들을 데리고 나가라”는 엄포성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KBS 법조팀 기자들은 이 같은 “갑작스런 인사”에 반발하며 14일 정인성 보도국장 등과 면담을 가졌지만 ‘부장과 팀장 간의 해묵은 갈등이 있었고, 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법조팀장 인사를 냈다’ 정도의 설명을 들었을 뿐이다. 법조반장까지 인사 조치가 예고되며 법조팀 기자들은 현재 사회부장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팀장 공석 사태가 일주일째 이어지자 18일 KBS 법조팀 기자 일동과 KBS기자협회가 각각 성명을 내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해당 인사 조치에 대해 “정신적 지주였던 팀장을 방출한” “난파선 인사”라고 지적했다.
법조팀 기자 15명은 이날 기명 성명을 내어 “남들은 ‘3대 특검’ 이슈로 법조팀 강화에 불을 켜고 있는데, KBS는 되레 갑작스런 인사로 정신적 지주였던 팀장을 방출했다. 안살림을 살뜰히 챙기던 반장도 모욕적 언사를 들은 채 사실상 쫓겨났다”며 “임진왜란 중 이순신 장군 등 충신들을 유배시킨 것과 다름없는 처사”라고 밝혔다. 이어 “데스크의 부재로 일선 평기자들은 카톡으로 서로의 기사를 돌려가며 데스킹을 봐주고 있다”고 토로하며 사측에 실질적 대책을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사태 악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는 사회부장”이라며 “모든 문제의 근본에는 현 경영진, 특히 ‘파우치’ 박장범 사장의 무책임한 인사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중 장수 유배시킨 것과 같은 처사”
홍석우 사회부장은 직전까지 박장범 사장 체제에서 비서실 팀장을 지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인 4월8일 사회부장에 임명됐다. KBS 기자협회는 “사회부장은 법조반장에게 으름장을 놓으면서 자기가 ‘대전’이라고 밝혔다. 회사 생활하면서 사장과 동향임을 언급한 건 무엇 때문인가. 스스로 ‘낙하산’임을 인정하는 건지 묻고 싶다”며 “보도 책임자들은 사회부장의 잘못을 알고도 바꾸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사회부장의 뒷배, 박 사장이 결자해지하라”라고 요구했다.
또 KBS 기자협회는 홍 부장의 ‘대체제’ 발언을 두고 “잠깐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 책임자로서 해선 안 될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며 “사회부장의 표현은 법조팀에서 힘들게 일해 온 기자들을 언제든 바꿔치기할 수 있는 부품 취급한 것이고, 그 상처는 온전히 법조팀 구성원들에게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박장범 사장 체제에서 석연치 않은 팀장 교체로 인해 사내 반발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5월12일 김철우 시사제작국장은 <계엄군: 항명과 복종> 편 편성 정보 유출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던 서재희 당시 시사기획 창 팀장에게 경질을 통보한 바 있다. 사측 간부와 의견을 달리하는 팀장들을 대상으로 경질성 인사 조치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형국이다.
KBS 기자협회는 이번 성명에서 “사태를 수습하려면 미봉책일지라도 신속히 팀장과 반장을 임명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누가 그 자리를 맡겠는가. 부장과 불화가 생기면, 보도 책임자들의 눈 밖에 나면 정기인사와 무관하게 하루아침에 내쳐지는 현실에서 누가 소신껏 일하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박 사장은 자신이 보도시사본부에 내린 ‘고향 후배’에게 책임을 물으라”며 “특검 기간 법조팀을 사회부에서 분리해 별도 TF로 운영하라. 해당 TF엔 취재 연속성과 데스킹 안정성이 담보되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데스크로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협회보는 법조팀장 인사 배경 및 후임 인사 계획 등을 묻기 위해 정인성 보도국장과 홍석우 사회부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정 국장은 대외협력부로 문의하라고 회신했고, 홍 부장은 전화는 물론 문자메시지에도 답이 없었다. 두 사람의 입장 등은 확인되는대로 후속 기사를 통해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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