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아웃' 이진숙, 언제까지 버틸까

[이슈 분석] 안 그만두나 못 그만두나
정치중립 위반 이어 돌발 발언까지
대통령실 '참을 만큼 참았다'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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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로 출근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 관련 거듭된 논란 끝에 9일 국무회의에서 제외돼 이날 국무회의부터 가지 못했다. /뉴시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전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경기도 과천 방통위 청사로 출근했다. 방통위원장이 방통위로 출근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 이날 유독 언론의 시선을 끈 이유는 국무회의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이진숙 위원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튿날부터 지난 8일까지 한 달 넘게, 주말에 열린 임시 국무회의까지 빠지지 않고 참석해 온 터였다. 그러나 9일 대통령실은 이진숙 위원장에게 국무회의 배석 금지를 통보했다.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을 지적받은 방통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부적절하다고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의견을 냈고, 이를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식으로 결정됐다. 다른 국무회의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공직 기강 해이”도 아울러 다잡겠다는, 본보기성 경고이자 문책성 조치다. 새 정부 출범 40일여. 대통령실과 국회 등에서 ‘참을 만큼 참았다’는 기류가 읽히는 가운데, 이진숙 위원장이 전방위 사퇴 압박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위원장은 이달 들어 국무회의 관련 돌발 발언 등으로 거듭 논란을 빚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일 국무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 위원장이 대통령에 방통위원 추천을 요청했다고 밝히자, 다음 날 페이스북에 “보충 확인을 한다”면서 관련 글을 남겼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나가선 ‘방송3법’ 관련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방통위 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해 최민희 위원장이 ‘팩트체크’에 나서는 등 소동을 빚었다. 당일 강유정 대변인도 “지시가 아닌 의견을 물은 쪽에 가까웠다”고 표현을 바로잡았다.


다음 날 국무회의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발언을 제지하며 “비공개회의 내용을 개인 정치에 왜곡해 활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 위원장은 멈추지 않았다. 9일 새벽에 ‘“자기 정치”는 없다’는 제목으로 “지시한 것과 의견을 물은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반박성 글을 올렸다.


이후 대통령실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강유정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하며 “지시와 의견 개진을 헷갈린다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 4시간 뒤 국무회의 제외 결정이 통보됐다.


이 직후 이 위원장은 방통위 기자실을 찾아 “아쉽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방통위 정상화 등 요청할 기회가 박탈돼 안타깝다면서도 내년 8월24일까지인 남은 임기 동안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상적인 업무 외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필요로 하는 모든 업무가 중단된 지는 이미 오래다. 1일 김태규 부위원장 면직으로 1인 위원회가 되면서 회의를 열 수도 없게 됐고, 이젠 위원장이 국무회의도 나가지 못하게 됐다. 이 위원장이 참석할 수 있는 공식 자리나 일정이 거의 없어진 셈이다. 국회 과방위도 방송3법을 7일 처리하면서 이 위원장을 부를 일이 당분간은 없어졌고, 이 위원장이 나가더라도 자유롭게 발언권을 갖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니 이 위원장으로선 SNS에 글을 쓰거나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는 식으로 상황을 돌파하려 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5일 경찰에 나갈 때, 9일 국무회의 배제 결정 때도 기자들을 찾아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임기를 지키겠다고 버틸수록 위원장 자신은 물론 방통위 자체가 새 정부 국정 운영에서 소외되거나 고립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4일 입법예고한 대통령 직속의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서도 관계 부처 중 기존에 포함됐던 방통위가 빠졌다.


8일 감사원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으로 ‘주의’ 처분을 받은 이 위원장은 1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추가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 위원장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왜곡해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이 위원장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6월27일 방통위 업무용 PC 하드디스크 무단 파쇄 건으로 공수처에 고발된 지 2주 만이다. 감사원에 이어 경찰, 공수처라는 산을 연이어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보수의 여전사’였고 이제는 ‘보수의 마지막 희망’으로 불리는 이 위원장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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