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갈라치기"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여진 계속

[SBS·지역민방·지역MBC 구성원 반발]
"본회의 통과 전 수정하고 모든 방송사 확대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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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골자로 한 방송3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조항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3사와 YTN, 연합뉴스TV 등 2개 보도전문채널에 한정해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가 의무화됐는데, 여기 포함되지 않은 SBS와 지역 민영방송, 지역MBC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해당 조항이 “차별적이고, 언론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는 독소조항”이라며, 본회의 통과 전 관련 규정을 수정해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모든 방송사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와 CJB, G1방송, JIBS, JTV, kbc, KNN, TBC, TJB, ubc, OBS 등 10개 지역 민영방송 지부는 10일 국정기획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3법 개정안에 포함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모든 방송사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아영 기자

7일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3법엔 제21조 ‘방송사업자의 보도책임자 임명 등’ 조항이 신설됐다. 공영방송 3사와 보도전문채널 2사에 한정해 독립성이 보장된 상황에서 공정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보도책임자를 임명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이들 방송사의 대표자는 보도 분야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보도책임자를 임명해야 하며, 임명동의를 얻어야 하는 보도책임자의 범위와 동의 절차 등 세부사항은 편성위원회 의결을 거쳐 방송편성규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정성 확보의 핵심 장치로 여겨지는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의무 조항이 5개 방송사에만 적용되면서 여기 포함되지 않은 방송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와 10개 지역민방 지부는 10일 국정기획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승래 국정기획위 국민주권위원장에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확대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5개 방송사만 적용되는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나머지 언론사 소속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몬다”며 “7월 임시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하더라도 아직 최소 3주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충분한 숙의와 보완이 가능하다. 정녕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확대 논의를 할 의지가 없다면 그 내용을 담은 방송3법 단일안 21조를 삭제하라”고 강조했다.


반발은 지역민방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MBC가 임명동의제 의무화 대상에서 빠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16개 언론노조 지역MBC 지부 역시 ‘공영방송 지역MBC 노동조합연대회의’를 구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10일 공동 성명을 내고 “지역방송은 자유도, 독립도 필요 없다는 것인가”라며 지역MBC가 제외된 데 서운함을 드러냈다. 특히 언론노조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며 “정치권의 지역 언론 몰이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법률 입안자들은 차라리 원망스럽지도 않다”며 “성과에 목마른 언론노조, 그리고 속도에 매몰된 정치권이 야합해 지역MBC를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언론노조는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의 경우 애초 정치권에서 설계한 조항으로, 편성규약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는 애초 언론노조가 지금 같은 조항을 설계한 게 아니고, 사실상 YTN과 연합뉴스TV를 염두에 두고 정치권이 만든 조항”이라며 “이미 다른 방송사는 보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임명동의제를 넓게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노조는 이걸 어떻게 법제화할 것인지 고민이었는데, 그걸 편성규약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거다. 기존에 있던 단체협약을 편성규약으로 옮기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협을 편성규약으로 옮기는 노력을 왜 지·본부에 떠넘기느냐 하면 그건 제 책임”이라며 “어차피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역시 처벌 조항이 없고 세부 사항을 편성규약으로 정해야 한다. 이제 지상파 텔레비전 사업자,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은 의무적으로 편성위를 만들고 편성규약을 준수해야 하는데, 논의를 보도책임자로만 한정하는 건 우리 스스로 임명동의제를 좁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15일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지역MBC 지부장들에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임명동의제가 없는 일부 지역민방은 이 경우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호찬 위원장은 “지역민방은 임명동의제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편성위를 통해서 편성규약에 넣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할 것”이라며 “그게 안 됐을 땐 향후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지역민방을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대상에 명시적으로 넣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방위 일부 여당 의원도 추가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SBS를 비롯해 민영방송 중에도 노사 단협을 통해 선진적으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실시했던 곳들이 있다”며 “그런데 이번 방송3법에 민영방송이 제외되면서 그동안 잘해 오던 임명동의제마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방송3법을 다시 재개정하는 상황에서 노력해야 되겠지만 그 이전에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과정에서 최소한 가점을 부여한다거나 임명동의제가 명확하게 기준 규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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