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 임기 연연 말고 결단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배제했다. 이 위원장이 국회와 국무회의 등에서 보인 부적절한 발언과 처신이 누적된 결과다. 7일 국회에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질문을 받고 “대통령에게 방통위 안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발언한 것이 결정타였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송3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회와 갈등을 빚어온 방통위의 수장이 ‘대통령 의중’을 무기 삼아 주도권을 쥐려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모양새였다. 이 대통령이 “지시가 아니라 의견을 물은 것이다. 비공개회의를 개인 정치에 왜곡해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까지 했지만 이 위원장은 ‘단순한 표현 차이’라며 줄곧 안하무인이다.


이 대통령의 결정이 새 정부와 전 정권 기관장의 감정적 충돌로 읽히는 양상이라 아쉬운 측면은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행보는 사실 지난해 7월 취임 직후부터 선을 넘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임명되자마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6명과 KBS 이사 7명 임명·추천안을 의결해 방송 장악 논란을 빚었다. ‘2인 체제’ 의결 강행은 특히 문제로 지적됐다. 법원이 위법성을 인정하며 제동을 걸었지만 판결도 무시한 채 EBS 사장 임명, KBS 감사 임명을 이어갔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아예 방통위를 1인 결정 체제인 ‘독임제’로 바꾸자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방송 독립성에 역행하는 행보를 노골적으로 밀어붙인 셈이다.


개인적 논란도 줄을 이었다. 대전MBC 사장 재직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수사 중이다. 공무원 신분으로 보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편향된 발언을 반복했다. 감사원은 최근 이 위원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공직사회의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주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위원장은 반성의 기색이 없다. 페이스북에 ‘자기 정치는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대통령의 경고를 반박하거나 공공기관운영법을 강조하며 “임기는 내년까지”라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공공기관운영법이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한 취지는 정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업무를 수행하라는 것이지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며 새 정부와 정면충돌을 불사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방송계의 오랜 염원인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송3법이 7일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통과하면서 이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권을 방통위에서 분리해 시민사회와 국회 등으로 분산해 방통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영방송이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앞둔 상황에서 방송3법 개정안의 취지와 정반대 행보를 보여온 이 위원장이 자리를 고수한다면 방송 정책에 혼란을 가중할 우려가 크다. 지금처럼 새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모두와 불필요한 갈등도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위원장이 진정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고민한다면 방송 장악 우려를 키웠던 지난 행보를 반성하고 책임 있게 처신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이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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