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보도를 정정보도해달라'… 언중위 조정 특이사례 보니

언론중재위 '2024년도 언론조정중재 사례집' 최근 발간

  • 페이스북
  • 트위치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해 주요 조정신청 사례를 수록한 ‘2024년도 언론조정중재 사례집’을 최근 발간했다. 사례집에는 지난해 접수·처리한 3937건의 조정신청사건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내용과 조정결과별로 선별한 25건의 사례가 담겼다. 주요 내용은 책에서 익명 처리됐지만, 기자들이 취재 및 보도 시 주의해야 할 점들이 담겨 있어 이 중 참고할 만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24 언론조정중재 사례집.

지난해 언론조정 사건들 중엔 유독 유튜브와 관련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인터넷신문은 연예인에 대한 허위 사실을 영상으로 제작해 유명해진 유튜버와 관련, 그의 소송 패소 사실을 보도하며 해당 유튜버로 추정되는 인물의 초상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보도에 언급된 유튜버가 아닌, 실제로는 전혀 무관한 A씨의 초상이었다. 이에 A씨는 관련 보도로 외모를 비방당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구했고, 결국 손해배상액을 200만원으로 하는 조정이 성립됐다.


사례집엔 반론보도문이나 정정보도문을 유튜브 및 SNS 채널에 게재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도 다수 담겼다. 예를 들어 한 지역방송은 아파트 지역주택조합이 설치를 추진한 커뮤니티 시설의 부실시공 및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에 조합은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며 정정보도를 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다만 중재 결과 보도 내용의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단정하긴 어려웠고, 대신 조합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라며 반론보도 결정이 내려졌다. 언중위는 해당 보도가 전국 방송으로 송출된 점을 감안해 지역방송의 유튜브 채널뿐만 아니라 본사 유튜브 채널에도 반론보도가 게시되도록 제안했고, 양 당사자가 동의해 조정이 성립됐다.


특이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과거 정정보도로 조정이 성립됐던 기사와 관련, 해당 기사를 총괄했던 보도책임자가 정정보도가 잘못됐다며 이에 대한 정정보도와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이다. 정정보도가 됐던 기사는 한 국회의원이 공공시설을 사적으로 유용했단 의혹을 제기한 내용으로, 당시 보도책임자였던 B씨는 취재기자가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해 썼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사가 해당 의원의 총선 공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정정보도를 이행했다면서 잘못된 정정보도로 본인과 취재기자, 취재에 협조한 정보원 등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재부는 보도책임자였다는 사정만으로 관련 보도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해를 입은 자’로 볼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언론조정 사건 중엔 기자가 이해당사자였음에도 이를 감추고 보도해 정정보도가 이뤄진 사례도 있었다. 사건 담당 경찰관이 참고인에게 출석을 강요해 논란이라는 보도였는데, 기자가 출석 요구를 받은 참고인 중 한 명이었음에도 그 사실을 감추고 보도한 것이다. 중재부는 공익을 목적으로 한 공정한 보도로 보기 어렵다며 기사 삭제와 정정보도 및 경찰공무원에 대한 연락과 후속보도를 금지하는 조정안을 제시했고, 양 당사자가 동의해 조정이 성립됐다.

손해배상 조정액 분포 현황. /2024 언론조정중재 사례집

한편 지난해 조정사건을 청구권별로 살펴보면 정정보도청구가 1824건(46.3%)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손해배상청구(1231건·31.3%), 반론보도청구(825건·21.0%), 추후보도청구(57건·1.4%) 등이 따랐다. 전체 조정사건 피해구제율은 72.5%였는데 반론보도청구 피해구제율이 75.5%로 가장 높았고 정정보도청구(74.8%), 손해배상청구(67.2%), 추후보도청구(64.8%) 순이었다.


손해배상청구 사건 중 금전배상 인용으로 종결된 사건은 22건(1.8%)이었다. 이는 최근 5개년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인용률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명예훼손이 11건(50.0%)으로 가장 많이 인정됐고 초상권 침해(8건), 기타 침해(3건) 순이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최저 1원부터 최고 2200억원까지 큰 편차를 보였는데, 실제 인용된 손해배상 금액은 최저 3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이었다.


조정사건을 신청인 직업별로 살펴보면 정치인이 신청한 조정사건이 377건(17.5%)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개인 사업가(327건·15.2%), 교육자(287건·13.3%), 회사원(260건·12.1%) 등이 따랐다.


매체 유형별로는 인터넷신문을 대상으로 한 조정사건이 2537건(64.4%)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그 뒤를 포털과 방송사 닷컴 등에 해당하는 인터넷뉴스서비스(473건·12.0%), 신문(376건·9.6%), 방송(317건·8.1%), 뉴스통신(176건·4.5%) 등이 이었다.


또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콘텐츠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한 경우는 266건이었다. 이 중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의 언론사 채널을 조정대상 매체로 직접 지정해 신청한 조정사건은 43건(16.2%)이었고, 인터넷신문이나 방송 등을 상대로 조정신청을 하면서 동영상 플랫폼에 게재된 보도물에 대해 함께 조치할 것을 요구한 사례는 223건(83.8%)이었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