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며 노동자, 농민이 사망하고, 온열질환자가 잇따르는 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극한 폭염’이 예년보다 길게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언론사들도 주요 지면, 사회면 등을 할애해 관련 사건사고를 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보도를 연일 내놓고 있다.
11일 한국일보는 <한반도 덮은 ‘이중 열돔’ 걷혀도…다음주 더 습한 ‘찜통더위’ 온다> 보도를 통해 폭염이 이어지는 이유와 이에 따른 피해, 대책 마련 상황을 전했다. 매체는 “이번 주 한반도에 최고 40도를 넘긴 ‘극한 폭염’을 몰고 왔던 ‘이중 고기압’이 주말부터 와해될 전망”이라며 “하지만 그 빈틈 사이로 ‘열대 수증기’가 몰려오는 등 높은 습도 탓에 전국에서 폭염특보 수준의 무더위는 계속되겠다”고 적었다. 이어 “중부지방은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지만 제주와 남부지방은 이미 끝난 만큼 최소 다음달 중순까지 예년보다 긴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10일 경향신문도 <‘이중 뚜껑’ 덮인 한반도 펄펄…7말8초 ‘더 독한 폭염’ 온다> 보도로 유사한 소식을 전했다. 이 신문은 “평년보다 이르게 찾아온 가마솥 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7월 말까지 지속해야 할 장마가 맥없이 끝나면서 전국이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만든 ‘이중 뚜껑’에 갇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는 과거 기록적 폭염을 보인 2018년, 1994년과 비교해도 무더위가 빨리 찾아왔다. 앞선 두해에는 7월 하순과 8월 초순을 중심으로 전국이 35도 이상 더위를 보였다”며 전문가 발언을 인용, “7월 초부터 극한 폭염이 나타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여름날씨는 초복(7월20일)과 말복(8월9일) 사이에 나타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8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자가 200명 넘게 발생하며 폭염이 실질적으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야외 노동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우려가 나오며 이들의 현실을 조명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세계일보는 10일 <20분 휴식수칙?… “공사장선 꿈도 못꿔요”> 보도를 통해 서울 한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른 9일 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 강서구 아스팔트 포장현장, 동작구 청년주택 건설현장 등의 모습을 전했다.
기사는 “기록적 폭염 속에 야외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이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달궈진 안전모를 들어 올려 목에 건 수건으로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겨우 오전 2시간을 일했을 뿐인데도 이들의 작업복은 등과 겨드랑이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어지러우면 쉬다가 일하라는 말은 들었지만 안전 수칙대로 2시간마다 20분씩 꼬박꼬박 쉬긴 사실상 어렵다”는 발언, 기록을 담았다.
한겨레도 9일 <40도가 넘었다 사람잡는 폭염> 기사로 “지난달 27일부터 12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진 울산의 무더위는 조선소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말을 들어보면, 8일 오전8시10분께 엔진 공장에서 일하던 직영 노동자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전날 오후 5시10분께 파이프 연결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적시했다. 실제 폭염에 목숨을 잃는 노동자, 농어민들까지 나오는 상태다.
한겨레는 “지난 7일 오후 5시38분께 경북 구미의 한 공장에서는 첫 출근을 한 하청업체 소속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23)가 숨졌다. 발견 당시 체온은 40.2도였다고 한다”면서 “8일 오후 1시26분께 충남 공주시에서 논일을 하던 90대가 열사병으로 숨지고, 같은 날 오후 5시45분께 충남 서산시에서 80대도 폭염에 사망했다 (중략) 지난 7일 오전 11시25분께 울산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어선(2.5t급)의 70대 선장이 탈수 증상을 보여 해경에 구조됐다”고 적었다.
이 같은 문제에 집중한 노동 현장 르포 기획 등도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은 10일 <‘일당’은 멈출 수 없다> 보도를 놓고 1, 2, 3면을 최악 무더위 속 노동 현장 소식을 면밀히 전하는 데 할애했다. 신문사는 1면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더워서 죽겠다는 말이 딱 맞는다”, “아직 7월 초인데 벌써 날씨가 이러면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말 큰 일”이란 발언을 담았다.
2면엔 양계장과 한우농가, 3면엔 배달노동자와 백화점 주차요원, 교통계 경찰관, 산불진화대원, 전통시장 상인의 목소리가 담겼다. 서울신문은 “여름이면 어김없이 ‘40·50대 남성 현장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된다”며 “뙤약볕에 쓰러진 고령 농민의 사망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통계에서 확인된 최대 취약군은 공사장 등에서 일하는 단순노무직 노동자”라고 적었다. 매체는 “하지만 정부 대응은 미흡하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폭염 때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의무화’가 올해 6월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정부 규제개혁 위원회가 ‘기업부담’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재심사를 요청했다”고도 설명했다.
경동시장 하역노동자들의 열대야 풍경을 담은 10일 경향신문의 <“밤에도 33도…트럭 안은 38도 육박, 상자 옮기다 어지러워 휘청”>, 쪽방촌 거주민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전한 11일 중앙일보의 <정말, 태양이 야속합니다> 등도 같은 궤의 기사다. 중앙일보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영등포 쪽방촌, 과천시 꿀벌마을을 취재한 기사에서 “연일 체감온도 35도를 넘기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쪽방촌·비닐하우스 등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이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쿨링포그·무더위쉼터를 설치하는 등 폭염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폭염은 농수산물이나 육류 가격을 상승시키며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아일보는 11일자 2면 <초복 앞두고 삼계탕값 비상…폭염에 가축 폐사 7.6배 증가> 기사로 폭염이 농축산물 수급에 곤란을 야기하는 실태를 전했다. 신문사는 “폐사되는 가금류 수가 급격히 늘며 20일 초복을 앞두고 유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중략) 9일 기준 닭고기 kg당 가격은 5925원으로 평년 5708원 대비 3.8% 올랐다”고 적었고, “휴가철에 수요가 많아지는 돼지고기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했다. 이어 “폭염에 취약한 농산물과 수산물의 시세는 이미 많이 오른 상태다. 특히 여름철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수박과 오이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대비 20% 이상 올랐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도 11일 <짧은 장마·이른 폭염이 부른 히트플레이션…수박 3만원 육박> 기사를 통해 “짧은 장마와 이른 폭염이 겹치며 여름철 대표 과채류의 가격이 줄줄이 치솟고 있다. 특히 수박 한 통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는 등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유통업계는 고산지 수박 조기수급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보도했다.
폭염이 폭염에 그치지 않고 가뭄으로 이어지는 등 연쇄적인 어려움을 낳는 현실도 관측된다. 조선일보는 11일 <장마 대비해 댐 비웠는데…이젠 물 부족 걱정할 판> 기사에서 “‘마른 장마’의 후폭풍이 일부 지역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올여름 많은 장맛비가 예보돼 댐을 비워놨는데, 장마가 빨리 끝나 오히려 가뭄을 걱정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매체는 대구경북권에 물을 공급하는 운문댐 저수율이 38.4%로 예년 수치를 크게 밑돌고, 오봉저수지는 31%(예년 65%)를 기록 중인 현실을 전하며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최전성기에 이르는 8월로 갈수록 물의 증발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었다.
또 16~17일 수도권과 강원도 일부 지역에 장맛비가 예보돼 있지만 가뭄 걱정을 덜긴 어려운 양이 될 전망이고, “비가 내리더라도 비구름대가 태백산맥을 넘기 전에 비를 소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강원 영동까지 비가 뻗치지 못하고, 영서에만 집중”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강원 영동지역의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40.1%(이달 1일 기준)로 평년보다 24.4%포인트(p) 낮다. 정부는 영동지역 저수지에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는데 비 예보가 이런 상황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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