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다음 주 국무회의부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배석을 금지하기로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다음 주 국무회의부터 현직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진숙 위원장이 최근 비공개인 국무회의에서 나온 발언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논란을 자초한 끝에 아예 국무회의 발언권 자체를 잃게 된 것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감사원은 현 방통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함으로써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 이와 더불어 개인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게재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거듭했다”면서 “이에 오늘 오전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직접 대통령께 방통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이에 현 방통위원장이 더 이상 배석하지 않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라며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나 토의 내용을 공식 브리핑 외 활용하거나 왜곡해 정치에 활용하는 건 부적절한 공직 기강 해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조치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앞서 이진숙 위원장이 비공개인 국무회의에서 나온 얘기 등을 SNS 등에 언급하면서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이 위원장은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방송3법 개정안 관련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방송장악, 언론장악 할 생각이 없으니 방통위에서 위원회 안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를 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있었던 발언들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대통령이) 방통위 안을 만들어 보라 하셨고, 내가 스스로 방송3법 논의를 중단시켰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당연히 대통령 지시 사항으로 생각해 안을 만들라고 사무처에 지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며 즉시 확인을 요청했고, “현재 확인은 되지 않는 사항이나 별도의 지시 사항이 내려온 것도 없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는데, 강유정 대변인은 “모든 발신 메시지는 수신자의 오해도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고 말문을 연 뒤 주관적 해석임을 전제로 “업무 지시 사항이라고 했는데, 의견을 물은 쪽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진숙 위원장은 9일 새벽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법안(방송3법)과 관련한 의견을 민주당 의원이 물어왔기에 나는 방송3법과 관련해 방통위의 안을 만들어 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며 방송3법과 관련한 방통위의 ‘의견’을 물었다고 설명했는데, 지시한 것과 의견을 물은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썼다.
이 글과 관련해 9일 오전 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강 대변인은 “두 가지 오류사항을 개인적으로 짚어주겠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강 대변인은 먼저 “(이 위원장이) ‘잘못된 부분을 정정했다’고 표현했는데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한 뒤 “지시와 의견 개진을 헷갈린다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자격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 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 배제를 검토 중이냐는 다른 질문에도 “논의 중”이라면서도 “이진숙 위원장은 의결권이 없고 발언권은 있지만 (회의를) 주재하는 대통령이 부여할 때 발생하는 거다. 지금까지 모든 국무회의에서 발언권을 허용했다. 그런데 일종의 비공개회의 내용이 먼저 노출돼서 방통위원장과 관련된 부분만 개인 정치에 활용되거나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브리핑 후 약 4시간여 만에 이진숙 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제가 결정됐다. 방통위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니지만 국무회의에 배석해 필요한 경우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을 자신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시키지 않았다. 반면 이진숙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5일 열린 임시국무회의까지 한 달 동안 쭉 국무회의에 배석하며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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