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자회견, 로또 아닌 일상이 되길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3일 이재명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새로웠다. 임기 30일째 기자회견을 가진 것부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빨랐다.


기본적으로 ‘타운홀 미팅’을 지향하며 즉석에서 질문하는 기자를 무작위 추첨했다.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분야별로 추첨함을 만들고, 기자 1인당 한 곳만 골라 자신의 명함을 넣게 했다. 현장에 자리한 내신 119곳, 외신 28곳 기자가 참여했다.


대통령실 기자단 간사인 기자들이 돌아가며 명함을 뽑았다. 질의응답 과정에 대통령실이 관여하지 않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복권 추첨 같은 형식이라, 현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로또 이런 게 돼야 하는데”라고 농담했고 질문에 당첨된 기자는 “(로또 당첨보다) 더 기쁘다”라고 화답했다.


대통령과 대변인이 질문자를 직접 선정했던 과거에는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특정 매체를 배제한다거나, 미리 짜고 질의응답을 한다는 의혹이 따라붙었다. 이를 상쇄하는 방식이라 현장에서 반응이 좋다는 사회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가 없는 풀뿌리 언론의 기자회견 참석도 처음 시도됐다. 덕분에 평소 중앙언론에서 듣기 어려운 내용이 전파를 탔다. 옥천신문 양수철 기자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역 불균형을 막기 위한 광역화 공약이 역으로 지역 내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을 하며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원 정책을 물었다.


균형 발전은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정책과제”라고 말할 만큼 한국 사회의 절박한 현안이다. “인구 5만명이 채 되지 않는” 지역에 사는 기자의 시선이 담긴 물음에는 지방 소멸이라는 이슈의 다양한 층위가 담겼다. 대통령의 답변만이 아니라, 기자의 질문이 공론장에 좋은 아젠다를 던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예정된 100분보다 20분 넘게 진행됐다. 기자 15명의 질문에 대통령은 15번 답변을 이어갔다. 대통령의 고민과 현실 인식, 국정과제에 대한 구상을 내다보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사료(史料) 그 자체다. 다만 추첨이라는 우연적 요소에 기대 기자회견이 진행되다 보니 매체별 안배나 주제의 다양성은 다소 부족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더 자주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면 된다. 더 다양한 방식과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하면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지적된 아쉬움은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


그래서 더 이상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기회가 로또보다 더 좋다는 말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그만큼 기자회견이 대통령의 일상적이고 평범한 의무이자 권리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 제목이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인 것처럼 기자회견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답하기 어려운 이슈가 자주 생기면서 기자회견장에 점차 발걸음하지 않던 전임 대통령들의 모습을 우리는 자주 목격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내디딘 첫발이 꾸준히 이어지는 게 중요한 이유다. 역대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를 깨는 기록 달성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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