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경제 시험대가 펼쳐졌다. 초반 상승세를 이어갈지, 아니면 빠르게 기세가 꺾일지 판가름 날 분수령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증시는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이 대통령의 취임일인 6월4일 하루 만에 2.7% 급등했다. 이는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대통령 취임일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후에도 코스피는 연초 대비 약 30% 가까이 상승하며 주요 증시 가운데 세계 1위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른바 ‘이재노믹스’와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이 대통령이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당분간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도 코스피 전망치를 3600포인트 이상으로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 달리, 세계 경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등판이다.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8월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이 서한은 수신자를 이재명 대통령으로 명시했다. 그동안 모호했던 한국의 대화 상대를 분명히 하면서, 직접 거래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국이자, 대미 무역흑자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국가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두 나라를 첫 통보 대상으로 삼은 것은 ‘대충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앞으로 약 3주간 이른바 ‘끝판 협상’을 벌이게 된다. 정부는 이미 발 빠르게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6일 각각 워싱턴 D.C.를 방문해 관세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상호관세율을 최저 수준인 10%로 낮추는 한편,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에 대해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측은 구글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쇠고기 수입 시 월령 제한과 같은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의 큰 틀은 정상 간 대화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톱다운(top-down)’ 방식의 협상을 선호해 왔기 때문이다. 만약 한미 정상회담이 8월1일 이전에 열릴 경우, 양국 대통령이 직접 담판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내 혼란을 유도할 수도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정상회담처럼 상대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거나 망신을 주는 방식으로 극단적 반응을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한 치밀한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대미 무역 장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협상 타결만을 목표로 지나치게 양보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예상치 못한 경제적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균형 잡힌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코스피 5000 시대’ 역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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