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딥시크(deepseek) 돌풍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도 선두를 꿰차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엉성한 ‘짝퉁차’에 ‘가성비’ 빼면 시체라던 중국은 이제 없다. 괄목상대.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만큼 지금의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변화상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체감하는 게 바로 특파원들이다. 중국(어)을 공부하던 시절은 물론 처음 중국에 부임했던 때와도 눈에 띄게 달라진 중국을 보면서 초조함 혹은 책임감 비슷한 걸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소속 언론사가 다른 베이징 특파원 9명이 중국 전기차 급성장의 비결을 다룬 책 <중국 전기차가 온다>(글항아리)를 공동 번역해 한국에 소개하기로 결심한 것을 보면.
사실 시작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중국어 스터디를 하자며 먼저 셋이 모였고, 이왕 하는 거 번역까지 해보자고 뜻을 모으고 보니 9명이 되어 있었다. 이도성 중앙일보·JTBC 특파원이 번역할 책을 제안하고, 책 출간 경험이 많은 이벌찬 조선일보 특파원이 원전 저작권이 있는 출판사의 허가를 받은 뒤엔 국내 출판사와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강정규(YTN), 김광수(서울경제신문), 김민정(KBS), 배인선(아주경제), 이도성(중앙일보·JTBC), 이벌찬(조선일보), 이윤정(조선비즈), 정성조(연합뉴스), 정은지(뉴스1) 등 9명의 특파원은 모인 첫날 9장으로 쓰인 책의 담당 파트를 나누고, 바로 번역 작업에 돌입했다. 작업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김민정 특파원은 “번역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쉬는 시간뿐이어서 휴일이나 명절 연휴에” 주로 책을 붙들었고, MBTI ‘J’ 성향인 배인선 특파원은 “계획을 짜서 하루에 1~2페이지씩, 출장 갈 때도 항상 책을 갖고 다니면서” 틈틈이 번역에 몰두했다.
약 한 달 만에 초벌 번역을 마친 뒤엔 세 명이 한 조를 이뤄 상호 감수하고 수정 작업을 했다. 사소한(?) 문제도 있었다. 여러 명이 나눠서 번역 작업을 하고 보니 문체가 제각각이었던 거다. 5월 귀임한 이윤정 전 특파원은 “자세히 보시면 각 장을 넘어갈 때마다 다른 화자가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며 “저희 책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속도, 문체도 다른 이들이지만 “다른 지역 특파원들에 비해 훨씬 더 끈끈한 관계”(김광수), 중국 전기차라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업이었다. 이벌찬 특파원은 “저희 9명의 기자는 소속은 다르지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첨단기술의 현황을 한국에 알려야 한다는 마음은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의 딥시크 쇼크’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가 또 한 번 ‘쇼크’를 받지 않기 위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실체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가 더 빠르고 강해질수록, 이를 왜곡 없이 전해야 하는 특파원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다. 김민정 특파원은 “기록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꿈틀대고 모양을 바꾸는 중국의 인상적인 순간순간을 포착해 내야 한다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광수 특파원도 “최근 딥시크 사태로 인해 바쁜 나날을 겪었지만, 이제야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의 기술력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 커질 중국에 대한 관심을 독자들에게 더 잘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도성 특파원은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왠지 위험할 것 같은 이미지가 씌워진 중국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시작은 중국 전기차이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중국의 모습을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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