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소, 입찰 불참… 중앙그룹·지상파, 중계권 재판매 공방

중앙그룹, 공정위에 담합 제소
지상파 공동대응 균열전략 해석
3사 "과당경쟁 방지 위한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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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월드컵의 중계권 재판매를 놓고 JTBC 등을 소유한 중앙그룹과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가처분과 공정위 제소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앙그룹은 스포츠 중계권 관련 담합 혐의로 지상파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고, 지상파 3사는 중앙그룹의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독점 구매한 중계권을 비싸게 팔려는 중앙그룹, 중계권료 부담을 줄이려는 지상파 3사가 대립하는 형국인데,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앙그룹은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과 2025〜2030년 FIFA 월드컵의 한국 독점 중계권을 획득했다. 중계권 단독 구매에 거액을 들인 중앙그룹은 중계권 재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뉴미디어 중계권 부문은 네이버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공동 중계 방송권자 선정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1차 입찰에 이어 8일 끝난 올림픽·월드컵 TV 방송권자 선정 재입찰에 지상파 3사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상파 3사는 중앙그룹이 무리하게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가격을 올려놓고, 그 비용을 지상파 3사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을 개별 구매할 수 없게 패키지로만 판매하고, 선호도가 높은 2030~2032년 대회를 구매하기 위해 2026~2028년 대회를 강제 구매하도록 하는 입찰 조건을 달아 가장 비싸게 판매하려 한다는 것이다.


SBS 스포츠국 관계자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묶어서 판매하는 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구매한 중계권을 지상파 3사에 비싸게 팔겠다는 의도”라며 “국민 관심 행사와 관련해 공동계약을 권고하는 방송법에 맞지 않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입찰 방식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지상파 3사는 중앙그룹의 중계권 구매 금액을 2026〜2032년 올림픽의 경우 2억3000만달러(약 3100억원), 2025〜2030년 FIFA 월드컵은 2억7000만달러(약 3700억원)로 추정한다. KBS 스포츠센터 관계자는 “중계권이 폭등하면서 지상파 3사에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는 적자를 줄이는 게임이 됐다”며 “작년 파리올림픽으로 적자가 쌓인 상황에서 패키지 구매는 계약금만 내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특히 지상파 3사를 공정위에 제소한 중앙그룹의 행태가 악의적이라고 했다. 중앙그룹은 KBS·MBC·SBS가 2011년부터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Korean Sports Broadcast Development Association·KS)를 구성해 올림픽과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담합했다며 6월20일 공정위에 제소했다. KS 운영규정은 각사의 단독 중계권 입찰을 금지하고, 위반한 방송사는 타사에 300억원씩 지급해야 하는 위약벌을 명시했는데, 공정거래법 제40조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중앙그룹의 공정위 제소는 지상파 3사의 공동 대응에 균열을 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원하는 조건에 비싼 가격으로 중계권을 팔면서 지상파 3사 중 최대 2곳과 공동 중계해 JTBC의 채널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지상파 3사는 국제경기 중계권을 두고 3사끼리 과당경쟁으로 인한 중계권료 폭등을 막기 위해 KS 운영규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국제대회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상파 3사의 공동 중계를 원했던 방통위 등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 따라 만들어진 협의체로 2010년 KS 설립 당시 JTBC 등 종편은 출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MBC 정책협력국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2010년 이후 KS 규정을 준수해온 지상파 3사를 담합으로 공격하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면서 “국민의 관심사인 스포츠 중계권을 인질로 자신들의 경영 위기를 타개하려는 JTBC 경영진의 시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중앙그룹은 지상파 3사가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며 개별 판매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시장 가치를 반영해서 획득한 방송권을 많은 국민이 다양한 채널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면서 “지상파 3사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헐값으로 또는 쪼개서 중계권을 재판매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지상파 3사는 협상의 여지를 상시 열어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MBC 정책협력국 관계자는 “올림픽과 월드컵은 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에 중계권을 확보하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SBS 스포츠국 관계자도 “올림픽 중계를 하고 싶지 않은 방송사가 어디 있겠나. 협상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했다.

김성후 선임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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