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회견에선 이색장면들이 여럿 연출됐다. 전임 대통령 기자회견과 달랐던 주요 장면들을 기록했다.
일단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기자들과 눈높이를 맞춰 수평적으로 배치한 구도, 사전 질문 협의 등 없이 ‘프리 스타일’로 진행한 방식 등도 비슷했다. 다만 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의 수는 그때가 더 많았다. 문 전 대통령 첫 기자회견엔 기자 250여명이 참석했고, 이번엔 150여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년 반 동안 총 네 번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끝장 회견’을 예고했던 마지막 네 번째를 제외하면 모두 연단에 선 채로 회견을 했다.
취임 첫 기자회견인데도 이례적일 만큼 긴 시간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초 100분으로 예정된 시간을 넘겨 추가 질문을 받으며 약 120분 동안 회견을 이어갔다. 모두발언은 10분 정도로 압축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만 110분 동안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첫 기자회견을 대국민 담화와 질의응답 포함 채 1시간도 하지 않았었다.
다만 기자회견 시간이 길었던 것에 비해 기자들의 질문 기회는 많지 않았다. 110분의 질의응답 시간 동안 질문 기회를 받은 기자는 15명이었다. 기자 한 명당 질문과 답변에 7분이 조금 넘게 걸린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때 1시간 동안 기자 15명의 질문을 받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32분간 12명의 질문을 받았다.
취임 후 국정 운영 방향 등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첫 자리였던 만큼 대통령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대통령실 기자단 총간사가 취임 한 달 소회와 여야 협치에 대해 던진 첫 질문에 이 대통령은 17분 가까이 답변을 이어갔다. 검찰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도 10분 넘게 답했다. 지역 광역화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대답한 뒤엔 “확실한 답이 없으면 원래 대답이 길어지는 것 아시죠?”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일부 질문에는 “곤란”하고 “예민”하다면서도 답변을 피하진 않았다. 다만 예민한 사안일수록 답변은 짧아졌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차별금지법 관련 질문이 그런 예였다. 관세 협상에 대해 이 대통령은 “보안 측면이 하나 있고, 또 얘기 자체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 참 말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는 하다”면서 “계속 노력하고 있고, 다방면에서 우리의 주제들도 매우 많이 발굴하고 있다는 말씀 드린다”고 답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을 묻는 질문엔 “차별금지법 얘기는 참 예민하죠”라며 말문을 연 뒤 “중요한 우리 사회의 과제 중의 하나이기는 한데, 일단 저는 민생과 경제, 이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갈등 요소가 많은 의제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런 역할은 국회가 해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설치된 미디어월도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잘 볼 수 없던 것이었다. 2021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 미디어월이 활용됐는데, 그때는 코로나19 감염 문제로 회견장 내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에선 이 미디어월을 이용, 대통령실 출입을 하지 않는 ‘풀뿌리 지역언론’ 기자들이 화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권역별로 선정된 6개 풀뿌리 지역언론 기자 8명이 참여했고, 그중 옥천신문 기자가 질문 기회를 얻었다. 양수철 옥천신문 기자는 먼저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대통령님은 기초·광역 지자체장을 모두 경험하셨기 때문에 지역의 어려움이나 개선책을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마련돼서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역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는 단초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옥천신문을 포함해 총 4명의 지역신문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15명 중 4명으로 역대 최다 비율이다. 통신사가 3명, 외신과 경제지 기자가 각 2명씩 질문했고, 그밖에 아시아투데이, 미디어펜, KTV, 채널A 기자가 질문 기회를 얻었다. 10대 종합일간지와 지상파 방송, 보도채널 기자는 한 번도 질문하지 못했다. 이 또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기자회견 질문자 선정을 대통령 지목과 기자단 간사의 명함 추첨 방식을 섞어서 진행했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에선 국민사서함을 통해 받은 질문에도 답할 예정이었으나 시간 관계상 진행하지 못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추후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따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에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면서 “휴가 때 여러분 한번 자유롭게 뵙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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