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브리핑 생중계 1주일… 출입기자들 "긍정적이나 질적 변화 필요"
15분 전 공지… "좋은 질문 어려워"
언론사 사장단 만찬 엠바고 여부는
알고보니 엠바고 요청 없었던 사항
6월24일 대통령실이 브리핑 생중계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기자들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피해 기자를 포함한 출입기자들은 브리핑 생중계 자체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시간과 정보가 제한된 브리핑으로는 좋은 질문을 하기 어렵고 공격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생중계된다고 해서 기자들이 질문을 약하게 해야겠다거나 자기검열 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대변인이 다소 공격적으로 반응할 때가 있는데 일부러 ‘쇼츠’로 만들어지게 하려는 것 같다는 얘기도 있고, 그럴 땐 실제로 친민주당 커뮤니티에 기자가 박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중 OBS가 가장 심한 공격 대상이 됐다. OBS 기자는 6월27일 이재명 대통령의 언론사 사장단과 만찬이 어떻게 마련됐고 어떤 성격인지 질문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비공개인 걸 알면서 말씀하면… 생중계인데 노출하면 안 된다”며 질문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대변인 반응을 본 지지자들은 이 기자에게 협박성 메일을 보내고 개인 SNS를 찾아내 욕설 댓글을 달았다.
지지자들은 기자가 정부를 괴롭히려 일부러 엠바고를 깼다고 매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엠바고를 요청하지 않았고 당연히 기자단이 엠바고에 합의해 주지도 않았다. 사장단과 만찬 사실은 이미 전날 보도된 내용이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질문을 금지하라거나 출입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실은 징계를 요구하지 않았고 기자단에서도 논의하고 있지 않다.
해당 기자는 “이 대통령이 1인 미디어 출입도 검토하는 등 열린 공보를 지향하는데 50개 가까운 1출입사 중 20여 곳만 우선권을 주고 비공개로 만난다니 상반된 모습과 이례적인 업무처리가 의아해 물은 것”이라며 “투명한 생중계는 긍정적이지만 질문의 이런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고 대변인과 깊게 논쟁하기엔 문제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브리핑을 10분 만에 끝내는 관행에선 질문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공되는 정보가 제한된 점도 문제다. 다른 기자는 “지금까지 정책 브리핑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고 그것도 주제 없이 ‘현안 관련’이라고만 공지가 온다”며 “1시간 전이나 30분, 심지어 15분 전에 브리핑을 공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변인이 준비한 내용에 기자들이 질문할 준비가 안 돼 있으니 좋은 질문이 어렵고 묻는 주제도 산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브리핑 생중계에 대해 “지금껏 익명의 관계자발로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관리한 관행이 바로잡힌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언론이 대등한 관계에서 묻고 답하기 위해서는 공개 브리핑에 걸맞은 ‘정책 브리핑’으로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생각을 알기 어려워지면 언론사는 “~풀이된다”는 식으로 대통령의 의중을 임의대로 해석해 보도한다. 최 교수는 “대통령실이 백악관처럼 ‘의제 관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민의 삶에 관련된 정책 의제를 선점해 적극적으로 브리핑하고 질문을 받아야 한다”고 짚었다. 대변인이 대통령의 동향을 2~3분 정도 낭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브리핑을 통해 언론이 대통령의 의사 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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