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의 대책없는 수신료 인상 대책

발표 일주일, 구체적 계획 안 나와
이사회 사전 설명·보고 '패싱'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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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발표로 KBS 안팎을 들썩이게 한 박장범 사장의 TV 수신료 인상 추진 방침이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아직 사측의 구체적 방안과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수신료 금액을 심의·의결하는 KBS 이사회엔 아무런 사전 설명이나 보고를 하지 않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 성향인 소수 이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발표 경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강한 가운데 박 사장은 오는 16일 임시이사회에서 수신료 현실화 관련 보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시청자위원회 전국대회’가 열렸다. 박장범 KBS 사장과 임직원, 전국 시청자위원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선 수신료 등 재정 안정 대책 마련을 권고하는 공동선언문 발표 등이 이뤄졌다. /박지은 기자

6월25일 KBS 이사회에선 다수(야권 성향), 소수(여권 성향) 이사 가리지 않고 전날 있었던 일을 두고 사측에 질문과 질타를 쏟아냈다. 하루 전인 24일 KBS는 보도자료를 통해 수신료 현실화 시도를 공식적으로 알렸고, KBS 전국 시청자위원과 임직원 등 300여명이 모인 이날 ‘시청자위원회 전국대회’에선 수신료 등 KBS 재정 안정 관련 공동선언문도 발표됐다. 앞서 박 사장이 23일 경영수지점검회의에서 수신료를 3000원으로, 44년 만에, 500원 인상한다는 이른바 ‘3·4·5’ 슬로건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동안 이사회와는 어떠한 논의도 없었던 내용이었다.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경영진에게 “기사가 났던데 어떻게 된 거냐”(서기석 이사장) “과정을 설명해 달라”(이상요 이사)고 물었다. 신중한 논의와 절차가 필요한 수신료 인상 추진에 사측이 이사회를 ‘패싱’했다는 점을 두고 여권 이사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방송법상 수신료 금액은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된다.


여권 성향 정재권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2021년 수신료 인상 추진 당시 이사회가 국민여론 조사 등을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사회가 논의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경영진의 추진 발표가 이뤄진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신료 인상안을 누가 만들 수 있느냐는 책임의 소재가 법엔 없는데, 수신료 현실화 과정에서 어디가 주도해야 하는지 정당성, 책임 부여 등의 지점도 주요 쟁점”이라며 “인상을 추진할 여건도 잘 만들어야 하는 건데 KBS가 수신료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이사회엔 박 사장 대신 김우성 부사장이 참석해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드라마 광고주 프리젠테이션 일정으로 불참했다. 이에 대해 여권 성향 이상요 이사는 “광고로 사장이 직접 가는 건 전례가 없다. 사장이 안 나온 건 이사회를 일부러 피하기 위한 거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드라마센터와 광고국에서 공사 대표인 사장이 직접 가면 광고 유치에 유리하겠다고 해 직접 가는 것이고 한 달 전 잡힌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수신료 인상 추진에 대해선 “경영회의에서 사장이 지금 재정 상태로 가면 광고시장 쇠퇴 등으로 인해 지탱할 수 없으니 이에 대비하기 위해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라며 “여론조사, 컨설팅 등을 통해 인상안 상정을 요청할 거다. (이사회) 의결 사안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위원회 전국대회 등을 통한 떠들썩한 발표 이후 잠잠해진 상황을 두고 KBS 내부에선 “실질적 추진 계획 없이 생색내기용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는 실정이다.


다만 KBS는 6월26일 사보 특보를 내어 “아예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린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 위해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절실하다”며 “합리적인 TV 수신료 인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고 ‘수신료 현실화’를 목표로 공영방송으로서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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