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튜브 뉴스이용자 성향 '보수 63%, 진보 43%'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5']
48개국 평균 '보수 33%, 진보 32%'… 한국만 이례적
한국 포털종속도 최고, 사이트 직접 소비는 최저
뉴스 신뢰도 31%… 주요 매체들 신뢰도 전년비 상승
한국이 포털을 통해 디지털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동시에 언론사 웹사이트를 통해 이용하는 경우는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이용자들의 포털 의존도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중장년층, 보수 성향 이용자의 유튜브 뉴스 소비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국가 중 여전히 하위권이었지만 주요 국내 언론 다수에 대한 신뢰도는 전년보다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참여하고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수행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5’ 주요 내용을 소개한 언론재단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일주일 간 온라인뉴스를 이용하는 주된 경로를 물은 문항에서 포털 등 검색 엔진 및 뉴스수집 서비스 활용 비중이 63%에 달하는 국가였다. 조사대상국 중 일본(70%) 다음으로 높은 수치(2위)다. 두 국가는 모두 소수의 대형 포털이 디지털 뉴스 유통을 주도하는 과점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타국 사례와 뚜렷이 대조되는 부분이다. 뉴스 이용률과 관련한 전체 48개 조사대상국 평균은 33%에 그쳤다.
반면 뉴스 웹사이트나 앱으로 직접 접근하는 방식을 주된 경로로 활용한다고 한 응답 비중에서 한국은 6%로 최하위권이었다. 전체 평균 23%와도 큰 격차다. 조사 시작 이래 계속 이어져 온 ‘높은 포털 뉴스 이용’과 ‘낮은 직접 접근 이용률’은 타국에서도 쌍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실제 일본도 뉴스 웹사이트나 앱을 통한 뉴스 소비 비율(12%)이 낮은 편에 속한다. 포털 뉴스 이용률이 낮은 편인 핀란드와 덴마크는 뉴스 사이트를 통한 뉴스 이용이 높은 축에 속한다. 이들 국가는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수준이 상당히 높은 국가들이기도 하다.
다만 포털뉴스에 대한 의존도는 감소하는 추세다. 이탈한 이용자들은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등으로 옮겨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포털 뉴스 이용률은 2018년 76%에서 2025년 63%로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소셜미디어를 주된 뉴스 이용 겅로로 삼는다는 응답은 2019년 9%에서 2023년 18%로 상승했고, 2025년 19%까지 올랐다.
이 같은 맥락 안에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가 상당한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 놓인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에서 한국은 가장 높은 응답률의 태국과 인도(각 55%), 케냐(54%)에 이어 필리핀과 함께 50%를 기록했다. 언론재단은 해당 내용을 담은 미디어서베이 11권3호 ‘온라인 뉴스 플랫폼 지각변동’ 웹진에서 “전체적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유럽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용률을 보였는데, 특히 덴마크(7%), 노르웨이(13%), 영국(13%) 등 북유럽과 서유럽 국가들이 최하위권에 집중되어 있다”며 “한국은 50%로 전체 평균(30%)보다 20%p 높은 4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한국에서 유튜브가 주요 뉴스 소스로 자리잡았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한국의 유튜브 뉴스 이용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0대(61%)와 60대(53%) 등 중장년층의 비율이 활발한 편이었다. 20대(44%)와 30대(32%)는 전년 대비 각각 6%p, 15%p 감소하며 젊은 세대는 틱톡,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으로 이동한 반면 중장년층은 유튜브를 뉴스 소비 핵심 채널로 활용하는 양상이 드러났다. 언론재단은 “한국과 48개국 전체를 비교해보면 한국의 모든 연령대에서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이 48개국 평균보다 높으며 특히 한국의 50대와 60대 이상은 48개국 평균(각각 31%, 26%)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의 중장년층이 유튜브에 집중된 특징적인 뉴스 소비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정치 성향별 유튜브 뉴스 이용률에서 2025년 한국은 매우 독특한 패턴이 나타났다. 보수 성향 이용자들이 63%로 가장 높은 이용률을 기록했고, 중도 성향은 51%, 진보 성향은 43%로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보수 성향은 5%p 증가했고, 진보 성향은 9%p 이용이 급감하며 양쪽 간 격차(20%p)가 더욱 벌어졌다. 특히 진보 성향은 2021년 43%, 2022년 52%, 2023년 62%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나 2024년 52%로 급감하고, 2025년 43%로 추가 하락했다. 진보 성향 이용자들이 유튜브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언론재단은 “48개국 평균에서는 보수 성향 33%, 중도 성향 32%, 진보 성향 32%로 정치 성향에 따른 이용률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한국의 정치 성향별 격차가 글로벌 기준으로 매우 극단적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는 지난해와 동일한 31%였다. 조사대상국 중 37위로 지난해보다 순위는 한 단계 상승했지만 여전히 하위권이었다. 전체국가 신뢰도 평균은 40%로 한국보다 9%p 높았다. 다만 국가별 뉴스 신뢰도는 특정 국가의 국민이 자국 언론을 얼마나 신뢰하고 어떤 배경이 그런 신뢰도에 기여하는지를 참고하는 선에서 볼 필요가 있다. 나라별 정치·사회·역사적 상황이 워낙 다른 만큼 단순히 특정 국가 언론의 우수함이나 열등함을 드러내는 비교 지표로 보는 덴 무리가 있어서다. 정치적으로 안정됐거나 무관심한 경향이 큰 양국에서 모두 뉴스 신뢰도가 높게 나타나는 사례는 대표적이다. 올해 조사에서 미국(30%)과 프랑스(29%)의 언론 신뢰도는 한국보다 낮게 나타났고, 영국(35%)은 평균에 못 미치기도 했다.
한국에서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는 2018년 25%, 2019년 22%, 2020년 21%로 하락하다가 2021년 32%로 급반등 후 2022년 30%, 2023년 28%를 거쳐 2024년과 2025년 모두 31%의 안정세에 이르렀다. 별도로 ‘내가 이용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는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보다 8~10%p 정도 높은 수준에서 유사한 형태로 움직였다. 언론 전체에 대해선 불신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특정 뉴스 소스나 매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더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재단은 “포털을 통해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접하거나 유튜브에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채널을 구독하는 등 개인 맞춤형 뉴스 소비가 일반화되면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필터링을 거친 뉴스에 대해서는 더 높은 신뢰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한국에서는 언론사와 개별 이용자와의 직접적 관계 구축이 효과적인 신뢰 증진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주요 개별 매체에 대한 신뢰도 전반은 지난해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조사 방법론에서 “±2%p 이내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지 않고 주의를 요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는데 조사대상 15개 언론사 중 10개 매체에서 전년 대비 이 범위를 초과한 신뢰도 상승이 있었다. 지난해 조사보다 조선일보는 +6%p, 동아일보 +3%p, 한겨레 +6%p, 중앙일보 +3%p, JTBC +4%p, 경향신문 +6%p, MBC +4%p, MBN +4%p, 지역신문 +5%p, TV조선 +5%p 등 ‘신뢰함’ 응답 비율이 상승한 게 사례다. 반면 KBS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신뢰도 감소(-3%p)를 경험한 유일한 매체였다. 여타 매체는 지난해와 비교해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신뢰함’ 응답 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MBC(61%)와 JTBC(59%)가 두각을 나타났다. 이 같은 비율과 전년 대비 증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탄핵국면’이 매체 신뢰도 상승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디지털뉴스 리포트 한국 관련 설문은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파면’ 시기 사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뉴스에 대한 관심은 커진 시점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와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주요 매체 다수에 대한 신뢰도 상승이 나타났다. 탄핵 국면의 언론을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힌 매체와 그렇지 않았던 곳으로 나눴을 때 설문 응답자들 역시 정치 성향에 따라 갈렸고 양쪽을 대변하는 언론에 각각 신뢰를 표하며 주요 매체 전반의 신뢰도가 동반 상승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영국의 전문 조사회사 유고브(YouGov)가 주관해 2025년 1월15일부터 2월14일까지(한국 기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조사엔 총 48개국 9만8000여명이 참여했으며 한국에선 2038명이 응답했다. 전체 보고서의 한국어판은 오는 10월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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