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통합징수 자축행사... KBS본부 "박장범 쇼 그만 보고싶다"

시청자위원 등 250명 초청
"참석자 선물비 등 1억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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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24일 진행하는 ‘KBS 시청자위원 전국대회’에 대해 부적절한 행사라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TV 수신료 통합징수법 처리에 도움을 준 데 감사하다며 전국 시청자위원을 초정하는 이번 행사엔 시청자위원과 동행 1인까지 교통비, 출장뷔페 식대, 선물비 등이 지급되는데 이를 두고 “박장범 사장의 공치사와 일부 시청자위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신료를 쓰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장범 KBS 사장은 5월15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TV수신료 통합징수 법안 통과를 지지해 준 시청자위원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KBS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해당 행사엔 전국 18개 지역과 본사 시청자위원, 시청자위원의 가족과 지인 등 250여명이 초정됐다. 이날 이들은 KBS 열린음악회를 비롯해 국악 공연, 캘리그라피 공연 등을 관람한다. 이후 행사는 공동선언문 발표, 만찬으로 이어지는데 참석자 교통비, 식대, 선물비 등으로 1억 원 가까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KBS는 이날 열린음악회는 특집 녹화로 방청신청을 따로 받지 않는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미 5월 내내 박장범 사장은 수신료 통합징수 법안 통과 관련해 전국 지역 총국을 순회하면서 시청자위원 등을 만났다. 5월15일엔 박 사장이 ‘5월 시청자위원회 정례회의’에 앞서 통합징수 법안 통과를 지지해 준 시청자위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며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으로 KBS는 재정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4월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신료 통합징수법이 재표결 끝에 통과되며 수신료 징수 방식은 시행 1년여 만에 통합징수로 돌아가게 됐다.

KBS본부는 18일 <지금 수신료로 파티할 때입니까> 제하의 성명을 내어 “수신료 통합고지는 시청자위원뿐 아니라 KBS의 모든 구성원과 언론노조 KBS본부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되살려낸 소중한 성과”라며 “박장범이 진정 수신료의 가치와 통합고지의 중요성을 고민해왔다면 파티를 열 것이 아니라 전국 수신료지사를 한 곳도 빠짐없이 방문했어야 한다. 여전히 쉴 틈없이 쏟아지는 민원전화를 직접 받고 있는 수신료직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주고 함께 이 어려움을 해결해보자고 낮은 자세로 뛰어야 하는 게 지금 KBS의 사장의 책무다. 구성원들 격려는 못할망정 사장 자리 지키기에만 진심을 다하는 당신의 쇼는 그만 보고 싶다”며 “통합징수로 겨우 정상화를 앞둔 귀하고 귀한 수신료를 탕진할 거라면 사장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언론노조 KBS본부 성명 일부.

KBS본부는 “게다가 모든 시청자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할 열린음악회 관람권을 행사에 참석하는 일부 시청자위원들에게 수십 장씩 뿌린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KBS의 대표 프로그램 ‘열린음악회’는 원하는 시청자 누구든 관람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열린’ 프로그램이다. 파우치 박장범 마음대로 일반 관객 출입을 통제하고 내부 행사용으로 사용해도 괜찮은가”라고 지적했다.

KBS 시청자위원이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상 ‘공무수행사인’에 해당된다면, 이번 행사에서 치러지는 비용이 청탁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탁금지법 11조엔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종 위원회의 위원 중 공직자가 아닌 위원’도 해당 법에 준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KBS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검토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진과 전국의 시청자위원들이 만나는 ‘전국 시청자 대회’는 2019년 이후 세 차례 열렸다. 수신료 통합징수가 통과된 데 감사하다는 뜻으로 저희가 이번 회의를 다시 연 것”이라며 “전국대회 전 보통 저희 시설을 참관하는데 그 개념으로 열린음악회 관람을 하는 것이고, 동행하시는 한 분도 다 시청자라는 생각으로 모신 거다. 전국에서 서울로 오셔야 하기에 여비 규정에 따라서 교통비를 추후 지급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또 KBS 측은 일부 시청자위원이 수십장의 열림음악회 관람권을 가져갔다는 의혹에 대해선 “모르는 내용”이라며 “오시는 분들 그 수량에 맞춰서 드리고 있다. 사실이라면 저희가 오히려 알아봐야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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