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보도 비판한 기자 대표에 인사평가 '불량' 준 KBS
편집회의서 비판 의견 개진, 불편했나
KBS "업무 역량 평가" 입장에 더 큰 반발
KBS 기협 "앞으로 침묵하라는 의미"
KBS 사측이 전 KBS 기자협회장을 인사 평가에서 ‘근무 성적 불량자’로 분류한 데 대해 “징벌적 의도”라는 구성원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사내 반발이 심해지자 사측이 “소속 부서의 다른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업무 성과와 역량에 대해 평가한 것”이란 입장을 냈는데, 이에 “사내 현업단체장의 역할과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더 큰 비난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KBS 기자협회장을 맡았던 노태영 기자는 최근 인사운영부로부터 2024년도 인사 평가 결과 ‘불량’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번 더 ‘불량’을 받으면 승진 제한, 또 받으면 직권 면직될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5월26일 KBS 기자협회 성명에 따르면 ‘불량’은 정기승호가 6개월 동안 정지될 수 있는 “사실상의 중징계”다.
KBS 기자협회장은 편성규약에 따라 편집회의를 참관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실무자 대표로서 보도위원회에서 편성규약 위반이나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 등 사안에 대해 책임자 측과 협의하거나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노태영 기자가 기자협회장으로 있던 지난해는 박민 당시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의 정권 편향,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던 때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해 5월 사측이 라디오 프로그램 ‘전격시사’ 진행자로 고성국씨를 발탁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12월엔 비상계엄 사태 대응 미흡 등의 책임을 물어 최재현 당시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간 편집회의에서도 노 기자는 8·15 광복절 특집뉴스 ‘관급성’ 보도 문제, 명태균 게이트 부실 보도 등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제시해 왔다. 이번 인사 평가를 두고 “보복성 인사”이자 나아가 “‘박장범 사장 체제’ 비판에 대한 입막음 시도”라는 의심이 나온 이유다.
KBS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앞으로 침묵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명백히 편성규약상 실무자 대표의 책임과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노태영 기자도 이날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책임의 크기만큼 공평한 인사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사측 책임자들은 어떤 인사 평가를 받았나”라고 물었다. 노 기자의 글엔 구성원 30여명의 연대 댓글이 달렸다.
논란이 커지자 인사운영부는 다음 날 사내게시판에 입장문을 내어 “보복성 조치 또는 탄압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기자협회장으로서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연간 업무 성과와 역량에 대해 평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5월28일 추가 성명을 내어 “기자협회장이라는 자리의 역할과 활동을 무시한 채 인사 평가를 했다면서, 그게 공정한 평가라고 자평한 것”이라며 “실무자들의 대표를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나아가 그 대표를 뽑은 현업 기자들까지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KBS 기자협회장으로 선출된 기자는 통상 전임으로 업무를 맡아왔지만, 박민 전 사장 이후 사측은 전임 규정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소속 부서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노태영 기자는 “박민 사장이 오면서 직능 단체장들의 근태를 엄격하게 관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 직전 기자협회장부터 단신 기사를 썼다. 문화부 소속 출판 담당이었던 저는 매주 한 번 하고 있던 ‘뉴스광장’ 신간 소개 코너를 맡겠다고 했고, 당시 부서장도 그 정도면 되겠다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KBS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그간 기자협회장은 전임으로 근무하며 평균 수준의 고과를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인사 평가 즉각 취소와 윗선 압력 등 해당 평가를 내린 부서장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협회보는 당시 문화부장에게 노 기자에 대한 인사 평가 기준 등을 질문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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