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징계 취소판결 6번째… "잘못없다"는 선방위원들

선방위, 취소소송 19건 중 6연패
백선기 등 5명, 책임 인정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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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MBC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4·10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 가족과 관련한 비판보도가 선거방송에 해당한다며 중징계했다. 앵커 뒤로 보이는 배경화면은 백선기 선방위원장.

지난해 4·10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방송사에 내린 제재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례 없는 중징계 남발을 주도한 백선기 전 위원장 등 선방위원 5명은 입장을 구하는 연락을 피하거나 잘못된 제재가 아니었다며 책임을 부정했다.

30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김영민)는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이 받은 ‘관계자 징계’ 제재를 취소했다. 지난해 총선 선방위가 내린 제재 처분을 취소한 6번째 판결로, 이날까지 서로 다른 4개 재판부가 같은 판단을 내놓았다. 지난 선방위는 역대 가장 많은 30건의 제재를 내렸고, 방송사들은 이에 반발해 취소소송 19건을 제기했다.

당시 선방위는 정부나 여당, 심지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비판적인 보도까지 ‘선거방송’이라며 심의했다. 정권에 대한 비판적 보도는 야당의 득표로 이어지니 선거방송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보도 책임자들은 심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일부 위원은 선방위가 제재할 권한이 없어 보인다며 ‘보류’ 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원은 선거방송에 대한 해석이 잘못됐다고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다. 선거방송의 의미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대로 후보자의 정견이나 정당의 정책, 투표나 선거운동 관련 내용만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방위의 논리대로 선거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심의하게 되면 어떤 방송이나 발언이 제재받을지 알 수 없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4·10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기자협회보는 백선기 전 위원장을 비롯해 중징계를 주도한 위원 5명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판결을 받아들인다고 한 위원은 없었고 오히려 2명은 불복했다. 이들 5명은 지난해 전국언론노동조합에 의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선거방송의 뜻을 왜곡하는 바람에 부당한 제재로 방송사의 재허가 심사에 감점을 줘 경영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명예교수인 백 전 위원장은 26일부터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전혀 답하지 않았다. 징계 남발에 가장 책임이 있는 백 전 위원장은 지난해 5월 마지막 회의에서 언론탄압 비판에 대해 “제3자인 언론이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고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인 최철호 전 위원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화를 끊고 연락을 피했다. 최 전 위원은 당시 선거방송의 정의에 문제를 제기하는 진술자에게 윽박지르는 등 가장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MBC 부사장을 지낸 권재홍 전 위원은 “법률 해석에 민간인인 선방위원이 입장을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고만 밝혔다. 권 전 위원은 TV조선 ‘강적들’을 진행하고 있다.

TV조선 출신의 손형기 전 위원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법관이라면 상식적으로 방송사 승소 판결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묻자 손 전 위원은 “대통령을 터무니없이 비판하면 표심에 영향이 가지 않겠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손 전 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한 MBC에 “‘이게 왜 선거방송이냐’고 하는데 대통령과 가족을 악의적으로 흠집 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이라며 법정 제재 중 가장 수위 높은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었다.

김문환 전 위원은 “사법부는 존중하지만 판결이 옳은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든 확고한 소신으로 내린 결정에는 일절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또 “법원 판단은 심급이 올라가면서 계속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왜 유독 지난 총선 선방위에서 제재가 많았는지는 연말에 음주운전 단속을 많이 하면 실적이 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은 “방송은 국민의 재산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공정성이 생명이고 표현의 자유는 그다음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법원은 공정성을 위해 부득이 제재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우선해야 한다며 제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할 수 있는 한 엄하게 심의했다는 김 전 위원의 설명과는 정반대다.

선방위는 선거기간에만 짧게 운영하고 해산돼 고무줄 제재를 하더라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다. 6·3 대선을 위해 새로 꾸려진 이번 선방위는 지난 선방위가 선거방송의 범위를 넓히고 떠난 탓에 혼란을 겪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킨다며 ‘파란색 1’ 그래픽을 쓴 MBC 일기예보에 내려진 제재를 비롯해 13건의 취소소송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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