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퇴출 김백퇴진 YTN 제자리로"… YTN노조, 7년만에 파업

28일 하루 파업… 조합원 200명 넘게 참여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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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은 단순한 쟁의행위가 아니다. 내란 세력과 결탁한 자본이 YTN을 장악하려는 시도에 맞서 조합원 모두가 단결해 나서는 첫 싸움이자 언론 독립과 법이 보장한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결연한 저항이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하루 전면파업에 돌입하며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1층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참석한 YTN 조합원들과 발언 중인 전준형 언론노조 YTN지부장 모습. /한국기자협회

임단협 협상 최종 결렬에 따라 28일 하루 전면 파업에 돌입한 YTN 구성원들의 파업 결의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YTN 사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쟁의행위의 시작을 알렸다. ‘ㄱ’자 모양의 로비 중 한 줄 전체를 거의 가득 채운 조합원 규모는 행사 시작 이후에도 서서히 늘어 종국엔 외부 참석자를 포함해 270~280여명에 달했다. “YTN 총단결로 공정방송 수호하자!”, “유진퇴출 김백퇴진 YTN 제자리로!” 구호가 건물 1층을 채웠다.

전준형 YTN지부장(쟁의대책위원장)은 이날 출정식 투쟁사에서 “유진은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우리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노동의 권리를 주지 않겠다고 한다. 그동안 공정방송 제도를 통해 해온 그 모든 공정방송의 권리, 제도를 빼앗겠다고 한다”면서 “싸움은 쉽지 않다. (그동안 3번의 파업이 있었지만) 자본과의 싸움은 첫 대결이다. 하지만 YTN은 그동안 싸워야 할 때 단 한 번도 싸움을 피한 적이 없다. 싸움을 해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함께 가자”고 밝혔다.

YTN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5개월 간 임단협 교섭을 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국 지난 19일 최종 결렬됐다. 20~2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이날 하루 전면파업이 결의됐다. 민간자본인 유진그룹이 YTN 최대주주가 된 뒤 노동조합이 적법한 쟁의권을 확보해 나선 첫 쟁의행위이기도 하다. 임단협 쟁점은 ‘2024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2.3% 임금인상’, ‘시간외수당 법정화’, ‘보도국장 임면동의제 등 단체협약 준수’, ‘대규모 조직개편 시 조합과 사전 협의 요구’ 등이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하루 전면파업에 돌입하며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1층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참석한 270여명 YTN 조합원 등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한국기자협회

YTN지부는 파업결의문에서 “윤석열 정권의 강제 지분매각과 졸속 심사로 유진 자본의 손아귀에 넘어간 YTN은 지난 1년 처참하게 망가졌다”며 “(MB정권 당시) YTN 대량해직 사태의 원흉 김백은 내란 세력을 뒷배 삼아 낙하산 사장으로 낙점됐고, 자신을 꽂아준 권력자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YTN에 편파방송이라는 낙인을 새겼다”고 적시했다. “외압을 막기 위한 공정방송 제도는 철저하게 무시당했”고,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비판과 풍자는 철저하게 봉쇄당했”다고도 했다.

아울러 YTN지부는 “유진자본과 부역자 김백은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며 우리의 목줄을 더욱 죄어왔다. (중략) YTN은 유진 자본의 홍보대행 하청업체로 전락했고, 돈 관리마저 유진 자본에게 맡기며 곳간 열쇠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면서 “언론은 사회의 공기다. (중략) YTN은 특정 정치집단의 선전도구나 이윤만 쫓는 천박한 자본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파업을 통해 YTN에서 유진 자본을 쫓아내고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단협 결렬의 배경엔 ‘YTN 민영화 과정의 문제점’, ‘유진그룹이 최대주주가 된 이후 보도·조직개편 등에서 나타난 폐해’,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현실’ 등에 대한 내부 우려와 공감대가 놓여 있다. 이날 서울과 지역, 소속부서, 성별, 연차, 파업경험과 상관없이 다수 조합원들이 출정식에 참석해 이번 파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정유신 YTN 국제부 기자는 2009년, 2012년, 2018년 YTN 파업의 역사를 돌아보며 “누구도 파업을 원치 않지만 싸움을 걸어왔을 때 피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세 차례 파업을 거쳐 많은 희생을 내가면서 우리가 쌓아왔던 것들을 다시 지킬 수 있도록 이번 파업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될 걸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하루 전면파업에 돌입하며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1층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참석한 270여명 YTN 조합원 등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한국기자협회

이어 “김백(사장)과 (가족, 친지 등을 동원한 민원으로 방송사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는 ‘민원사주’ 의혹의) 류희림(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김건희가 이어지는 커넥션이 하나하나 늘고 있고 이번 파업을 통해 진실이 다 드러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00년 YTN에 입사한 정유신 YTN 기자는 이명박 정부 시기 YTN 해직사태를 겪었다. 당시 모든 해직자가 회사에 돌아오는 덴 3249일이 걸린 바 있다.

김세호 YTN 영상취재부 기자는 업무상 연관도가 적은 기술과 영상직군을 통합해 분사 가능성이 언급됐던 조직개편,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를 무시한 행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입사 후 8~9년 간 영상취재부에 있으면서 제가 보도 업무에 종사한다고 생각해왔다. 실제 영상과 취재기자의 합이 저희 보도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이번 조직개편을 보며 참 이해가 안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협에 있는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를 회사가 지키지 않고 있는데 정말 안타까운 건 저흰 지금 (본부가 달라져) 단협을 지킨다고 해도 투표에 참여할 수가 없다. (중략) 영상국에 노조 조합원이 많은데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대구경북 취재본부에서 근무하는 김근우 YTN 기자는 이날 새벽 기차로 서울 본사에 올라와 파업에 참여했다. 김 기자는 이날 발언에서 과거 근무했던 언론사의 소유구조가 바뀌며 “자부심을 한번 잃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남은 동료들이 가장 견디기 어려워하는 게 변해버린 사람과 분열이라고 한다. (중략)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결이다. 우리의 자부심은 단결 위에만 세워질 수 있다. 제가 YTN에 들어와서 가장 좋아하게 된 말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YTN은 하나’다. 함께 ‘우리의 자부심, 우리의 YTN’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하루 전면파업에 돌입하며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YTN 조합원 200여명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한국기자협회

출정식 이후 조합원들은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유진그룹 본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유진그룹 규탄’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사옥 앞 한 개 차선을 조합원들이 가득 채웠고, 주변엔 경찰병력 10여명도 배치됐다. 언론노조는 이날 규탄문에서 유진그룹을 YTN에서 퇴출해야 하는 이유로 “YTN 매각이 불법”이고, “‘언론 독립성’의 파괴자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YTN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있고, “‘내란 세력의 하수인’ 김백의 뒷배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언론노조는 YTN 민영화 과정의 위법·졸속 의혹과 관련해 “통일교 측이 김건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고가의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그 목적 중 하나가 바로 YTN 인수였다”며 “통일교가 밀려나고 유진그룹이 낙점된 배경을 두고 의혹이 무성하다”고 했다. 이어 “유진그룹은 당시 시장가보다 1000억원 이상 높은 금액을 써내며 낙찰받았다. 이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 심사 역시 졸속으로 이뤄졌다. YTN을 국민에게서 훔쳐, 자본에 넘긴 것은 장물 거래나 다름없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적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MBC 기자)은 과거 MBC가 여의도에 있던 시절을 언급, “MBC를 정상화시키는 투쟁 과정에서 MBC 사옥과 이곳 방송문화진흥회 건물을 왔다갔다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곳 여의도가 YTN 조합원들의 투쟁으로 다시 언론자유 투쟁의 성지로 기록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하루 전면파업에 돌입하며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YTN 조합원 200여명 앞에서 개회사를 하는 이호찬 언론노조위원장. /한국기자협회

그는 “언론에 관심도 없던 유진그룹이 어떻게 YTN을 차지하게 됐는지, 매각 과정에서 윤석열, 김건희 일당과 어떻게 유착했는지 검찰 수사를 통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으로 본다. 2인 방송통신위원회 체제에서 제대로 된 심사도 없이 어떻게 매각이 승인됐는지도 밝혀질 것이고 유진 역시 법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유진이 기업으로서 번창을 원한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바로 YTN에서 떠나는 거다. 불법적인 매각과정을 고백하고 YTN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

타 언론사의 10~20여명 언론노조 본부·지부장들이 이날 출정식과 결의대회에 참석해 연대 발언을 했다. 윤석열 정부 시기 ‘민원사주’ 의혹과 ‘정치심의’ 논란을 빚었던 류희림 방심위원장에 맞섰던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12월3일 내란 세력은 군대를 동원해 민주주의를 공격했다. 꼭 총칼을 들어야만 내란인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은 먼저 펜과 마이크, 카메라를 겨냥했다. 언론을 장악하는 것으로 내란은 이미 시작됐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하루 전면파업에 돌입하며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YTN 조합원 200여명 모습. /한국기자협회

그는 “윤석열 정권에서 방송사들이 장악당하는 과정에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반성문이다.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했던 과거를 부정하고 사죄한 KBS의 박민, YTN의 김백이 대표적”이라며 “반성하지 않는 방송사들에겐 중징계가 내려졌다. 중징계를 받았던 YTN은 김백 사장 취임 후 대국민 사과를 하고 방심위에 재심청구를 했고 마치 류희림은 화답이라도 하듯 받아들여 제재 조치를 낮춰줬다.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업도 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유진강점기를 살아가는 여러분들의 분노는 YTN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공정방송의 가치가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정의로운 투쟁에 언론노조 소속 모든 동지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하루 전면파업에 돌입하며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YTN 조합원 200여명 앞에서 발언 중인 전준형 YTN지부장. /한국기자협회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흔들어 언론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했고, YTN은 공기업 팔을 비틀어서 사영화를 시켰다. 비겁하고 치졸하고 악랄한 행태”라며 “이 과정에서 우리가 피땀 흘려 만들었던 방송이, 우리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폄훼당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어딜 가도 KBS라는 이름을 떳떳이 얘기할 수 없었는데 YTN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BS의 과거 두 차례 파업을 언급하며 “여러분들은 권력에 굴하지 않겠다, 자본에 굴하지 않겠다, YTN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제대로 된 보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파업 동지로서 YTN 옆에 KBS가 함께 하겠다”고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파업은 윤석열 내란 정권의 YTN 지분 불법 매각에서 비롯됐다. 위법적 2인 방통위에 의한 엉터리 최대주주 변경 심사 및 의결과정은 숱한 논란을 낳았는데 이후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김건희 금품수수 의혹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의 YTN 인수 추진 의혹까지 불거졌다”며 “보도전문채널을 놓고 이런 흥정을 했다는 게 시민으로서 충격이었다. YTN 지분 강제매각은 내란 정권의 언론장악 진상규명 최우선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하루 전면파업에 돌입하며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국기자협회

그는 “YTN 구성원은 창사 이래 지금까지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이번까지 네 번의 파업 투쟁에 나섰다. 그때마다 시민들은 가장 먼저 달려가 촛불을 들고 연대했다”며 “시민사회는 유진그룹의 강탈에 맞서 공정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한 YTN 구성원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하며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의대회에선 유진그룹 사측 관계자가 불법적으로 채증을 하며 소동이 일기도 했다. YTN지부 집행부 등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쟁의권을 획득했고, 신고도 돼 있는 집회 진행이며, 파업 투쟁을 방해하는 행위가 불법이란 점을 항의해 촬영본 삭제와 책임자 사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현 의원도 이날 파업 현장을 찾아 연대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YTN을 포함해 KBS, MBC, TBS 등 윤석열 정권에서 벌어진 방송장악과 관련한 제반의 문제들을 저희가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방송3법,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포함한 개혁방향에 대해서도 늦어도 6월 안까지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말씀도 드린다. 그렇게 되면 현재 김백 사장 체제에서 YTN이 겪고 있는 일도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하루 전면파업에 돌입하며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YTN 조합원 200여명 앞에서 연대 발언 중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방위 간사).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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