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언론정책 미리보는 대선 공약에 '어떻게'가 없다

[대선후보 언론·미디어 공약 점검]
공영방송 독립성 확보 방안엔 이견
미디어산업 규제완화 대체로 일치
김문수·권영국 지발기금 확대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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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상황을 감안해도 역대 가장 늦게 대선 후보 공약집이 나오는 현실에서 기자협회보는 차기 정부 언론·미디어 공약을 살피는 기획을 마련했다. 14~15일 4개 정당 대선 후보 캠프에 총 8개 공통질문을 전달했고, 24일까지 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권영국(민주노동당) 후보가 답변을 전해왔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27일까지 회신이 없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10대 정책 공약을 참고, 관련 사안에 일부 포함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울 후보들의 정책·공약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기자협회보는 각 후보 캠프에 질의서를 보내 언론·미디어 공약을 따로 살펴봤다. 사진은 27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국내로 회송된 재외투표지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

주요 공약서 ‘공영방송’으로 후보들 경쟁

세 후보는 공영방송, 지상파를 주요 공약에서 언급했다. 우선 김문수 후보는 ‘1공영 다민영’ 체제를 내세웠다. 공영방송의 질적 변화와 글로벌화를 유도해 일본 NHK나 영국 BBC 같은 방송사를 만들고, 민영방송은 규제개혁으로 품질 높은 방송을 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과거 보수정당에서 주로 들고 나와 논란이 된 ‘MBC 민영화’ 등과 같은 맥락에 놓이는 정책이다.


이준석 후보는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임명 방지를 공약했다. 방법론은 지원자의 방송경력 10년 이상 요건 법제화, 사장 임명동의제 도입 등이다. 국민부담을 줄이고 공영방송 재원의 정치적 예속을 차단하겠다며 KBS·EBS 수신료 폐지, 조세방식 전환도 공약했다. 공영방송 고사와 함께 오히려 정부 입김을 강화할 소지가 큰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권영국 후보는 1호 공약 ‘불안정노동자 권리 찾기를 위한 노동법 전면 개정’의 맥락에서 방송업계 ‘무늬만 프리랜서’ 고용 관행 해소 의지를 드러냈다. 청주방송 이재학 PD, MBC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를 사례로 언급, 상시지속업무 근로계약 의무화 등을 이행하는 방향이다.

공영방송 독립성… ‘지배구조’ vs ‘편파·왜곡보도’ 개선

공영방송 독립성 확보 방안엔 입장차가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12일 민주당 대선 10대 정책공약에서 “방송의 공공성 회복과 공적책무 이행”을 강조하며 정치적 독립 보장을 위한 법제정비, 방송의 보도·제작·편성 자율성 보장을 약속했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다양화, 추천 주체 법제화 등을 담은 ‘방송3법’이 민주당 주도로 추진 중인데 이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시사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지배구조 자체보다는 정치적 편파보도와 왜곡보도”가 문제라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선 공정한 보도준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배구조는 글로벌 표준에 가깝고, 독일식 모델 적용은 적절치 않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김 후보는 “언론노조에 의해 오염된 공영·민영방송 체제의 획기적인 질적 변화”를 거론하며 고 오요안나 캐스터를 폭압적 문화의 피해 사례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지배구조 개편이 선결과제”, 권영국 후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민주화, 시청자주권 실질화를 위한 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특히 권 후보는 “이 모든 개혁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시도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내고, 그 책임자들을 분명하게 처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수·이준석 ‘규제완화’, ‘AI업계·언론사 상생’ 한목소리

미디어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완화에 대해선 대체로 견해가 일치했다. 김 후보는 미디어 통합 혁신법을 제정해 OTT와 레거시 매체의 영상이 “공통된 심의 기준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OTT와 경쟁을 위해선 “기존 방송사에 적용된 광고·협찬 등 과잉 규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로서 뉴스 저작권 문제에도 대동소이한 입장이 나왔다. 김 후보는 “언론사의 저작권은 당연히 인정”돼야 하고 “AI 업계 어려움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상생을 위한 저작권법 개선방안 검토를 제안했다. 이준석 후보는 “AI 기술 발전을 위해 일정 수준의 데이터 접근은 보장돼야 하지만 동시에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정책적 기준 마련, 상생의 생태계 조성 등을 거론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기능 통합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해선 권영국 후보가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안을 내놨다. 언론매체 수익 개선을 위한 규제 폐지 대신 방송 독립성, 미디어 공공성, 시민 참여와 권리보장을 핵심가치로 내세운 정책방향, 기구 재편을 시사하는 방안이다.

21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언론·미디어 분야에서 새 정부는 어떤 정책과 공약을 선보이고, 언론 현안은 어떻게 풀어낼까. 사진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27일 경기 수원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수원보훈요양원에 마련된 거소투표소에서 투표 중인 유권자 모습. /공동취재

김문수·권영국 “지역신문발전기금 확대”

지역언론 지원책으론 지역신문발전기금 확대가 거론됐다. 김 후보는 연간 80~90억원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점진적으로 세 자릿수 억대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을 통한 ‘공익광고비의 지역신문사 비율 배정’의 경우 매체 편중·공정성 시비를 들어 신중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권 후보는 미디어바우처, 언론진흥기금 등을 활용한 지역신문발전 기금 재원 확대 방안을 내놨다. 이준석 후보는 디지털 전환 인프라 구축, 지역특화 콘텐츠 제작지원, 공공기여도에 따른 차등 인센티브 부여로 지역언론 역할과 자생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尹 정부가 남긴 언론 상흔, 새 정부서 해결될까… 대선 주자들 생각은

기자협회보는 21대 대선에 출마한 주요 4개 정당 후보들에게 윤석열 정부 시기 벌어진 언론 현안에 대한 입장과 개선책도 물었다. 총 4개 질문은 언론계에 상흔을 남긴 현재 진행형의 문제로서 차기 정부에서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사안과 관련이 있다.


‘불법·졸속 절차로 민영화됐다는 의혹, 고발 제기된 YTN’ 사태에 대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정말 모르겠다. 누구를 위한 공영 논쟁인가”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김 후보는 민영화 논의가 문재인 정부 시절 재정 효율화를 위해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시작됐다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물어보겠다. 그럼 한전KDN이란 공기업이 지분을 가진 언론사가 정부의 눈치는 안보겠나. 건설사가 소유한 SBS는 그럼 언론의 자유가 없나”라고도 덧붙였다.


‘YTN 민영화’가 윤 정부 방송장악 시도란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윤 정부가 당시 대주주였던 공공기관들에게 YTN 지분을 시장에 팔도록 압박했고,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위법적 심사를 동원해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며 4월 관련 책임자들을 고발한 바 있다. ‘YTN에서 김건희가 성역이 됐다’는 내부 비판에 비춰볼 때 소유구조가 언론보도에 미친 영향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방정부·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사실상 폐국된 TBS 대책’에 대해선 ‘민영화’가 당 해법인 것으로 안다고 김 후보는 밝혔다. 교통방송으로 출발했지만 “특정 정당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서부터” 김어준 등 친야 성향 방송이 공영방송 간판을 걸고 이뤄졌다면서 김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TBS 민간 인수 모색, TBS에 대한 지원연장 필요 발언 등을 “TBS를 시민에게 다시 돌려드리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TBS 출연금 삭감은 서울시가 먼저 주도했고,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해당 조례 폐지로 종지부를 찍었다. 서울시 출연기관 해제에 따라 TBS 구성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선전전과 ‘공영방송 정상화 선언’ 등을 하고 있지만 폐국 위기가 여전하다. 이유를 떠나 ‘정치’의 문제로 언론사가 폐국되는 일은 민주사회와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2인 체제 방통위’, ‘정치심의 등 논란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한 답변에선 과거 여야의 입장차가 되풀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민주당 10대 정책공약에서 “방통위의 정파성 극복을 위한 방송영상미디어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방통심의위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한 축소 운영은 행정의 정당성과 제도 안정성을 훼손한다”며 원 구성에 충실한 합의제 운영을 강조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방송보도에 대한 자율심의 전환, 심의위원 다양화를 통해 사실상 국가의 언론통제기구로 전락한 방심위를 개혁하겠다고 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아온 민주당에 2인 체제 책임을 돌렸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및 정치심의 비판에 대해선 민주당 공세란 입장을 드러냈다. MBC ‘바이든 날리면’ 사태를 거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자막까지 달아 보도하는 MBC 보도관에 대해서는 전혀 비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완벽했다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진영 논리에 휩싸여 심의 논쟁이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제대로 된 방송 담론이 정립될 수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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