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내쫓은 김유열 못마땅했나… 이진숙 방통위 '무리수'
김유열 EBS 사장 복귀 사흘만에 직무정지 가처분
심문종결 3주 넘게 판결 늦어지는 이유 살펴보니…
원고 '대한민국'인데 법무장관 지휘받았는지 확인 안돼
방송통신위원회가 김유열 EBS 사장 직무를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이 2일 심문을 종결했으나, 3주 넘게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가처분 사건 특성을 고려하면 선고가 늦는 편인데, 그 이유로 국가가 원고인 소송임에도 방통위가 법무부 장관 소송위임장을 제출하지 않는 등 절차 미비 문제가 거론된다. 방통위가 충분한 법률 검토 없이 김유열 사장을 밀어내기 위한 무리한 소송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추가로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해 독립당사자 참가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김유열 사장 측은 해당 신청이 타당한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어 법원 결정은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국가소송법)에 따르면 행정소송이 아닌 국가를 당사자 또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인 국가소송의 경우 법무부장관이 국가를 대표한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행정청엔 방통위도 포함된다. 이번 민사소송 채권자 이름이 소송을 제기한 방통위가 아닌, 대한민국으로 명시된 이유다.
또 국가소송 수행자의 지정 및 소송대리인의 선임은 법무부장관의 지휘 하에 이뤄진다. ‘국가소송 수행자의 지정 및 소송대리인의 선임’을 규정한 국가소송법 제3조엔 법무부장관은 법무부의 직원, 각급 검찰청의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해 국가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법무부장관은 행정청의 국가소송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해당 행정청 장의 의견을 들은 후 행정청의 직원을 지정해 그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으며, 지정된 소송수행자는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당초 가처분 신청 소장 등에는 채권자가 ‘대한민국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진숙’으로 나와 있고, 이진숙 위원장이 임무영 변호사를 선임하는 문서 등만 첨부돼 있었다. 이에 김유열 사장 측이 원고 적격성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하자, 이후 방통위 측은 채권자명을 ‘대한민국’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진다. 2일 심문에서 김 사장 측은 법무부 장관이 승인한 소송위임장 제출, 소송 수행자 지정 등의 절차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들어 이번 사건이 각하 사유가 된다는 의견을 냈다. 심문에서 재판부가 채권자명 변경 신청에 대해 법무부 장관 위임 서류 등 제출 여부를 묻자 방통위 측 대리인은 5월13일까지 서류를 제출하겠다는 답을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관련 서류는 제출되지 않았다. 여전히 이번 사건의 채권자(대한민국) 소송대리인은 임무영 변호사로 나와 있다. 과거 대한민국을 상대로 김유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이 낸 해촉 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이 한 법무법인을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내용이 담긴 서류가 제출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김유열 사장 직무수행이 이진숙 위원장 권리 침해?
오히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9일 해당 사건에 대해 추가로 독립당사자 참가 신청을 접수했다. 민사소송법 상 소송 목적의 전부나 일부가 자기의 권리라고 주장하거나, 소송결과에 따라 권리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는 제3자는 독립당사자 참가를 할 수 있다. 해당 가처분 사건에도 방통위원장이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행정법무담당관 측은 ‘법무부 장관 지휘 하 이뤄지는 국가소송 수행자 지정, 소송대리인 선임 등 절차, 서류 제출을 하지 않은 이유’ ‘이진숙 위원장의 독립당사자 참가 신청 취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답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방통위 대리인인 임무영 변호사도 해당 질문에 대해 “진행 중인 사건 내용을 말씀드리는 건 변호사 윤리에 반한다”며 답하지 않았다.
이미 방통위의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해 “무분별한 소송”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4월10일 방통위는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김유열 사장을 상대로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유열 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신동호 EBS 사장 임명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이 나온 지 사흘만이었다. 앞서 3월26일 이진숙 위원장은 김태규 부위원장과 2인으로만 신동호 EBS 사장 임명을 의결한 바 있다.
신동호 임명자가 EBS에 정식 출근도 못한 사이, 행정법원이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에 대해 “법률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고 “신청인(김유열)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며 신동호 임명 처분 집행정지를 결정하면서 김유열 사장은 직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항고로 신동호 EBS 사장 임명 효력정지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 다시 민사법원을 통한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며 신동호 EBS 사장 임명 논란을 두고 두 개의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 벌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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