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대선 개표방송 '기술 전쟁'… AI부터 XR까지 총동원

20대 대선 '족집게' 예측한
3사 출구조사 정확도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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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상파 3사가 각각 차별화된 기술과 콘텐츠를 앞세워 개표방송 시청률 경쟁에 나선다. 특히 이번 개표방송은 생성형 인공지능(AI)부터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등 첨단 기술이 총동원되며,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시청 경험을 제공할 전망이다.

KBS, 생성형 AI 전면 도입… 서울 광화문에 'K-큐브' 특설 스튜디오

KBS는 이번 대선에서 개표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생성형 AI를 전면 도입한다. 후보자 득표 현황 그래픽에 AI를 활용,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타이틀과 출구조사 카운트다운 영상에도 AI 기술을 접목할 방침이다.

KBS는 서울 광화문 의정부지 역사문화광장에 ‘K-큐브’ 특설 스튜디오를 설치해 개표 상황을 생중계한다. /KBS

물리적 공간도 파격적이다. KBS는 서울 광화문 의정부지 역사문화광장에 ‘K-큐브’ 특설 스튜디오를 설치해 개표 상황을 생중계한다. 역사문화광장은 조선시대 최고 의결기관이자 행정기관인 의정부가 자리했던 곳으로, 광화문 일대가 지니는 정치적 상징성이 개표방송에 무게감을 더할 예정이다.

대선 당일 ‘K-큐브’에선 ‘여의도 라이브’의 대표 패널인 박성민 정치평론가를 비롯해 각 정당 선거대책위원회의 핵심 인물들이 선거 전략과 공약 등을 설명한다. 심야 시간에는 각 후보 캠프에서 선거 현장을 누볐던 젊은 정치인들이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할 계획이다.


기존 KBS 개표방송의 상징이었던 ‘듀얼 K월’은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로 확장됐다. 가로 24m에서 26m로, 세로 4m에서 6m로 대폭 확장됐고, 이와 함께 새로운 ‘K-스피어’도 선보인다. K-스피어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설치된 지름 7m의 구형 LED 디스플레이로, 미디어아트와 AR 기술을 결합해 후보자 정보와 득표율을 입체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KBS는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처음 도입한 이후 100%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는 당선자 예측 시스템 ‘디시전 K+’도 이번 대선에서 가동한다. 디시전 K+는 역대 선거 중 가장 박빙으로 꼽혔던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국내 언론사 당선 예측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먼저 당선 ‘유력’ 판정을 내린 바 있다.

KBS 선거방송 총책임을 맡은 이민영 선거방송기획단장은 “제21대 대선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가장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개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해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토론M' 승부수… '돈룩업' 등 시민참여 캠페인​

MBC는 개표방송에서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유시민 작가,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을 초빙, 이들을 맞세운 ‘토론M’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정국을 분석해온 두 논객이 시시각각 변하는 표심을 해부하고 선거 결과에 따른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릴 예정이다. 토론 진행은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뉴스하이킥’의 진행자 권순표 앵커가 맡는다.

개표방송 전체 진행은 조현용 앵커와 이재은·김수지 아나운서 등 베테랑 진행자들이 총출동한다. 조현용 앵커는 “내란을 막아낸 시민들 덕에 실시되는 대선이라는 점을 유념할 것”이라며 “단순한 개표 상황 전달을 넘어, 한 표 한 표에 담긴 유권자들의 열망을 담아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방송이 되도록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개표방송 전 시민 참여 캠페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12일 36개의 질문으로 정치적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정치 성향 진단 서비스 ‘정치혈액형’을 선보였는데, 오픈 3일 만에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MBC는 16일부터 셀프 스튜디오 ‘돈룩업’과 함께 서울 마포구 MBC 사옥 광장에 포토 부스를 설치해 ‘찍자! 선택2025’ 선거 참여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MBC

MBC는 또 16일부턴 셀프 스튜디오 ‘돈룩업’과 함께 서울 마포구 MBC 사옥 광장에 포토 부스를 설치해 ‘찍자! 선택2025’ 선거 참여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포토 부스는 기표소 형태로 제작됐으며, 사진 프레임과 이모지 등도 선거에 맞게 디자인됐다.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쇼! 음악중심’과 ‘복면가왕’ 등 MBC 예능프로그램 방청권과 치킨, 커피 상품권 등을 경품으로 내걸 예정이다.

한편 MBC는 인기 유튜버 ‘준빵조교’가 출연하는 선거 사전 캠페인 영상도 최근 공개했다. MBC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함께 준비한 영상으로, 준빵조교 문준수 씨가 전국 4000만 유권자의 소중한 선택을 책임지는 기표봉으로 등장, 투표지 위를 누비며 기표 유의 사항과 투표 독려 메시지 등을 전한다. 해당 영상엔 조현용, 김수지 앵커도 카메오로 출연해 ‘한 표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SBS, MZ 겨냥 파격 토크쇼… XR 스튜디오 구현, 몰입감 극대화

SBS도 이번 개표방송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인다. 지루한 토론 프로그램과의 작별을 선언하며 MZ세대를 겨냥한 ‘썰통령’ 토크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진보 진영에선 유튜브 ‘사장남천동’의 진행자인 오창석 더불어민주당 전략자문단 부단장과 청와대 청년비서관을 지낸 박성민씨가, 보수 진영에선 국민의힘 대변인이자 토론배틀 우승자인 박민영씨, ‘분노좌 보수 여신’으로 불리는 백지원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이 출격할 예정이다.

이들은 손자병법 속 전략을 이용해 말의 전쟁을 펼치거나 상대 당의 대통령 후보가 당선돼선 안 되는 이유를 다섯 글자로 제시하는 등 신선한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 공개 이후엔 ‘대선직썰’이 진행된다. 대통령 선거 판세 분석에 깊이를 더해줄 이 코너엔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등판한다. 진행은 지난 2년 여간 SBS 주말 메인 뉴스 앵커로 활약한 정유미 기자가 맡는다.

SBS는 이번 개표방송에서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XR 기술을 적용, 실제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가상 토크 스튜디오를 구성했다. /SBS

주목할 것은 이번 토크쇼가 ‘XR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SBS는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XR 기술을 적용해 실제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가상 토크 스튜디오를 구성했다.

게임에 많이 사용되는 ‘언리얼 엔진’을 이용, 3D 입체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5곳의 장소를 토크쇼 주제에 맞춰 시시각각 바꿈으로써 다양한 연출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전망이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였던 ‘광장’과 당시 참가자들의 모습을 비롯해, 가상의 대통령 집무실 내부도 XR 스튜디오에서 만날 수 있다.

SBS는 “라이브 토크쇼에 XR 스튜디오를 활용하는 건 국내 방송사 가운데 첫 시도”라며 “앞서 2023년부터 시즌 2까지 방영했던 시사교양 프로그램 ‘과몰입 인생사’에 XR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바 있다. 당시 제작에 참여한 국내 최고 수준의 XR 전문 기술진이 이번 선거방송에도 함께한다”고 밝혔다.

출구조사 결과 20시10분부터 인용 가능… 출처 표기해야

한편 지상파 3사는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대선 당선자 예측을 위한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orea Election Pool·KEP)를 구성하고 대선 당일 출구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 약 1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별도로 1만1500명을 대상으로 사전투표자 예측을 위한 전화조사를 실시한다.

KEP는 또 ‘출구조사 인용 보도 기준’을 배포하고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인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KEP가 발표한 인용 보도 기준에 따르면 당선자 예측 및 예상 득표율은 투표 마감 10분 후인 오후 8시10분 이후부터 인용 가능하다. 기준을 적용받는 매체는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인터넷신문, 포털 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및 1인 방송 크리에이터까지 해당된다. 인용 시엔 화면에 ‘방송 3사 공동 예측 조사’ 출처를 표기해야 한다.

KEP 위원장인 이민영 KBS 선거방송기획단장은 “출구조사는 신속 정확한 선거결과 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정부와 선관위의 공정한 선거관리를 검증할 유일한 도구로서의 의미도 크다”며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지적재산인 만큼 허락 없이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 3사는 이미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용 보도 기준을 위반한 유튜브 매체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며, 이번 대선에서도 적극적인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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