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민영화 후 첫 임단협 결렬에 '쟁의 돌입' 결의

쟁의투표 76.7% 가결… 내주 파업출정식
YTN지부 "필요시 파업도 주저않을 것"
사측 "원만한 합의 위해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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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 최종 결렬에 따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YTN지부)가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과반을 넘긴 약 80%가 찬성 의사를 표한 결과가 나왔다. YTN지부는 다음 주 파업 출정식을 열고 다양한 현장 및 법률 투쟁을 진행하는 등 본격 파업 일정에 들어갈 방침이다.

21일 YTN지부에 따르면 교섭대표 노조인 YTN지부와 YTN 방송노동조합 등의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임단협 조정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과반이 쟁의 돌입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 YTN지부에선 조합원 481명 중 449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93.35%)해 387명이 찬성표(86.19%)를 던졌고, YTN 방송노동조합에선 82명 중 61명이 투표(투표율 74.39%)해 4명이 찬성(6.56%)한 결과였다. 이에 따른 전체 찬성률은 76.67%다.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노사 임단협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던 기간인 15일 서울 마포구 YTN사옥 로비에서 결의대회를 연 모습. /언론노조 YTN지부

YTN 노사는 지난 5개월 간 임단협 교섭을 해왔지만 평행선을 달렸고 지난 2일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조정 절차에 들어간 바 있다. 결국 19일 조정중지 결정이 나며 쟁의권을 확보한 YTN지부는 20~21일 이틀 간 구성원들에게 쟁의 동의 의사를 묻는 이번 투표를 진행했다. 그간 회사는 임금 동결과 더불어 기존 단협에 포함된 보도국장 임면동의제 삭제를 요구했고, 노조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앞서 투표 전 전준형 YTN지부장은 호소문에서 “일한 대가로 현재 생활 수준을 유지할 만큼의, 즉 물가인상률만큼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 등이 과도한 요구가 될 수 없고, 보도와 경영을 분리해야 하는 방송사에서 보도국장 자질을 국원에게 묻는 것은 경영·인사권 침해로 규정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 결렬이란 직접적 사유와 별개로 ‘YTN 민영화’가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 일환으로 위법·졸속 절차를 동반한 결과였고, 최대주주로 유진그룹이 들어온 이후 YTN의 보도와 조직운영, 경영성과 등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다는 조직 내외 인식을 배경으로 노사는 긴장관계를 이어온 바 있다.

YTN 사측은 이번 2024년 임금 및 2025년 단협 협상이 결렬된 19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일부 사항에 대해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입장문을 냈다. 회사는 임금과 관련해 당초 ‘기본급 동결 및 일시금 100만원 지급’을 제시했지만 조정 등 과정에선 ‘2024년 기본급 1% 인상’ 등을 제안했다고 설명했고 “노동조합이 제시한 실국장 이상 보직자 임금 30~40% 삭감, 시간외수당 일부 법정화 등은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적었다.

단협상 보도국장 임면동의제에 대해선 “제도의 취지와 회사의 인사권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보도국장 복수추천제’로의 전환을 제안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회사 제시안은 ‘사장이 후보자 3인 이내 추천’을 하고, ‘보도국 구성원 투표를 거쳐 사장이 1인 임명’하는 방식이 골자다. 이는 현 YTN 보도국장 임면동의제의 전신에 가까운 형태로 실제 2002~2009년 YTN에선 이 같은 복수후보추천제가 이명박 정권 당시 배석규 사장이 일방적으로 폐기하기까지 운영된 바 있다. 사장이 보도국장 1명을 지명한 뒤 보도국 구성원에게 찬반을 묻는 현 임면동의제는 2017년 마련됐다.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노사 임단협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던 기간인 15일 서울 마포구 YTN사옥 로비에서 결의대회를 연 모습. /언론노조 YTN지부

YTN지부는 지난해 4월2일 김백 사장의 임명동의제 없는 보도국장 등 인선을 두고 낸 성명에서 “(배석규 전 사장의 추천제 폐기로) 김백은 그 덕분에 2009년 8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보도국장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사장이 입맛에 맞는 보도국장을 임명하면서 (세월호 참사 축소 보도, 돌발영상 폐지, 국정원 댓글 공작 보도 무마 등) 온갖 공정방송 훼손 사례들이 쌓여갔다”며 “2017년 YTN 언론노동자들의 오랜 공정방송 투쟁 끝에 보도국장임면동의제가 탄생했다.(중략) 하지만, 윤석열 정권과 유진그룹을 등에 업고 사장으로 돌아온 김백은 일순간에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었다.

YTN지부는 21일 투표 가결 직후 조합원 70여명으로 구성된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다음 주 파업 출정식 개최와 더불어 본격 파업 일정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YTN지부는 22일 지부장 명의 투쟁계획보고 공지에서 “쟁의행위에 대한 압도적 찬성은 조합원들의 분노와 결의가 얼마나 크고 강한지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이제 우리는 합법적으로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모든 절차를 거쳤다. (중략) 우리의 일터에서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현장 투쟁뿐 아니라 김백 경영진이 법을 무시하고 조합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은 데 대해 합당한 책임을 추궁하는 법률 투쟁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향도 내놨다. 현실적으론 태업이나 연차투쟁 같은 쟁의행위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전 지부장은 “파업은 우리 스스로 회사와 방송을 멈춰 세우는 가장 높은 수위의 쟁의행위다. 우리의 일터와 우리의 자부심과 우리의 존재 의미에 생채기를 내는 마음 아프고 부담스러운 투쟁”이라며 “하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YTN을 만들고 지켜온 건 무능한 경영진이 아니라 바로 YTN의 구성원들이었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하고 단호하게 인식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파업을 무작정 강행하진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엔 주저하지도 않겠다”고 강조했다.

YTN 사옥.

YTN 사측은 앞선 입장문에서 “구성원들의 권익과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노동조합과 대화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22일 YTN 사측 관계자는 조정 중지와 투표결과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22일 본보 질의에 해당 입장문으로 갈음한다고 밝히며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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