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중심' 대선보도 되풀이… "진보정당 조명 부족"

대부분 '이재명·김문수+이준석' 보도
군소후보 외면 지나치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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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대 양당 중심의 언론보도 경향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정당 후보에 대한 조명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언론사 내부에서도 지속 제기되는 상태다. 유권자의 다양한 선택을 돕는 기본 역할 측면에서, 승패를 넘어 공동체의 비전을 보는 접근 차원에서 언론의 역할을 돌아볼 때다.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공식 선거운동이 12일 시작되며 지상파 방송사들은 대선 후보들의 행보를 연일 전하고 있다. 12~17일 지상파 메인뉴스의 후보 동정 리포트를 살펴보면 KBS ‘뉴스9’는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등 세 후보를 기호 순으로 연달아 놓는 배치를 기간 내내 이어왔다. SBS ‘8뉴스’는 12·13·14·16일 세 후보 보도를 나란히 놨지만 15일 이재명·김문수 후보의 상호 비판을 2개 리포트로, 17일엔 ‘이재명 보도’와 ‘김문수·이준석을 한 데 묶은 리포트’를 냈다. MBC ‘뉴스데스크’에선 ‘이재명’ 대 ‘김문수·이준석’ 묶음 리포트 구성이 여러 차례(13·14·16·17일) 반복됐다.


조의명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보도민실위 간사는 “선거보도니까 균형을 생각해 이준석 후보도 무조건 한 꼭지를 한다기보단 밸류 판단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지지율이 애매한 상황에서 배분의 어려움도 분명하다. 다만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묶기에 결이 다르고 억지스럽다고 봐서 타사와 비교해 뉴스룸에 코멘트를 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보도가 없었는데 양당제가 건강한 게 아니란 점에서 지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기사 가치나 취재 구조가 양당에 쏠리기 쉬운데 제3지대, 군소 후보 외면이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선거보도는 ‘2+1인’의 틀에서 이뤄지고 있다. 실제 권 후보는 18일 첫 TV토론회 이전까지 지상파 3사 메인뉴스를 기준으로 단독 조명된 적이 없었다. 여타 후보 리포트 말미 1~3줄 가량 언급되는 정도였다. 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권 후보에 대해 메인뉴스 전국 방송에서 다뤄진 게 15일이 거의 처음일 정도로 드물었다. 법정 토론 참석 자격을 갖춘 후보에 대해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고 선택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공영방송 역할인데 소홀했고 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고정현 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위원장은 “타사에 비해선 많다는 평가도 있지만 거대 양당 중심으로 흘러가며 권 후보 보도가 부족하다는 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신문도 대동소이하다. 12~16일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10개 종합일간지의 1면엔 이재명·김문수 후보 2인이 등장한 사진이 18회로 가장 많았다. 이 중 대선 후보·정당이 1면에 나온 37회에 한정해 보면 2인만 담은 비율은 절반(48.6%)에 달했다. 벽보 부착이 시작된 15일엔 다수 신문이 모든 후보 얼굴을 1면에 담았는데 이 이벤트를 제외하면 비율은 더 오른다.


‘1강’ 후보 지지율이 과반인 여론조사가 다수 나오는 판세가 배경에 있다. 과거 박빙의 선거에서 진보 정당이 캐스팅 보트로 관심을 받았다면 이번엔 그런 기대도 불가능한 구도란 의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한 분석에선 이런 현실이 더 극명히 드러난다. 12~18일 후보자별 언론보도 언급 수는 이재명 1만3150건, 김문수 1만897건, 이준석 4402건, 권영국 834건 등이었다. 특히 토론회 하루 전인 17일까지 권 후보가 거론된 보도는 449건에 불과했다.


선거 판세를 보는 언론보도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실한 언론 역할을 담보하진 않는다.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다는 언론의 역할을 돌아볼 때 현 양상은 선택지를 2~3개로 제한하고 말기 때문이다. 언론사 나름의 후보 취사선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통령 후보자 TV토론회 초청 기준 등을 볼 때 자의적, 편의적 판단으로 비칠 여지도 있다. 일례로 대선 특집페이지를 마련해 후보자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사 중 조선일보, 서울신문, 연합뉴스는 7인, KBS는 앞선 선관위 기준에 따라 4인 후보 정보를 제공 중이다. 반면 원내정당 등을 기준으로 국민일보와 세계일보는 3인 정보만 실었다. 무엇보다 선거는 결과를 넘어 우리 공동체의 이 다음을 그리는 과정이란 관점에서 언론의 거시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신문사 한 정치부장은 “거대 양당 중심 보도가 오래 이어졌고, 원외정당의 현실, 이번 선거구도가 겹치며 주목도가 확연히 떨어졌다는 걸 실감한다. 제3후보나 진보 정당을 의미있게 다루기가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며 “다양성 차원을 넘어 진보 정당의 의제는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 측면이 있는데 그런 목소리를 내온 정당의 존립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건 사회 전체의 손실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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