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신학림' 인용보도 과징금 취소 두 판결, 엇갈린 선고 이유
제4부 "의혹 확정 안해, 객관성 위반 아냐"
제11부 "위반 중대성 낮아, 제재 과했다"
방통위 '2인체제 의결' 합법은 같은 판단
법원이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해 보도한 MBC와 YTN에 내려진 과징금을 취소한 가운데 재판부 두 곳의 선고 이유가 엇갈렸다. 재판부 한 곳은 편집된 녹취록 사용은 객관성 위반이 아니라고 했고, 다른 재판부는 잘못은 있지만 과징금 처분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부 모두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체제’에 대해서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16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김영민)는 MBC ‘뉴스데스크’에 부과된 과징금 4500만원을 취소하면서 이 보도가 “객관성·공정성·균형성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2023년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타파가 일부 편집한 녹취록을 MBC와 KBS, YTN, JTBC가 의심 없이 사용했다며 이들 방송사에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제4부는 MBC가 녹취록 원본을 확보하지 않고 보도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녹취록의 내용이 편집·왜곡되지 않은 것이 확실한 것처럼 방송”하지는 않았다며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 보도 근거는 조금 왜곡됐을 수 있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 자체를 확정적인 사실로 보도한 건 아니니 객관성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심위는 이들 방송사의 보도 내용 자체가 허위라서가 아니라 녹취록이 무결한 물증인 것처럼 기정사실화한 점을 객관성 위반으로 판단하고 제재했다. 녹취록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부산저축은행 대출브로커를 봐줬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박길배 검사에서 그의 상급자인 윤 전 대통령인 듯 편집돼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의혹을 허위라고 볼 수 있을지 1년 가까이 심리하고 있다.
제11부(재판장 김준영)는 YTN이 심의받을 이유는 있었지만 과징금 2000만원은 과했으니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제11부는 “YTN이 녹취록 내용의 사실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보도하기는 했다”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상당한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었고, 같은 날 다른 방송사들도 다뤘다”며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고 했다. 제재를 어느 정도로 했어야 적절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두 재판부 모두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체제 의결에 대해서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위원 정원 5명 중 적어도 3명 이상 회의에 참여하는 것이 합의제 정신에 바람직하긴 하겠지만 법 문언을 볼 때 필연적으로 3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해석을 끄집어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제7부와 제8부는 2인 체제가 위법이라고 해 1심에서 판결은 엇갈리고 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류 위원장에게 이해충돌 비위가 있다는 판단이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나왔지만 이번 판결에는 선고 이유로 쓰이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가족과 친척, 전 직장 동료 등에게 녹취록을 인용한 방송사들을 징계해 달라는 민원을 내게 한 의혹을 받는다. 류 위원장은 이 민원을 바탕으로 심의에 참여해 과징금을 결정했다.
방심위 노조는 19일 성명을 내고 “감사원이 오늘부터 류희림씨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감사를 착수한다”며 “철저한 사실 조사와 관련자 진술 확보를 통해 류희림씨가 사적 이해관계를 동원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불이익을 주고,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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