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故오요안나 괴롭힘 인정되지만 근로자는 아냐"

19일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
"근로자 인정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 적용 안 돼"
MBC 조직문화, 인력 운용상태 등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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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전경. /연합뉴스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에 대한 괴롭힘 행위는 인정됐지만 근로자는 아니기에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19일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고인은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업무상 수시로 지도·조언을 받아왔다”며 다만 “단순히 지도·조언의 차원을 넘어 사회 통념에 비추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돼 왔다”고 밝혔다. 그 예시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이 고인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게 되자 선배 기상캐스터가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한 행위다.

노동부는 “해당 행위들이 비록 고인의 실수나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으나 △고인이 사회 초년생인 점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수차례 이어져 온 점 △지도·조언에 대해 선·후배 간 느끼는 정서적 간극이 큰 점 △고인이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부는 고인의 노트북 및 참고인 조사를 한 결과, 오요안나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MBC 소속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행정, 당직, 행사 등 다른 업무를 하지 않은 점, 일부 캐스터는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하거나 엔터테인먼트사에 회원 가입을 하고 자유롭게 타 방송 출연이나 개인 영리활동을 한 점,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이 인정된다”며 “이와 같은 사유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에 반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의 판단 기준을 규탄했다. 이들은 “오요안나 기상캐스터는 방송 3시간 전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등 근로시간이 사실상 정해져 있었고 파트장이 원고를 검토하며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할지 가이드라인까지 지시하고 검토하는 등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받았다”며 “노동부가 근로자성에 대한 최근 판례의 경향을 무시하면서까지 MBC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방송사들의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한 노동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보도·시사교양국 프리랜서 중 근로자 25명 확인"... 체불임금 1억8400만원 적발

한편 노동부는 2월11일부터 5월16일까지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며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 유무뿐만 아니라 MBC 전반의 조직문화, 인력 운영 상태 등도 조사했다. 노동부는 3월18일부터 4월4일까지 3주간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응답자 252명 중 115명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또 입직 경로에 따른 부당한 대우, 무시 등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노동부는 “업무 시급이나 중요성을 이유로 특정 팀장급 직원이 공개적으로 폭언, 욕설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다들 그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쉬쉬하고 묵인한다는 답변 등이 있었다”며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개선계획서를 제출받고 그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극 개선을 지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보도·시사교양국 내 프리랜서 35명에 대한 근로자성을 추가 조사한 결과 이 중 25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확인됐다”며 “이들에 대해 현재의 근로조건보다 저하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시정지시하고 그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방송지원직·계약직 등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과소 지급 등 체불임금 총 1억8400만원도 적발해 MBC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김민석 노동부 차관은 “그간의 지속적인 방송사에 대한 지도·감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되고 인력 운영상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향후 주요 방송사에 대해서도 적극 지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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