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당선된다면, 견제할 정상적 야당이 없다면

[이제야 헌법을 읽는다] ⑶ 정당제도와 민주주의

헌법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국가를 강제하는 문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헌법을 몰라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국가가 헌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헌법으로 국가가 아닌 국민을 통제하기도 했다. 그러다 군사정부가 무너지고 시민들이 헌법을 새로 썼다. 이 헌법으로 우리는 국가를 통제해 왔다. 그런데 지금 시민이 만든 헌법이 무력화하고 있다. 헌법을 지키려면 헌법을 알아야 한다. 언론인 출신 헌법학자 이범준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헌법을 읽는다. [편집자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대표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복을 입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정은경 총괄선대위원장, 윤여준,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뉴시스

정당의 법적 지위는 사적 결사체

헌법에 등장한다고 모두 헌법기관이 아니다. 가령 대학이 헌법에 나오지만, 헌법기관이 아니다. 검사도 헌법기관이 아닌 법률기관이다. 법관은 헌법이 임기와 신분을 보장하는 헌법기관이지만, 검사는 이를 검찰청법이 보장하는 법률기관이다. 헌법이 정한 수사권도 검사가 아닌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부여된 것이다(2022헌라4). 따라서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사의 수사권을 없애고,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은 법률을 바꿔 법률기관의 역할을 조정하는 것이어서, 일부 언론의 주장처럼 격하라고 할 수 없다. 격하는 지위의 격을 낮추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당은 헌법기관일까. 정당의 법률적 성격은 ‘법인격 없는 사단’이다. 정당과 같은 비법인 사단으로 향우회, 동창회,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있다. 정당은 국가기관이 아니고 정당의 구성원도 공무원이 아니다. 하지만 정당은 향우회나 동창회와 달리 공적이고 정치적인 기능을 한다. 헌법 제8조 전체가 정당에 관한 규정이고, 이를 구체화한 정당법이 있으며, 정당을 해산하려면 헌법재판을 해야 한다. 이처럼 정당의 법적 지위는 사적 결사체이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제도를 구성하는 단체이다. 그래서 헌법학 교과서도 정당을 다루지 않고 정당제도를 다룬다.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당적 보유

미국에서는 법관 가운데도 당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 대법관도 마찬가지다. 일일이 밝히지 않을 뿐이다. 현직 대법관 가운데는 엘레나 케이건이 민주당원이고, 닐 고서치가 공화당원이었다. 최근 퇴임한 전직 가운데는 데이비드 수터가 공화당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민주당원이었다. 긴즈버그는 2016년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이던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긴즈버그 발언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일으켰고, 끝내 사과했다. 이때도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지, 당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법관이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 심지어 당원이었던 사람이 법관이 되지 못하는 법도 만들어졌다. 국회는 2020년 당원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법관이 되지 못하도록 법원조직법을 개정했다. 검사 출신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2019년 발의한 개정안에는 ‘탈당 이후 5년’이었는데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3년으로 바뀌었다. 이 조항에 대해 “헌법 제8조가 정한 정당 활동의 자유에는 정당 설립·가입·탈퇴의 자유가 포함된다. 정당원이었다는 사실만으로 법관 임용에 제한을 두는 것은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202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없어졌다.

한국 상황이 더욱 특이한 것은, 정당이 정당 혐오를 부추기는 점이다. 법원조직법 법안심사 회의에서 아버지가 출마해서 당원으로 가입하는 사례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검사 출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그러니까 나쁜 아버지지. 우리 애들 아무도 가입 안 했어요. 당원 가입 안 했어”라고 했다. 김도읍 의원은 “5000만 국민 중에 정당 가입을 했거나 정당원이거나 하는 인구가 얼마 정도 될 것 같아요? 얼마 안 돼요. 다 해봐야 200만~300만명 정도 될 거예요. … 굳이 그 안에서 법관 임용을 해야 돼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9년 12월 현재 당원은 865만여 명이다. 이때 정당 가입이 가능한 나이이던 18세 이상을 기준으로 국민의 20.0%가 당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정당 가입이 금지된 공무원·교원을 분모에서 빼면 실질 당원 비율은 더 높았다.

학생도 당원인데 교사는 당적 금지

정당법에 따라 16세 이상이면 당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고등학생도 당원도 있다. 이는 대통령을 제외한 국회의원 등의 피선거권 나이가 18세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고등학생도 당원이 되지만 공무원·교원은 그렇지 않다.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이 금지하기 때문이다. 공무원·교원 정당 가입 금지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을 결정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공무원이 ‘정당의 당원이 된다’는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므로, 정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선거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자리에서 밝히거나 선거에서 지지 정당에 대해 투표를 하는 등 일정한 범위 내의 정당 관련 활동은 공무원에게도 허용되고 있다(2018헌마551).”

권영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문수 대선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후보 교체 시도가 실패하자 권영세 의원은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조기 대선 사퇴를 초래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17일 탈당을 선언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 설명은 거듭 읽어봐도 이해되지 않는데, 이유는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정치행위인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근거로,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정치행위인 투표 등이 허용된다는 점을 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와 반대로 공무원 등의 정당가입은 허용하지만, 특정한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미국·영국·일본의 입법례가 논리적이다. 게다가 공무원에게 정당가입만 허용하는 입법례가 소수이고, 정당가입은 물론 폭넓은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입법례가 일반적이다. 프랑스·독일·뉴질랜드·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이 그렇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국가인권위원회, 공무원 교원 정치적 자유보장에 대한 권고, 2019).

국민의힘이 파면된 윤석열 옹호하는 이유

시장 자본주의가 고도화한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을 통해 작동한다.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한다는 고전적인 형태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제 국가인 한국에서도 국회와 대통령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여당과 야당이 대립한다. 여당은 야당이 아닌 대통령과 한편이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국회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래서 국회를 없애려 했다가 파면된 윤석열 후임을 뽑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을 옹호한다. 검사 출신인 이 당 간부들이 윤석열과 가까운 사람으로 대통령 후보를 교체하려 한밤에 쿠데타 같은 일을 벌이는 것도 그래서이다.

정당에 관해 규정한 헌법 제8조에는 모두 4개 항이 있다. 제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이다. 정당을 설립할 자유는 가입할 자유를 포함하는데 정당이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인데, 한국의 정당이 민주적인지 의문이다. 제3항은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여서 보조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당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만들어 받아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12월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통합진보당 당시 중앙당사. /뉴시스

끝으로 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이다. 이 조항에 따라 해산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던 김재연은 최근 국민의힘 정당해산 심판 주장에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했으니까 너도 당해봐라 이렇게 생각하면서 반민주적인 제도로 계속해서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더 위력적인 방법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10년 전 주장 그대로 국민의힘 해체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통합진보당도 국민의힘도 선거로 심판해야 했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와 대통령 장악한다면

갈수록 강해지는 정당국가 현상의 과제를, 헌법학 교과서를 이렇게 설명한다. “대의제와 의회주의가 구조적으로 변화하여 다수당의 의사가 국민의 의사로 의제되고, 선거는 대표자의 선출보다 정당의 정책에 관한 국민투표의 성격이 강해져 의회를 대신하여 정당이 국정을 주도하게 되었다. 의회와 정부는 정당을 매개로 결합되어 권력분립의 의미도 변화하여 여당에 대한 야당의 통제가 중요하게 되었다(이효원, 대한민국 헌법강의, 2024).”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이 당선되어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된다면, 이를 견제해야 할 민주적이고 정상적인 야당이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계속되는 위기이다.


[필자 소개] 이범준
헌법학 박사.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 저서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거의 모든 것(2022)>,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2009)> 등이 있다. 기자 시절 대법원 사법농단 비리, 검찰 디지털 개인정보 무기한 저장, 대법원 전자법정 입찰 비리 등을 보도해, 국제앰네스티,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등에서 기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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