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방송·통신·디지털 통합 독임제 부처 신설해야"

15일 한국언론학회·방송학회·언론정보학회 주최 '정책 방향' 세미나
3학회 통합안 제안은 처음… 공영방송 거버넌스, 규제체계 손질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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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차기 정부가 거버넌스 및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15일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2025년 6월 출범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 방향’ 세미나에선 세 학회가 올해 초부터 협업해 만든 미디어 정책 과제가 제시됐다. 이들은 제안서를 통해 현재 다수 부처에 분산·파편화돼 있는 방송통신 및 ICT 정책 기능을 차기 정부가 하나로 통합하고, 공영방송의 거버넌스 및 규제체계 역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2025년 6월 출범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 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은 유홍식 언론학회 미디어 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 발제하고 있는 모습. /강아영 기자

이날 발제자로 나선 유홍식 언론학회 미디어 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은 “이 발제문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3학회가 4~5개월 동안 굉장히 치열하게 토론하고 싸우고 합의해 만든 안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라며 “사실 2022년 대통령 선거 때도 똑같은 논의가 있었고 공약도 나왔지만 실행된 건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미디어 정책이 실현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3학회는 구체적으로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 방향을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개편 △공영방송 개편 △미디어 정책 규제체계 개편 세 가지로 구분해 제시했다.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의 경우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 부처별로 미디어 정책 및 규제기능이 파편화돼 있는 만큼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홍식 위원장은 “미디어 정책들이 개별 부처에서 독자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정책 효율성과 정책효과가 저하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OTT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에도 선제적·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송, 통신, 디지털을 통합하는 독임제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영미디어위원회 등 공영방송을 관할하는 합의제 기구를 설립해 거버넌스 관련 업무, 공영방송 협약 및 평가, 재정 등 사무 업무를 관장하도록 해야 한다”며 “공영미디어위원회는 9인 또는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하되 정파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 추천은 4인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국가전략산업 차원에서 미디어 산업 육성 정책을 효과적·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석실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학회는 공영방송 개편과 관련해선 앞서 언급한 공영미디어위원회 설립 외 공영미디어법 제정, 공영방송의 책무성 강화 및 재정구조 안정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공영방송 이사회의 임명 및 구성에서 정치적 후견주의 차단 △공영방송 사장의 임명 절차 개선 및 임기 보장 △편성위원회 의무화 등 공영방송 내적 자율성 보장 △공영방송에서 공공미디어로 확장 △방송법을 대체·확장하는 공영미디어법 제정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를 대체하는 공공서비스 협약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및 현실화 추진 등이 제시됐다.

유 위원장은 “OTT의 영향력 확대, 미디어산업 영역에서의 DX(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AX(AI Transformation·AI 전환)가 심화됨에 따라 미디어 정책 규제체계를 개편할 필요성도 있다”며 “새로운 방송미디어 규제체계는 공적영역과 시장영역에 대한 합리적 구분이 필요하고, 시장영역의 경우 자율규제 및 최소규제 원칙으로 규제체계를 전환해야 한다.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에 적용되는 차등화된 규제체계를 개선하고, OTT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 역시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본사를 세종으로 옮기는 파격적인 시도는 어떨까"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토론자들은 3학회가 제안한 미디어 정책 방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합의안을 만든 이남표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3학회가 통합적인 정책안을 만들어 제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그래서 언론학자들이 모여 최대공약수나마 이번 결과물을 제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영미디어위원회와 관련해선 회의감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공영미디어위원회가 공영방송에 관련된 업무를 자율적으로 맡을 수 있을까에 대해선 좀 더 디테일이 필요할 것 같다”며 “현재 방통위가 누리고 있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위상이 아닌, 매우 작은 형태의 소규모 위원회로 전락해 잊힐 우려가 있다. 그보단 미디어 관련 정부부처를 통합하고 공영방송 거버넌스와 관련한 방송 관련법들을 빨리 개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2025년 6월 출범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 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은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강아영 기자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도 차기 정부가 서둘러 미디어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은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모든 정책 방향에 공통된 행간이 있으니, 바로 정치 개입을 최소화해 달라는 것”이라며 “달리 얘기하면 우리나라 미디어 정책이나 규제체계가 과도한 정파성으로 얼마나 망가졌는지 비판의 시각이 깔려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거버넌스 논의 같은 경우 2017년에도 2022년에도 올해도 논의가 있었다. 공영방송도, 규제체계도 마찬가지”라며 “충분히 논의됐고 학계에서도 다양한 검토를 했다. 결국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실천적인 문제일 뿐이며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굉장히 적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선 3학회의 미디어 정책에 아쉬움을 표하는 토론자도 있었다. 주재원 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역성, 또 지역 방송과 관련된 내용이 최종안에 너무 많이 빠져 있어 좀 아쉽다”며 “현재 우리나라 공영방송 관련 법, 자체 내규엔 지역성과 관련한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데, 이런 부분들이 차기 정부가 시급히 개선해야 되는 지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영방송의 존재 목적이 사회적 권력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며 “그런 차원에서 KBS 본사를 서울에서 세종으로 옮기는 파격적인 시도는 어떨까.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공적 미디어의 태도를 보여주고, 그렇게 수신료 인상의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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