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기자가 한겨레에 남긴 '행복한 선물'

허호준 기자, 퇴직하며 1억원 후원
"한겨레 발전에 작은 씨앗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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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역기자회가 마련한 퇴임 축하연에 참석한 허호준 기자(사진 오른쪽). /한겨레신문

허호준 기자가 한겨레신문을 퇴직하면서 회사에 후원금 1억원을 쾌척했다. 한겨레는 14일 사내 메일을 통해 “36년 넘게 한겨레 기자로서, 제주 4·3의 진실을 밝히는 연구자로서 제주를 지켜온 허호준 기자가 최근 회사를 떠나면서 한겨레 구성원들에게 ‘크나큰 마음의 선물’을 남겼다”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허 기자는 “그동안 기자로 활동하고 이렇게 마치게 된 것은 오직 한겨레 덕분이다. 액수는 적지만 후원금이 우리 한겨레의 발전에 아주 작은 씨앗이라도 되기를 바란다”면서 마지막 근무일인 4월30일 1억원을 한겨레 후원계좌로 보냈다.

허 기자는 1989년 3월 한겨레 2기로 입사해 제주 담당 기자로 일하다가 지난 4월30일 36년의 기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뉴스룸국 전국부에 남긴 퇴임의 글에서 “미약하고 능력 없고 주변머리 없는 저를 받아준 한겨레는 나의 사랑”이라며 “36년이란 시간이 저에게는 한겨레의 구성원으로서, 또 개인으로서 저의 정체성을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그 자체로 참 고맙고 귀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제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날들에도, 아름다웠던 순간들에도 함께 있었다. 한겨레란 외투를 벗은 다음 어떤 모습일지 저도 잘 모르겠다”면서 “저는 한겨레 기자였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한겨레는 나의 사랑이었고 자랑이었다”고 했다.

30여년 기자이자 연구자로 제주 4·3의 진실을 밝혀오기 위해 노력한 허호준 기자가 2023년 4월1일 제주 시내 한 호텔에서 외신 기자 대상 4·3 강연을 하고 있다. /박지은 기자

허 기자는 30년 넘게 제주 4·3의 진실을 밝혀온 연구자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리스내전과 제주 4·3을 중심으로 국가건설과 민간인 학살을 비교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23년 3월엔 제주 4·3의 시대적 배경과 원인, 진행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 책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를 펴냈다. 최근에는 ‘폭풍 속으로’라는 작품으로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한겨레는 “떠나는 순간까지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며 1억원이라는 큰돈을 선뜻 내놓으신 마음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고민을 하셨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면서 “앞서 회사에 큰 액수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던 박화강, 고 정태기, 안영진 기자의 사례를 살펴 허호준 기자의 뜻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노동조합, 우리사주조합과도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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