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범죄 가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가해자와 친했던 정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애도 메시지를 냈습니다. 모두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었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와 정의 실현에는 외면하던 이들이 비로소 입을 연 겁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자체장이 당당히 자신의 SNS에, 만취한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유력 정치인이 모욕을 견디다 못해 죽었다고 글을 쓰고, 탄핵 선고를 앞두고 있는 대통령은 버젓이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피해자가 견뎌야 했던 고통이나, 가해자의 범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 기사도 무차별적으로 쏟아졌습니다. 이런 기사 하나하나가 피해자에게는 비수로 꽂히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해 봅니다.
이렇게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정작 피해자는 말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이같은 정치인들의 행동이 피해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생각을 해주었으면 하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화가 나고 분노했겠지만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일은 처음이 아닙니다. 가해자의 죽음으로 모든 잘못이 덮이고, 없었던 일로 되고, 정치인들은 애도하고, 덩그러니 남겨진 피해자만 죄책감과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한다면 앞으로 어떤 피해자가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지금도 침묵하고 있을 수많은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수상작으로 선정해, 이런 글을 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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