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290억 공원 짓자마자 부순 대전시

[제415회 이달의 기자상] 정재훈 KBS대전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정재훈 KBS대전 기자

시작은 한 장짜리 공약서로 출발했습니다. 대전시가 민선 8기 들어서며 공약사업으로 제2복합문화예술단지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에 대한 예산을 들여다보며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공약 단계에서 2500억원이던 클래식 공연장 조성 사업은 구체화 과정을 거치며 3300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건축물 하나에 3000억원이 넘는 거대 예산이 들어간 점이 적정한지 검토하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예산을 살피던 중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사업 예정지로 확정된 곳이 지난해 12월 완공된 새 공원, 대전 중촌근린공원이었습니다. 18년에 걸쳐 긴 시간 동안 보상과 조성을 반복하며 79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습니다. 매입비를 빼더라도 공사비 29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지은 지 2년도 되지 않은 물놀이장과 야구장이 철거되는, 수백억 공원 조성비가 없던 일이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한발 더 나아가 국내외 공연장 시설에 대한 조성 비용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부산콘서트홀이 규모와 크기는 유사했지만 유독 조성 비용만 달랐습니다. 대전은 3300억원, 부산은 1100억원 정확히 3배나 차이가 났는데, 대전시는 ‘명품 건축물’을 조성한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전시 지방 채무는 1조2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2년 뒤에는 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계마저 나왔습니다. 명품을 위해 수백억 세금을 들인 공원을 없애고, 수천억원의 지방 채무를 쌓아 올리며 공연장을 조성해도 괜찮은지, 취재하는 내내 들었던 의구심과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한 달여 이어진 취재에 많은 도움을 준 보도국 선후배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재훈 KBS대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