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6월3일 선출될 차기 대통령은 곧장 임기를 시작해 언론정책을 포함, 주요 국정 현안들을 추진하게 된다. 지난 정부 출범 당시 언론계는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 ‘미디어·산업 분리 법제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다양한 언론 개혁 방안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언론 과제를 수행하기는커녕 오히려 노골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탄압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 과제가 뒷전으로 밀린 것은 물론이다.
기자협회보는 3년 만에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한 번 더 산적해 있는 언론 과제를 한데 모았다. 한국기자협회를 포함, 한국방송협회, 한국지방신문협회,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7개 언론 관련 단체에 요청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언론 과제를 받았다. 이들은 차기 정부가 낡은 규제를 해소하고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며 실효성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언론 과제를 2회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 주>
◇언론 독립성 확보… 표현의 자유 확대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언론단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차기 정부의 주요 언론 과제로 제시했다. 역대 모든 정부가 미뤘던 방송3법 처리도 그 중 하나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방송3법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의 내적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편성규약 상 임명동의제를 비롯한 공정방송 조항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제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할 주체는 방송만이 아니다. 언론노조는 신문 편집의 독립성 역시 강조하며 신문법 개정 및 정부광고 집행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사주와 자본의 신문 편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반일간신문사업자의 편집위원회 및 독자권익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사적 이익을 위한 신문사 인수를 방지하기 위해 ‘편집·제작운영계획서’ 제출도 신문사업자 등록사항에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윤석열 정권이 파기한 정부광고 인쇄매체 지표 역시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언론·표현의 자유가 크게 후퇴한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윤석열 정부에서 특정 언론사에 대한 정치적 압력 및 비판 언론인에 대한 사법적 탄압이 이뤄지는 등 언론·표현의 자유가 크게 후퇴했다”며 “이를 예방하고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구체적으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형사처벌의 폐지 △방송통신심의제도의 행정심의 대상 대폭 축소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정책 마련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언론연대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형사처벌은 폐지하고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해야 한다”며 “공인·공직자에 대한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명예훼손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또 방송통신심의제도는 중대한 위반 가능성이 있거나 불법성이 중대한 정보로 엄격히 한정해 자의적 심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방통위와 방심위의 독립성 강화를 주문했다. 민언련은 방통위의 경우 “5인 위원 구성의 정파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위원 증원, 추천단체 다양화, 위원 결격사유를 강화해야 한다”며 “방심위는 법령으로 정해진 단체에서 추천한 후보자 중 국회의장이 구성한 추천위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한 9인으로 구성해야 한다. 또 ‘보도·논평 공정성’ 심의는 특별다수제 적용 또는 행정지도 처분만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규제 개선 시급
다만 언론의 정치적 독립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은 뒤에야 의미가 있다. 글로벌 OTT 기업의 성장, 플랫폼 중심의 미디어 생태계 재편 등으로 전통 언론은 생존 위기에 직면했고, 최소한의 경쟁력 회복이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이를 위해 과잉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광고규제 개선 △협찬규제 완화 △내용규제 개선 △편성규제 폐지 등을 제안했다.
방송협회는 “비대칭 광고규제 속에 날개를 단 온라인광고는 이미 방송광고 매출의 3배에 육박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방송의 경우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규정된 광고만 허용하는 현 체계를 ‘허용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OTT 등 매체 간 규제 형평성을 고려해 의료광고, 주류광고, 고열량·저영양 식품 등 방송광고 금지품목 및 제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협회는 홍보효과를 원천 차단하는 협찬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협회는 “현행 규칙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해선 안 된다”며 “협찬주가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협찬에 나설 이유가 없다. 국제적 기준에 맞게 협찬주에 관한 홍보효과를 인정하고 프로그램 제목협찬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선 생존의 문제뿐만 아니라 불법 및 허위 정보가 확산하고 공론장이 약화되는 등 복합적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언론연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차기 정부가 다양한 미디어 형태와 플랫폼을 포괄하는 통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현재 미디어 관련 법제는 디지털 환경의 복합적인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규제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법제 개편은 편집·편성의 독립성을 강력하게 보장하고 아동·청소년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 온라인 안전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의 투명성 및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방송 산업의 재정 기반을 튼튼히 해 지속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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