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작별하지 않는다

[이슈 인사이드 | 환경] 황덕현 뉴스1 기후환경전문기자

황덕현 뉴스1 기후환경전문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한국 기후 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분기점이다. 하지만 후보들이 안고 있는 법적·정치적 부담은 기후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확정판결은 대선 뒤로 밀렸지만, 사법적 부담은 이어진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정치적 상처를 안고 있다. 당의 정통성과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이어지며, 보수 진영 내 결속과 이미지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와중에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전 총리로 후보가 교체될 뻔한 파동을 겪으며 정치 염증을 부추겼다.


현시점 거대 양당 모두 기후 정책보다 정치·사법 리스크 대응에 집중하며 기후위기는 이번 대선에서도 뒷전으로 밀렸다. 조국혁신당은 동량 조국 전 대표의 수감이, 개혁신당은 세(勢) 확장이 한계로 지적된다. 앞선 제22대 총선에서는 일부 기후 전문가·법률가가 기후 공약을 앞세워 국회에 입성했다. ‘기후 유권자’란 표현이 언급됐지만, 대선에서는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국제사회는 기후를 경제·안보 의제로 다루고 있다. 각국은 감축 상향과 기술 투자, 무역 조정 등으로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그에 반해 한국 정치권은 여전히 조율에 치우쳐 있다.


후보들의 기후·환경 공약은 구체성과 실행 전략이 부족하다. 에너지 정책은 탄소 감축의 수단이 아닌 정쟁의 소재로 소비되며, 논의의 초점은 기술이나 전환 전략이 아니라 진영 대립에 쏠린다. 태양광과 원자력 발전 등이 그렇다.


기후 대응은 더는 환경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기후는 여전히 ‘표심’이고 ‘돈’이다. 탄소중립에 소극적인 정부는 기후 리더십을 상실하고, 산업계는 수출 제한과 투자 회피 등 실질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음 대통령이 ‘어떤 방향을 제시하느냐’가 한국의 기후 신뢰도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NDC)를 세웠지만, 산업계 반발로 이행 로드맵도 지연되고 있다.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 전환은 선언에 머물고, 석탄 발전 감축도 후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이 2031년 이후 감축 경로를 제시하지 않은 점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개정을 차기 정부에 넘겼고, 다음 대통령은 취임 즉시 이 책임을 안게 된다.


임기 시작 직후, 정부(환경부)는 유엔환경계획과 ‘세계 환경의 날’ 행사를 공동 개최한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열리는 국제무대에서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기후 리더십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기후 정책은 정부의 기술 공약이 아니라 시민과 맺는 생존의 사회계약이다. 다음 대통령은 그 출발선에서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후 정책은 선택이 아니다. 차기 대통령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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