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가 2일 발표한 ‘2025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한국이 6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는 1계단 상승한 수치지만 여전히 ‘문제 있음(problematic)’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때 70위까지 급락했던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 순위는 문재인 정부 들어 2019년 41위까지 회복됐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급락했다. 윤석열 정부 1주년인 2023년 47위를 기록한 언론자유 지수는 지난해 62위로 추락했으며, 올해 역시 같은 수준인 60위권대에 머물렀다. 기자회 홈페이지에는 나라별 언론자유 지수를 색깔로 나타낸 메뉴가 있다. 한국은 현재는 밝은 주황색(문제 있음, 55~70점)으로, 과거에는 노란색(양호, 70~85점)까지 올라갔지만, 단 한 번도 언론자유가 좋은 나라를 뜻하는 녹색(85~100점)에 속한 적이 없다. 물론 새빨간 색(매우 심각, 0~40점)인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독재국가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지만, 당장 아프리카에도 가봉(41위), 나미비아(28위), 남아공(27위) 등이 한국보다 언론자유 지수에서 앞선다.
윤석열 정부 3년간 벌어진 언론자유 훼손 상황을 감안하면 이 같은 언론자유 지수 하락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공영방송 KBS 및 EBS의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편적 시청권과 공익 콘텐츠 등을 위해 수신료는 꼭 필요하다. 이 수신료의 주된 징수 방식인 전기요금 통합 징수를 일방적으로 폐지해 공영방송의 재정 구조를 휘청이게 한 것은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는 해석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수신료 분리 징수 조치 이후 일부 KBS 기자들은 명예퇴직을 통해 방송을 떠났으며, 100명이 넘는 KBS 구성원들이 수신료국에 배치돼 원하지 않는 근무를 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재원을 연간 200억원 넘게 삭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후 연합뉴스는 지난해 영업적자 100억원을 기록하고 해외지국을 폐쇄하는 등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외에도 MBC 취재를 둘러싼 정부의 탄압을 비롯해, 특정 기자나 매체에 대해서만 언론중재나 소송, 취재 거부 등을 하는 행위 등 언론자유 침해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왜곡된 보도로 피해를 봤다면 대응하고 구제를 신청하는 건 정당한 법적 권리이며, 정치인들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사실관계 논란도 특정 매체나 기자에 편중되고, 유명 정치인 본인의 선호도에 따라 취재 거부를 하는 것은 법적 권리를 빙자한 언론탄압에 해당한다.
다행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연합뉴스의 공적 재원이 회복되는 등 언론계 대못이 뽑히는 모양새다. 국회는 지난달 17일 공영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통합 징수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했다.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민의힘에서 이탈 표가 나왔다. 국회는 또 지난 1일 통과시킨 추경예산을 통해 연합뉴스 지원 예산을 204억원 증액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정치인들이 언론을 선거 승리자의 전리품이나 타도 대상으로 생각하는 이상 진정한 언론자유 ‘녹색 국가’는 결코 될 수 없다. 대선을 앞둔 각 정당 후보들에게 촉구한다. 겸허히 국민의 선택을 바라기 전 사회적 공기인 언론자유와 독립에 대한 각 후보의 공약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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