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국힘 '후보교체 쿠데타'… 동아 "진상규명·책임 물어야"

오늘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
22일간 레이스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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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2일자 1면 기사.

제21대 대통령 후보들의 공식 선거운동이 12일 시작됐다. 대선 후보들은 이날 0시를 기해 전국 각지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22일간의 대선 레이스에 본격 돌입했다.

11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보는 모두 7명. 의석수 기준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호 1번을 받았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2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4번,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기호 5번이다. 구주와 자유통일당 후보는 기호 6번, 무소속인 황교안, 송진호 후보는 추첨을 통해 각각 기호 7번과 8번을 받았다.

‘기호 2번’ 따낸 김문수… ‘막장극’ 같은 후보 교체 시도·실패 대소동

김문수 후보가 ‘기호 2번’ 후보로 등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3일 전당대회에서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기호 2번 자리를 내줄 뻔했던 그는 당 지도부의 ‘강제 후보 교체’ 시도에 반기를 든 ‘당심’에 힘입어 기사회생, 결국 최종 후보 자리를 꿰찼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벌인 ‘대소동’(중앙일보)은 대한민국 정당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주말 사이 국힘 안팎에서 벌어진 일들을 두고 12일 다수 신문들은 ‘막장극’이란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했다.

주말인 9일 오후부터 10일 사이에 벌어진 일들만 보자. 9일 낮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후보가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퇴장한 지 5시간여 뒤, 1차 반전이 일어났다. 법원이 김 후보가 제기한 ‘전당대회 금지·대선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것이다. 이에 당황한 김 후보 측이 한 전 총리와 단일화 협상을 재개했으나 두 차례 모두 결렬됐다.

이날 자정, 국민의힘은 비대위·선관위 회의를 동시에 개최해 후보 재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새벽 1시, 김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새벽 3~4시 1시간 동안 후보 등록 접수를 받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이때 입당과 동시에 후보 등록 절차까지 모두 마쳤다. 그러나 이날 밤 11시15분 나온 당원 투표 결과, 후보 교체에 대한 찬성보다 반대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이 회복되면서 김 후보는 ‘기호 2번’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경향신문 12일자 3면 머리기사.

한국일보 “추악함 드러낸 국힘… 정당사 수치”

이 상황에 대해 한국일보는 12일 1면 <정당史 수치 남긴 국힘 ‘후보 번복’ 소동> 제하의 기사에서 이렇게 평했다.

“원칙도 능력도 비전도 없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대선 후보를 갈아 치우는 과정에서 구태에 젖은 기성 정당의 추악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로지 대선 승리의 불씨를 살리려 상식을 무시하고 보수의 핵심 가치를 내팽개쳤다. 수차례 당내 경선을 거친 후보와 돌연 등장한 외부 인사를 여론조사만 앞세워 단일화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반성은커녕, 정당 민주주의를 외치며 반대하는 양심적인 목소리마저 외면했다. 당원 투표로 김 후보의 자격을 회복시켜 뒤늦게 잘못을 바로잡았지만 아무도 근본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다. 한때 국정을 책임지던 국민의힘의 현주소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12·3 불법계엄 공동책임을 져야 할 구 여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권한을 오남용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태를 답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반성 없는 경선, 명분 없는 단일화, 비상식적·비민주적 후보 교체 시도로 국민의힘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당 안팎에서 친윤석열(친윤)계 세력 청산과 쇄신 압박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한겨레 “반민주적 폭거… 국힘, 정당 존립가치 있나”

사설에선 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한겨레는 <자멸한 국힘 ‘후보교체 난리’, 민주정당이라 할 수 없다> 사설에서 “오직 ‘한덕수 옹립’을 위해 당 지도부가 한밤에 벌인 ‘밀실 쿠데타’는 정당 정치의 근간을 무너뜨린 반민주적 폭거”라 규탄했다.

한겨레 12일자 4면 기사.

이어 “이번 후보 교체 파동은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을 중심으로 한 친윤 세력이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벌인 ‘정치 쿠데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윤계가 장악한 국민의힘의 내부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거듭 확인한 것은 물론,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공당이 특정 세력에 의해 사유화된 상황을 극명히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면서 “이미 ‘내란 동조당’으로서 위헌 정당의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이 과연 민주공화국의 정당으로서 존립할 가치가 있는지 심각히 되물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이번 대선 후보 교체 시도는 우리 정당사에 전례가 없는 졸렬한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동아는 <후보 교체 새벽 날치기… 정당사에 남을 ‘졸렬한’ 정치공작극> 제하의 사설에서 무엇이, 왜 문제인지 조목조목 지적하며 “대체 누가 왜 이를 기획하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강행하려 했는지 밝혀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적당히 넘어갈 해프닝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환골탈태하려면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서울 “무슨 낯으로 국민에 표 달라 할 건가”

조선일보 사설에서도 깊은 한숨과 회의가 전해졌다. 조선은 <이러고서 무슨 낯으로 국민에게 표 달라 하나> 제하의 사설에서 “국힘이 지난 24시간 보여준 후보 교체 시도는 막장극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며 “새벽 후보 취소·등록, 법정 다툼, 투표 강행의 이전투구를 하루 새 전부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은 “국힘은 지난 9일간 퇴행과 혼란, 무능만 반복했다. 처음부터 김 후보를 내세운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됐다. 자기 후보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무슨 낯으로 표를 달라고 하나”라면서 “이재명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상대방이 자빠져. 그럼 이기는 거야”라고 했다. 이번 대선이 그런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조선일보 12일자 사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지지기반에서조차 “가망이 없다”는 한탄이 쏟아지는데, 무슨 명분으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설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초유 ‘막장극’에 지각출발 김문수… 이제라도 정책 비전을> 제하의 사설에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는 정도로 이 파국을 수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면서 권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쌍권’을 향해 쏟아지는 정계 은퇴 요구 등이 “조금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김 후보를 향해서도 “당장 할 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으로 초래된 국가적 손실과 국민 고통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은 마당에 아직도 ‘반(反)이재명’만 내세워선 아무 승산이 없다. 낡은 패권정치 행태와 윤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정치개혁의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해 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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