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놀라게 한 '트럼프 피격 사진'… 퓰리처 선택은 달랐다

'성조기 배경 트럼프' AP 사진 대신 NYT 수상
퓰리처상 15개 부문 중 4개가 트럼프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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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 권위의 보도상인 퓰리처상 2025년 수상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보도를 한 언론인들이 다수 선정됐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위원회)는 5일(현지 시간) 제109회 퓰리처상 수상자를 발표하며 ‘언론 속보’ 부문 ‘사진’ 수상자로 지난해 7월 펜실베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발생한 트럼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을 취재한 뉴욕타임스(NYT) 더그 밀스 기자를 선정했다. 그는 트럼프의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가는 탄환의 흔적을 프레임 안에 선명하게 담은 사진을 찍었다. 언론 속보 ‘기사’ 수상자로는 같은 사건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 취재팀을 선택했다.

109회 퓰리처상 언론속보 사진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더그 밀스 뉴욕타임스 기자의 사진이 포함된 퓰리처상 홈페이지 화면.

위원회는 더그 밀스 기자에 대해 “트럼프 당시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허공을 가르는 총알까지 포착해냈다”, “총격과 궤적이 정확히 프레임 안에 잡힌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고 평했다. WP에 대해선 “전통적인 경찰 보도와 시청각 포렌식을 결합한 상세한 스토리텔링과 날카로운 분석이 돋보이는 긴급하고 통찰력 있는 보도”라고 평가했다.

당시 성조기를 배경으로 귀에 피를 흘리며 “싸우자”고 외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담아 화제가 됐던 에반 부치 AP기자의 사진은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사진기자들의 코너 <청계천 옆 사진관> 7일자 보도에서 “대중의 인식과 심사 기준 사이에 존재하는 이 괴리는, 보도사진의 ‘좋고 나쁨’이 단순한 미학적 요소나 극적 연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판단은 뉴스의 시의성, 기술적 완성도,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적 맥락에 의해 좌우된다”고 적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를 ‘불굴의 영웅’처럼 묘사한 이미지는 퓰리처상 심사위원들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략) 퓰리처상 결과가 보도사진이 때로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정치적 언어’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언론 부문 총 15개 상 가운데 4개가 트럼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보도였다. ‘만화·삽화’ 부문 수상자 앤 텔네이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WP의 만평 작가였으나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비롯한 빅테크 거물들이 트럼프 대통령 동상 앞에 절을 하고 돈을 바치는 만평을 그렸다가 게재를 거부당하자 올해 1월 사직했다. 위원회는 “권력자와 기관에 대해 능숙한 솜씨와 창의력, 17년간 재직한 뉴스 조직을 떠나는 두려움 없는 태도로 비판했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2024년 7월15일자 동아일보 1면. 당시 화제가 된 에반 부치 AP기자의 사진이 포함됐다.

‘국내 보도’ 부문 수상자인 월스트리트 저널(WSJ) 취재팀도 간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보도를 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최근 정보효율부(DOGE) 수장직을 떠나겠다고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정치 성향이 변모한 과정과 약물 오남용 의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를 추적했다.

트럼프 관련 보도 외에 대상 격에 해당하는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수상은 탐사 전문 비영리 매체 프로퍼블리카에 돌아가며 2년 연속 영예를 안겼다. 매체는 엄격한 낙태법이 적용되는 미국 보수 성향 주에서 의사들의 늑장 대처로 사망한 산모들의 사례를 파헤쳤다. 그 외 ‘기획보도’ 부문에선 펜타닐 유통 문제를 다룬 로이터통신, ‘국제보도’ 부문에선 수단 내전 분석 보도의 NYT 등이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사별로는 NYT가 4개, 뉴요커가 3개, WP가 2개 등의 수상작을 냈다.

퓰리처상은 1917년 제정된 미국 최고 권위의 보도상이다. 언론부문 15개, 예술부문 8개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 공공 서비스 부문 수상자에겐 금메달이, 나머지 수상자에겐 1만5000달러가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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