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황금연휴가 '이 뉴스'를 삼켰다

'작업 노동자 참변' 제지공장 사고, 단신으로
어린이날 기획도 단일화·파기환송 블랙홀 빨려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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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었던 4일, 전북 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노동자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오전 기계 정비 및 청소 작업을 위해 출근한 직원 중 다섯 명이 3m 깊이의 맨홀과 그 주변에서 가스에 질식해 쓰러졌으며, 그중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회사의 무사안일과 노동자 안전에 대한 부주의에서 발생한 인재”라고 지적하며 “산업현장에서 그동안 수많은 질식사가 발생했음에도 또다시 발생한 것에 대해서 고용노동부의 사전 안전관리감독 부실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여 그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 제지공장에서 가스 질식 사고로 노동자 2명이 죽는 등 5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 사건을 단독 리포트로 다룬 곳은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중 SBS밖에 없었다. /SBS 8뉴스 화면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전주 제지공장에선 인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6월 전주페이퍼에서 설비 점검을 하던 10대 노동자가 사망했고, 얼마 전인 4월17일엔 열기 분출 사고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전신화상을 입었다.

SBS(JTV)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난 공장은 중대재해 처벌법 대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 5명이 죽거나 다치는 등 참변을 당한 이날 사고는 대부분의 언론에서 주요 뉴스로 다뤄지지 않았다. 5일 주요 일간지에선 대부분 사회면 2단짜리 기사로 보도됐다.

전날(4일) 지상파 등 방송 뉴스에서도 비슷했다. 이 사건을 별도의 리포트로 다룬 곳은 SBS ‘8뉴스’뿐. KBS와 MBC 등 다른 지상파와 종편채널은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와 그 남자친구를 살해한 사건 등과 엮어 사건·사고 뉴스로 보도했다.

노동자의 죽음을 삼킨 건 대선 뉴스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관련 이슈에 사실상 대부분의 이슈가 밀려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전주 제지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 역시 한덕수 전 총리가 페이스북에 애도의 글을 남겼다는 소식으로만 전한 언론이 많았다.

어린이 수는 줄고, 아픈 어린이는 많아지고

대선에 ‘황금연휴’까지 겹치면서 어린이날을 맞아 별도의 기획을 선보인 언론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어린이날과 관련해 사설을 쓴 곳은 신문을 발행한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중 경향신문밖에 없었다.

경향신문은 <정신과 문 두드리는 어린이들, 이들 아픔에 사회가 답해야>란 제하의 사설에서 정신과 병원을 찾은 어린이 수가 4년 새 2배 이상 늘었다는 통계를 소개하며 “저출생으로 전체 어린이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동아일보 5일자 12면 기사.

해당 통계는 동아일보도 비중 있게 다뤘는데 “전문가들은 최근 과도한 학업 부담과 또래 간 비교 스트레스,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등에 노출된 아동이 늘면서 관련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경향은 사설에서 “치열한 교육 경쟁이 국가 경쟁력을 높인 면도 있지만, 어느 순간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공동체 미래까지 허물고 있다”면서 “지금 기성세대가 시급히 할 일은 어린이들에게 약을 처방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어린이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어린이 수 감소를 1면에 보도하며 머지않아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어린이(0~14세) 수는 539만명으로 1992년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꼴인 셈이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전문가들을 인용, “내년에는 어린이가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어린이 증발’ 추세를 바꿀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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