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 '계엄해제' 의결 후에도 방통위 세 차례나 전화
국회 과방위, 13일 현안질의서 비상계엄 사태 다뤄
'계엄 사전 인지 의혹' KBS 전·현직 사장 등 불출석
김어준 참고인 출석 "'암살조 가동' 제보받았다" 주장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4일 새벽 계엄사령부가 세 차례에 걸쳐 방송통신위원회에 연락관 파견을 요청하는 전화를 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졌음에도 수 시간에 걸쳐 계엄 상황을 유지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라며 “윤석열(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하자마자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고 했는데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게 밝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12·3 비상계엄에서의 국가기간방송 KBS 및 관계기관의 역할 등’에 관한 현안질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노종면 의원에 따르면 4일 새벽 1시15분, 새벽 2시 5분, 새벽 3시20분 방통위 비상기획관은 ‘02-748-XXXX’ 번호로 연락관 파견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다만 해당 기획관은 당시 통화를 건 곳이 어디인지 곧바로 확인하지 않았고,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어디에서 온 전화인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해당 보고를 받은 김영관 방통위 기획조정관은 이날 현안질의에서 “첫 번째 전화가 온 것에 대해선 보고를 받았고, 두 번째, 세 번째 전화가 온 것에 대해선 아침에 출근해서 들었다. 전화를 받은 비상기획관은 당시 경황이 없어 전화 걸어온 곳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답했다. 김영관 기조관은 또 이 같은 사실을 아침 출근 이후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몇 명을 어디로 보내라고 했느냐”는 노종면 의원의 질의에 김영관 기조관은 “그냥 보내라고만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현안질의가 진행되고 있던 이날 오후 합동참모본부는 국회 과방위에 4일 새벽 당시 방통위로 걸려온 전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합참 지하 작전 회의실에 있는 기기이고, 계엄 당시에는 계엄사령부가 설치된 곳”이라고 확인했다. 당시 계엄사령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던 방통위 비상기획관은 이날 오후 과방위 현의질의에 출석해 ‘왜 보고를 한 번만 했느냐’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졌는데도 이런 요구가 오면 이상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는 노종면 의원의 질의에 “각기 다른 내용이었다면 보고를 했을 텐데 통화 내용이 다 동일했다. 연락관을 파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며 “(요구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대해선)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1년 내내 안보 위협 강조한 ‘박민의 KBS’ “용산과 교감 있었나”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담화 내용을 당시 KBS 보도국장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이날 과방위 현안질의에서 언급됐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이 계엄 정당화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고 국지전을 유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KBS가 용산과 공감해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게 아닌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1년 넘게 반복적으로 안보 위협을 강조하며 여론을 호도했던 KBS가 최근에는 계엄 방송 준비 언질 의혹까지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전임 최재현 보도국장의 경우 과거에도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던 대국민 담화가 있을 거라는 내용의 보도를 본인이 직접 기사 작성 지시를 내렸던 사례가 있었다”며 “그래서 이런 부분을 보면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최근 안팎으로 지적되고 있는 비상계엄 관련 KBS 부실 보도 논란을 두고 노태영 KBS 기자협회장에게 “현재 KBS 보도에 대해 만족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노태영 협회장은 “제가 입사하고 나서 KBS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경쟁사의 시청률보다 반 토막이 난 상황”이라며 “저희 KBS 기자들은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하고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투쟁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열심히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민의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의질의 증인으로 채택된 박장범 KBS 사장, 박민 전 KBS 사장은 불출석했다. 박장범 사장은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당일 KBS 사장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민 전 사장은 “KBS 사장직 임기가 12월9일 자로 끝났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증인이었던 김동윤 전 편성본부장, 김성진 전 방송뉴스주간, 장한식 전 보도본부장, 최재현 전 보도국장 또한 불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나왔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불출석한 증인의 처벌, 처리 여부는 간사들과 협의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안질의 중간 과방위는 전체회의로 전환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장관급 국가기관으로 바꾸고, 이에 따라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하고 탄핵안도 의결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날 현안질의에 참석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해당 법안에 대한 과방위 의결에 대해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심위를 민간 독립기구로 설립한 법률안 입법 취지를 고려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남은 입법 과정에서도 법률안이 더욱 심도 깊이 논의될 수 있도록 위원님들의 각별한 관심과 도움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계엄 선포 직후 ‘암살조 가동’ ‘김건희 여사 OB 독촉 전화’ 등의 제보를 받았다는 방송인 김어준씨의 폭로도 이날 현안질의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최민희 위원장은 “김어준씨의 증언은 다 사실로 확인된 것이 아니다. 민주당에선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그 결과를 적절한 방법으로 공개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을 전하며 산회를 선포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