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담화가 이뤄진 서울 용산 대통령실. 그리고 경찰의 출입문 봉쇄와 계엄군의 진입에도 불구, 계엄 선포 직후 150분여 만에 극적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서울 여의도 국회. 긴박한 순간의 연속이었던 그날 두 장소에서 현장을 지킨 기자들이 겪었던 상황들이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김태영 JTBC 기자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부터 계엄 해제 선언까지 대통령실 현장에 있었다. 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김 기자는 전날 밤 상황에 대해 “혼돈 그 자체”였다며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진행하는 순간까지도 대통령실에선 출입 기자들에게 아무런 예고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뉴스룸에서 김 기자는 3일 저녁 9시20분쯤 ‘정부에서 긴급 발표가 있고, 윤 대통령이 직접 한다’는 얘기가 기자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무슨 내용으로, 왜 발표를 한다는 건지 김 기자가 연락을 돌린 대통령실 참모들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당시 김 기자는 핵심 참모 중 한 명과 식사 중이었는데 이 참모 역시 그제야 서둘러 대통령실로 돌아갈 정도였다.
김 기자는 “저를 비롯한 상당수 기자들이 대통령실로 하나둘 복귀했고, 얼마 안 돼 경호처에서 출입을 막기까지 했다. 대통령실에 도착하니 1층 브리핑룸은 통제 중이었고, 경호처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며 “브리핑룸을 열어 달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막혔고, 결국 담화가 시작되고 기자들도 그제야 방송을 통해 내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도 4일 <尹, 참모들도 몰랐던 심야 담화…“범죄자 소굴 국회, 내란 획책”> 기사를 통해 당시 기습적으로 특별 담화 생중계가 진행된 대통령실 상황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오후 9시50분경 방송사들에 담화 내용 알리지도 않은 채 생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메시지가 공유된 뒤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됐다”며 “통상 대통령실에선 최소한 브리핑 10분 전 언론에 공지하는데 그조차 없었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할 브리핑룸은 내내 문이 닫혀 있었고, 특별 담화를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취재진은 브핑핑룸 앞에서 우왕좌왕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달려간 기자들은 정문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 기동대를 마주했다. 울타리를 넘어 국회로 들어갈 수 있었던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처럼, 국회 출입기자들도 담을 넘었다. 아시아경제 기자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아시아경제는 4일 <경찰은 출입 통제, 군대는 강제 진압…긴박했던 국회 6시간> 르포 기사를 통해 “오후 11시가 조금 넘은 시점 본지 기자도 국회 3문 옆쪽으로 담을 넘어 진입할 수 있었다. 국회 보좌진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달려와 ‘도와드리겠다’며 다리를 밀어 올려준 끝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회 출입 기자들은 이날 저녁 11시20분쯤부터 국회 출입이 허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로 들어선 기자들은 상공에 뜬 헬기, 본관에 들이닥친 계엄군과 국회 보좌진의 육탄전을 눈으로 확인했다.
중앙일보는 4일 르포 <“계엄 철폐” 80년대 회귀한 통곡의 밤…맨몸으로 장갑차 막은 시민들> 기사에서 “교통경찰이 일반 차량 통행을 제한하면서 국회 일대의 도로는 곧바로 마비됐다. 국회 정문을 포함한 주요 출입구 앞엔 이미 경찰 기동대가 2열 횡대로 가로막고 있었다”며 국회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막으려는 국회 측 사이 육탄전 상황에 대해선 “유리 파편이 건물 내부에 흩어지고, 의자 등으로 쌓아 올린 바리케이드는 부서졌으며 본관 현관 문짝이 종잇장처럼 찢겼다”며 “국회 보좌진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계엄군을 막아섰다. 매캐한 냄새가 진동한 로텐더홀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했다.
공병선 아시아경제 기자는 4일 ‘기자수첩’ <국회에서 완전무장한 군인을 보다니> 칼럼에서 “3일 오후 11시47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상공에서는 헬기 소리가 들렸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당황했다. 혹시라도 군인이 발포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섞여 나왔다”며 위험했던 당시 현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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