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살길 막혔다… 방통위, 정관변경 반려

비영리법인 전환해 외부투자·기부받으려 했으나 무산
9월 급여 미지급, 대표는 사임… 전 직원 해고 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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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서 제외되며 폐업 위기에 몰린 TBS가 외부 투자나 기부를 받을 기회마저 차단됐다. TBS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길이 사실상 막혀버린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TBS가 민간 투자나 기부를 받기 위해 요청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의 정관 변경허가 신청을 반려한다고 25일 밝혔다. 통상적인 정관 변경과 달리 지배구조 변경을 초래하는 사안에 해당하므로 위원회 심의·의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방통위는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여서 위원회 회의를 열 수 없고, 이 체제가 한동안 이어질 거란 점을 고려하면 TBS 정관 변경허가는 사실상 거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TBS가 신청한 정관변경 허가 건에 대해 반려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월30일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TBS는 8월27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시 출연 지배구조에서 벗어나는 내용으로 정관 개정을 의결하고 다음 날(28일) 방통위에 정관 변경허가를 신청했다. 비영리법인 전환 후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시민 등의 기부(출연)를 받아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TBS는 서울시 출연금 지원이 지난 6월1일부로 끊긴 뒤 직원들 임금도 제대로 줄 수 없는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상태였다. 그러나 과장 전결 사항으로 10일 이내 처리되던 통상적인 정관 제·개정 허가 건과 달리 방통위는 법률 자문 등을 이유로 회신 기한을 연장했고, 결국 신청 28일 만에 반려 결정을 내렸다. TBS가 9월11일 행정안전부 고시로 서울시 출자·출연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지도 2주가 지난 시점이다.

“지배구조 바꾸는 정관 개정은 위원회 심의·의결사항”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25일 오후 과천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BS 정관 변경은 내부 조직개편이나 법인 명칭 등을 변경하는 통상적인 경우와는 달리 지상파 방송 사업자 지배구조의 변경을 초래하는 사안이어서 적정 처리 절차 등에 대해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했고, 이에 법률 자문 등도 실시했다”고 결정이 늦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검토 결과 본 정관 변경은 TBS의 지배구조와 사업운영에 관한 본질적인 사항을 변경하는 내용이고, 이는 재허가 사업계획서 주요 내용 변경 승인 또는 경영권 실질적 지배자 변경 승인 등에 해당하므로 방통위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방통위는 금일 TBS의 정관 변경허가 신청을 반려하고 향후 TBS가 동일 사안을 재추진할 경우 사업계획서 변경 승인 또는 경영권 실질적 지배자 변경 승인 등으로 보아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칠 것이란 점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TBS 직원들이 폐국을 막기 위해 올 초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던 모습.

그러나 TBS에 ‘향후’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려워졌다. 이번 달 통장 잔액이 1억원 정도에 불과한 TBS는 9월 급여일인 25일 직원들 임금도 지급하지 못한 상태며, 정관 변경이 막힘에 따라 달리 ‘돈 나올 구멍’도 찾을 수 없게 됐다.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24일 무급휴직 시행과 함께 ‘전 직원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뒤 사임했다. 법인 청산 가능성까지 나오며 연말 재허가 심사 때까지 버티기는커녕 당장 10월도 넘기기 어려운 형국이다.

“TBS 사정 안타깝지만 손발 묶인 방통위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김태규 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TBS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직원들이 어려운 것 이상으로 저희(방통위)도 무기력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역할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인 체제든 5인 체제든 방통위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능할 수 있는 상태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 직전 탄핵까지 이뤄지며 2인 체제도 가능하지 못한 상황에 몰렸다”고 사실상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그는 “손발이 묶인 사람이 어떻게 도와줄 여력이 생기겠나”라고 거듭 답답함을 호소하며 “저희 기능이라도 회복돼서 뭔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BS 재허가를 거부한 뒤 주파수를 보수 종합편성채널에 주려 한다는 일각의 ‘주파수 특혜 매각설’에 대해선 “말 그대로 ‘설’”이라면서 “전혀 근거를 알지 못하고 내용도 알지 못하며, 법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TBS는 1990년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 FM방송을 개국한 이후 2017년 재허가 조건으로 ‘독립 법인화’ 등을 내건 방통위 요구 등에 따라 2020년 2월 서울시가 출자·출연한 ‘미디어재단 TBS’로 새롭게 출범했다. 그러나 같은 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하고 이듬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뒤 서울시 출연금이 지속 삭감됐으며, 2022년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의회 과반 의석을 점한 국민의힘이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을 완전히 끊는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위기에 몰렸다. TBS는 서울시로부터 전체 예산의 70%가량을 지원을 받는다는 점 등 때문에 황금 주파수인 FM(95.1㎒) 채널에서 상업광고 등이 금지됐다. 현재 TBS는 두 개의 라디오 채널과 1개의 유료방송 TV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남은 직원은 24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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