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멍게 앞 소주 생각’을 다룬 돌발영상이 13일 방송 뒤 갑자기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16일 성명을 통해 “방송편성규약 위반은 물론 방송법까지 위반한 것”이라며 비공개 전환된 영상의 복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YTN지부의 <‘尹 소주’ 돌발영상 삭제...편성규약 준수하라!> 성명에 따르면 지난 13일 방송된 <[돌발영상] 자신감의 근거>편이 하루 후인 14일 비공개로 전환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영상은 ‘라인야후 사태’,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등 대일본 외교를 둘러싼 비판 여론 가운데 지난 10일 ‘민생 행보’ 차원에서 영천시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가판대에 놓인 멍게를 보고 “소주만 한 병 딱 있으면 되겠네”라고 발언한 모습 등을 담으며 정치‧외교의 난맥상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YTN지부는 “해당 돌발영상은 데스킹을 거쳐 정상적으로 방송됐고 유튜브에도 업로드됐다. 특히, 대통령의 ‘소주 한 병’ 발언은 대통령실 공식 유튜브 영상에 포함됐을 뿐 아니라, JTBC와 채널A 등 대다수 언론을 통해 이른바 ‘웃음 포인트’로 국민에게 인식됐다”며 “그런데 다음 날인 14일 저녁, 제작진에게 해당 돌발영상을 지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홈페이지와 포털,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이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김백 사장 취임 후 한 달 반 만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부 비판발언이 담긴 영상이 방송되지 못하는 등 돌발영상은 두 차례 불방을 겪은 바 있다. 나아가 이번엔 이미 방송된 영상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YTN지부는 이에 대해 “YTN 방송편성규약 위반은 물론 방송법까지 위반한 것으로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김백 사장 돌아오니 '돌발영상'이 사라졌다>)
특히 외부의 ‘보도 개입’ 역시 의심된다는 게 노조의 시선이다. YTN지부는 “해당 돌발영상은 데스킹 과정에서 수정되거나 불방 결정된 것이 아니라, 방송되고 나서 삭제됐다. 최근 보도제작국장은 물론 보도본부장까지 돌발영상에 손을 대고 수시로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YTN 내부가 아닌, 외부의 누군가가 뒤늦게 보고 불쾌해 문제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다면 권력의 ‘보도 개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시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돌발영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식의 발언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군사독재시절 검열이 2024년 YTN에서 자행되고 있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YTN지부는 ‘취재와 제작, 편성 자율성 보장 및 외압‧간섭으로부터 방송 독립성을 지킨다’는 편성규약 준수를 촉구하며 “보도제작국장과 보도본부장은 YTN 편성 규약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 1조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리 보전을 위해 권력 눈치 보는 것도 정도가 있다. 보도 지침을 시인하고, 더는 YTN을 망가뜨리지 말라. 비공개로 전환된 돌발영상을 지금 즉시 복원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YTN 사측은 "썸네일에서 라인야후 사태로 인한 한일 관계 문제를 다루면서 본질과 무관한 대통령 소주 발언과 소주병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내부 논의결과 옳은 지적이라고 판단했으며 이미 방송이 완료된 상황이었기에 유튜브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또 대통령실 외압 등에 대해선 "돌발영상 비공개 처리 등과 관련한 어떠한 압력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풍자 콘텐츠 돌발영상은 2003년 첫 방송 이후 대표 프로그램으로 장수했지만 보수 정권에서 방송중단과 재개 등 부침을 지속 겪어왔다. 현 김백 사장은 2008년 돌발영상 PD를 해고하고 팀장을 정직 6개월 중징계할 당시 인사위원이기도 했다. 김 사장이 총괄상무로 있던 2013년 말 돌발영상은 방송을 종료했고, 2018년 12월 시즌2로 부활해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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