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자들 "평화 염원하는 민간 노력 계속돼야"

[2024 세계기자대회] 캠프 그리브스·도라전망대 등 DMZ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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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골짜기에 납작 엎드린 콘크리트 벙커. 컴컴한 내부로 들어서자 발밑에 경고 표시가 붉게 빛난다. “이 선을 넘지 마시오.” 그저 글자일 뿐인데도 감히 선을 넘을 수 없는 위압감을 느낀다. 철책을 넘지 못하는 분단국가 주민들의 심정을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은 DMZ 남방한계선에서 2km 떨어진 ‘캠프 그리브스’의 설치미술이다.

버려진 탄약고를 설치미술 장소로 만든 캠프그리브스의 전시관. /한국기자협회

‘2024 세계기자대회’ 이튿날인 23일 참가자들은 캠프 그리브스와 도라산전망대 등 경기도 파주시 일대의 DMZ를 견학하고 취재했다. 캠프 그리브스는 2004년 주한미군이 후방으로 철수한 뒤 10년 동안 방치되다가 2013년 견학시설로 탈바꿈했다. 2022년에는 소유권이 국방부에서 경기도로 이전돼 경기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23일 경기도 파주시 캠프그리브스에서 '2024 세계기자대회' 참가자들이 안내인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여러 국가에서 온 기자들은 가장 큰 전시 공간인 ‘갤러리 그리브스’를 주의 깊게 둘러봤다. 미군이 부대 내 오락을 위해 볼링장으로 썼던 시설로, 우리에게는 친숙한 휴전선 형성 과정에 대한 자료가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프랑스 주간지 ‘르 포인트’의 제레미 앙드레 기자는 “이곳처럼 평화를 염원하는 민간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한 평화 정책 과정도 상세히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높았다.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집권하며 대북정책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캠프그리브스 내 '갤러리 그리브스'에서 안내인이 '2024 세계기자대회'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이날 아침 기자들은 전날 콘퍼런스가 열린 서울시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출발해 한강과 임진강변을 따라 자유로를 통해 북쪽으로 이동했다.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 정도 달렸을 뿐인데 파주시 탄현면 서측으로 헐벗고 적막한 북한의 임야가 강 넘어 가까이 보였다.

자유로는 임진강을 건너는 ‘통일대교’로 이어진다. 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몰고 간 이야기로 잘 알려진 통일대교는 DMZ보다 넓은 구역인 민간인 통제구역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통일대교 옆으로 서울에서 평양과 신의주를 잇는 철도인 경의선도 나란히 지난다.

세계기자대회에 참가한 기자들은 통일대교에서 검문을 거쳐 DMZ 내부에 있는 도라산전망대까지 이동했다. 도라산전망대는 국군이 관측소로 사용하다가 관광시설로 운영하는 곳이다. 판문점까지 직선거리로 불과 6km 떨어져 있다.

23일 경기도 파주시 DMZ 내 도라산전망대에서 '2024 세계기자대회' 참가자가 망원경으로 북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이날 맑은 날씨 덕에 전망대에서 개성이 내려다보였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남북 경제협력의 성과인 개성의 높은 건물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자 기자들은 흥분한 모습이었다. 국제 분쟁이 벌어지는 국가에서 온 기자들은 한국과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했다.

레바논에서 온 게나 할릭 기자는 “레바논도 분쟁 지역이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을 우리가 겪지는 않을까 두렵다”며 “한국인의 마음을 깊이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바논 국민은 한국을 익히 알고 있다”며 정치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레바논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인접한 국가로 1982년에는 이스라엘의 침공을 받았다.

도라산전망대에서 터키의 일디즈 야지치오글루 오즈멘 기자가 남한 방향으로 촬영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을 알리고 기자 사회의 국제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2024 세계기자대회’는 25일까지 경기도 수원과 용인 안산시에서 일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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