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장 "불공정 보도 사과"… 노조 "용산 향해 엎드려"

어제 사전 녹화 뒤 기습 송출
YTN노조 "국민 아닌 용산에 사과한 것, 치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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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 YTN 사장이 “YTN이 ‘묻지마식’ 불공정·편파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며 대국민 사과했다. ‘불공정·불균형 보도’ 사례로는 지난 대선 때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 ‘김만배 녹취록’ 보도와 2022년 지방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이른바 ‘생태탕’ 의혹 정부·여당에 불편했을 만한 보도를 꼽았다. 김 사장은 “다시는 이런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믿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김백 YTN 사장의 사과방송은 3일 오전 11시40분경부터 약 3분30초간 송출됐다.

YTN은 3일 오전 ‘사고(社告)’ 형태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전후한 편파·왜곡·불공정 보도”에 대한 김백 사장의 대국민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방송은 약 3분30초 분량으로, 전날 녹화됐다. 김 사장 양옆에 김원배 전무이사, 김종균 보도본부장, 이동우 경영본부장, 이상순 전략기획본부장, 이종수 디지털본부장 등이 배석했다.

지난 1일 취임사에서 김건희 여사 보도를 거론하며 “이것이 공영방송에서 민영방송으로 바뀐 이유”인지 자문해야 한다고 했던 김 사장은 이날 사과문에서도 김 여사 보도를 제일 먼저 언급하며 “(YTN이)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내용인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앞서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을 “스토킹 수준”이라 폄훼한 바 있다.

김백 사장이 사과문을 읽고 있다. 해당 영상은 전날(2일) 녹화됐다.

김 사장은 또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중에는 오세훈 후보의 이른바 ‘생태탕’ 의혹을 24시간 동안 십여 차례 보도하면서 경쟁자였던 박영선 후보의 도쿄 아파트 보유 사실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런 불공정‧불균형 보도가 선거 때만 되면 독버섯처럼 반복됐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 사흘 전, 인터넷 매체를 통해 흘러나온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조작 보도를 사실 확인도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해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면서 “공정하고 정확해야 할 언론의 펜 끝이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절대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YTN이 이런 ‘묻지마식’ 불공정‧편파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과에만 그치지 않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새로 출발하는 YTN을 지켜봐달라. 대한민국의 뉴스채널 YTN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YTN지부 “용산 향해 엎드려…30년 역사 치욕의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30년 YTN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대국민 사과라고 하지만, 실상은 ‘용산’을 향해 엎드린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백 사장을 비롯한 YTN 경영진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우 경영본부장, 김원배 전무이사, 김백 사장, 김종균 보도본부장,이상순 전략기획본부장, 이종수 디지털본부장.

YTN지부는 김백 사장이 “비겁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취임하자마자 ‘불공정 보도’를 대국민 사과한 것까진 박민 KBS 사장과 ‘판박이’인데,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앞에 나선 박민 사장과 달리 김 사장은 “강당에서 충복들만 뒤에 세우고 카메라 앞에서 몰래 녹화”한 뒤, “뉴스 PD를 거치지 않고 기습적으로 사과방송을 송출했다”는 것이다. YTN지부는 “국민 보라는 것이 아니라, 용산 보라고 한 짓”이라며 “앞으로 24시간 ‘땡윤방송’ 만들겠다는 낯뜨거운 충성맹세”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부는 “김백의 사과를 국민 앞에 사과한다”면서 “YTN 언론노동자들은 권력 앞에 고개 숙이지 않으며 무도하고 폭력적인 윤석열 정권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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