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기, 편집기자 '인력 부족·새 역할 찾기' 이중고

[각 신문사들 20년 가까이 인력 순감]
하루 신문 2개면 편집, 이젠 기본
일부 매체선 온라인 편집 등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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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신문사들이 지난 10여년 간 지면 편집기자를 상당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면제작 인력을 최소로 유지하는 전반 기조 가운데 편집기자에게 온라인편집, 기사작성 등을 맡기는 곳도 최근 몇 년 새 늘어난 분위기다. 그간 디지털 전환 청사진에서 배제된 편집기자의 역할, 자리를 두고 본격 고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10년 간 10명 이상 인원 줄기도

18일 본보가 9개 종합일간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0여년 간 편집부에서 지면제작을 담당하는 기자 수는 6~13명 줄었다. 20여년 전 30~40명대였던 규모가 10~20명대가 됐다. 발행 부수가 많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의 편집기자 수 감소는 상징적이다. 조선일보에선 2002년 편집부 소속 기자가 48명이었지만 2013년 절반인 24명, 올해 14명(2월 기준, 디자인팀 11명 별도)으로 줄었다. 동아일보의 경우 2005년 45명, 2013년 30명을 거쳐 올해 19명이었다. 양사는 각각 자회사인 씨앤에디트, 동아이앤디에 문화·스포츠·사회1면 또는 광고섹션·지역면 등 일부 지면을 맡기기 때문에 타사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대형사마저 편집인력을 줄여온 흐름은 드러난다.

편집부 인력부족, 업무과중은 만성적 문제가 됐다. 조선일보 노조는 2월29일자 노보에 “과거엔 2개면 편집이 주 5일 근무 중 하루, 이틀 정도 됐는데 요즘은 3일을 한다. 이렇게 지내면 번아웃이 와서 다음 한 주를 보낼 엄두가 안 난다”는 편집기자 발언, 금·토요일자 일부 지면을 담당하는 디자인파트에 미친 영향과 함께 콘텐츠 품질 하락 우려를 담았다. 동아일보 한 기자는 “몇 년 전엔 야근 없는 근무일엔 한 판만 짰는데 이젠 두 판이 기본이다. 인력이 없다고 했더니 일부 특화면을 편집부 관여 없이 취재기자가 제목을 달게 하고 있는데 회사 방침이 보이는 부분”이라며 “최근 2명이 나가고 2명이 충원됐지만 몇 년 간 순감이었다. 매년 2~3명이 줄줄이 정년퇴직 예정인데 자연사시키는 느낌이다. 지금도 허덕대는데 인력이 더 줄지만 않길 바란다”고 했다.

편집기자에게 새 역할 부여한 신문사들

상당 신문사는 편집기자를 온라인편집 등에 투입하고 있다. 지면제작엔 최소인력을 쓰고, 전통적 편집기자 역량을 다른 곳에 쓰는 방향이다. 지난 10여년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선 중앙일보에서 현재 편집부 소속으로 지면제작을 맡은 기자는 12명이다. 2015년 이후 편집기자가 온라인편집, 취재업무로 변모한 사례가 다수 나왔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편집기자 ‘롤’과 관련 “디지털편집으로 이동해 홈페이지나 포털, SNS 편집업무를 맡아 제목·큐레이션을 담당하고, 더중앙-더중플 홈페이지(유료 플랫폼) 개편 같은 UI-UX 개발 과정에서 기획-개발자와 협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과거 편집기자는 제목만 담당하고 나머지 레이아웃과 그래픽은 디자이너들이 주도한다. (편집기자가) 과거 1개면만 하던 작업을 지금은 2~3개면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편집부 소속 기자 22명(디자인 7명 별도) 중 5명이 기사작성과 지면편집을 병행하고 있다. 2020년 회사는 취재기자들이 유튜브 제작까지 나선 상황에서 편집기자들에게도 지면제작 이상을 요구하며 일부를 ‘비즈니스 앤 마켓’, ‘정책’, ‘문화’ 등 부서로 발령냈다. 온라인기사 작성, 개인코너 운영을 하며 지면을 짰고, 해당 부서에서 인사평가도 받았다. 편집기자 2명은 아예 취재기자가 되기도 했다. 반강제적이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기사를 쓰는 편집기자에게 월 25만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경제 한 편집기자는 “타사에선 외주를 맡기는 업무도 편집부 몫이고, 로그인 콘텐츠 편집까지 담당하며 불만은 있지만 디지털 흐름에 저항하긴 어렵고 젊은 기자들에게선 장기적으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큰 반발이 없었던 듯 싶다”며 “개인 브랜딩 차원으로 적극 나서 로그인 구독자를 많이 모은 사례도 나온다”고 했다. 이어 “일방적 추진으로 기형적 방식이 자리 잡았는데 타사가 벤치마킹할 사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편집기자 배제한 디지털 전환 개선해야

본보 조사결과 경제지에선 매일경제 26명(디자인팀 8명 별도), 서울경제 21명(디자인팀 6명 별도 등), 아시아경제 약 20명(미술팀 4명 별도) 등 규모가 확인됐다. 인력감소와 더불어 격무는 일상이고 “신문은 아무튼 나오는 것”으로 치부되며 존중받지 못한 채 사기저하를 겪는다는 분위기는 공통적이다. 언론사 디지털 전환에서 편집기자의 자리는 혁신, 성과평가, 대우 등 면에서 도외시 된 것도 사실이다. 중앙일보 한 편집기자는 “특성상 야근이 잦다. 일요일, 연휴 근무가 당연하지만 식대, 야근수당, 교통비 지원 등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내근이라 통신비도 지원받을 수 없다”며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가야 하고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사나 새 역할을 맡길 때 의견을 묻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했다.


미진한 회사 대응이 편집기자를 “디지털 전환을 방해하는 직군”으로 보는 시선까지 낳는 상황에서 최근 일부 언론의 행보는 참고할 만하다. 경향신문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편집·콘텐츠유통부문장 자리를 신설하며 온·오프라인 편집을 통합하고 유통을 강화했다. 기존 편집기자 6명이 참여한 디지털뉴스팀이 콘텐츠편집1팀으로 개편·통합돼 유통상 변화를 도모하고 2·3팀이 지면과 함께 온라인을 지원한다. 아시아경제는 직무 변화 등을 염두에 두고 2월부터 석간발행 오후 편집기자를 온라인편집에 투입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한 기자는 “편집 역할은 축소되지 않는다는 회사 원칙은 분명하다. 다만 재배치와 변화는 필요한데 이들 인력이 온라인에서 할 일은 많기 때문에 교류 폭을 넓히고 유통 메커니즘을 점진적으로 익히게 하는 것으로 읽힌다”며 “유도를 위해선 직제개편, 성과보상 설계 등이 필요하고 당사자들로선 그래도 우려할 수 있지만 그걸 좁혀가는 게 리더십이라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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