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사 여성 편집·보도국장 비율 20%...12개국 중 9번째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뉴스 미디어의 여성과 리더십' 보고서
조사대상 12개국 여성 뉴스 책임자 비율 평균 24%…미국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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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미디어업계 젠더 격차(gender breakdown)를 파악한다는 취지로 매년 수행한 조사에서 올해 한국 언론사의 여성 편집·보도국장 비율이 조사대상국 평균에 못 미치는 하위권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8일 공개한 ‘뉴스 미디어의 여성과 리더십(Women and leadership in the news media)’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2월 중순 기준 한국 언론사의 여성 편집·보도국장(top editor) 비율은 20%로 조사대상 12개 국가 중 9번째에 그쳤다. 미국(43%), 영국(40%), 핀란드(36%)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29%), 독일·홍콩·스페인(각 25%), 브라질(23%)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보다 여성 고위 에디터 비율이 낮은 국가는 케냐(13%), 멕시코(6%), 일본(0%) 등이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연례 '뉴스 미디어의 여성과 리더십' 보고서 갈무리. 한국 언론의 2024년 여성 편집·보도국장(top editor) 비율은 20%로 조사되며 평균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간해 온 보고서는 아시아와 유럽, 북·남미, 아프리카 등 5개 대륙 12개 국가 뉴스미디어를 대상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기준으로 이들 국가에서 가장 이용이 많았던 온라인 매체 10곳, 오프라인 매체 10곳씩 총 240개 매체 가운데 신원을 확인한 편집장, 뉴스책임자의 성별 등을 살핀 결과다.

전체 흐름을 보면, 240개 매체 고위 뉴스 책임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4%였다. 한국의 경우 지난 5년 새 여성 뉴스 책임자 비중이 2020년 11%, 2021년 15%, 2022년 13%, 2023년 14%, 2024년 20% 등으로 변하며 상승세였지만 여전히 조사대상국 평균에 미달했다. 지난해 말 국내 현실을 조명한 한국여성기자협회 조사에서도 같은 맥락의 결과가 나온 바 있다(관련기사: <언론사 여성 임원 첫 두자릿수...국실본부장 보직은 되레 줄기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연례 '뉴스 미디어의 여성과 리더십' 보고서 갈무리. 전체 언론인 중 여성 비율과 비교해 고위직 여성 언론인 비율은 대부분 국가에서 미달했다.

조사대상국 전체 언론인 중 여성 비율은 40%였고, 고위직 여성 언론인의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전체 여성 언론인 비율에 못 미쳤다. 일본의 여성 뉴스책임자 비율은 2020년 0%, 2021년 0%, 2022년 9%, 2023년 17% 등으로 지속 하위권이었고 최근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이번에 샘플에 포함된 브랜드 변경, 일부 여성 간부 교체 등으로 다시 0%가 됐다. 보고서는 적은 데이터로 인해 단정할 수 없다는 전제를 밝히면서도 “저널리즘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과 고위직에 있는 여성 비율을 비교하면 약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미국을 제외하면 12개 중 11개 국가에서 여성 언론인 비율보다 고위직 여성 언론인 비율이 더 낮았다”고 적시했다.

이 같은 수치가 국가별 젠더 평등 수준과 별 관계가 없다는 분석도 포함됐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사회 전반의 젠더 불평등을 살핀 ‘유엔 성 불평등 지수(UN GII)’와 여성 뉴스 책임자 비율의 관계를 살폈는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했다. 이들은 “저널리즘과 뉴스 미디어에 고유한 역학관계가 작용하고 있고, 사회 전반의 젠더 불평등으로 축소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연례 '뉴스 미디어의 여성과 리더십' 보고서 갈무리. 언론사 내부의 젠더 불평등은 국가 차원의 젠더 불평등과 상관 없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 5년간 데이터를 수집한 10개 국가를 살펴보면, 고위 에디터 중 여성 비율은 2020년 23%에서 2024년 25%로 변화했다. 제한된 기간과 제한된 수의 브랜드를 다루고 있지만 4년간 2%p의 변화를 단순 선형적으로 예측하면 2074년에야 편집장 직책에서 성 평등이 이루어진다”면서 “현재의 변화 속도로는 뉴스 미디어의 최고 편집자 직위에서 성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많은 중요 단체와 개인이 이러한 문제에 업계가 계속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다양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재의 주기적인 관심이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많은 대중이 저널리즘의 다양성 부족을 잘 알고 있으며, 이것이 이미 낮은 신뢰도에 기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 전문은 링크(관련기사: <Women and leadership in the news media 2024: Evidence from 12 markets>)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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