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원·김원장·박종훈…KBS 기자들은 왜 회사를 떠났나

KBS, 특별명예퇴직 등 87명 면직 인사발령
기자 직군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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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회사가 가장 암울한 상황이지 않나. 구성원 전반의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퇴직했지만, 그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퇴직 신청 고민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이 상태가 3년은 간다는 건데, 그 3년을 버티며 여기 있는 게 나은 건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3년의 기회를 갖는 게 좋은 건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고민한 것 같다. 그 결과가 이렇게 나온 거다. 퇴직한 기자들 중엔 KBS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던 분들이 포함돼 있어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한 KBS 기자는 회사를 떠나는 14명의 기자 동료들을 보며 이 같이 말했다. KBS 구성원 87명이 회사를 떠났다. KBS는 29일자로 특별명예퇴직 신청자 73명과 희망퇴직 신청자 14명 등 87명을 면직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퇴직자 중 기자·PD 등 방송 직군은 52명, 이 가운데 기자는 14명이다.

지난 2021년~2022년 통합뉴스룸국장을 맡았던 임장원 기자, 방콕특파원을 지낸 김원장 기자, ‘박종훈의 경제한방’ 진행자였던 박종훈 기자, 2018년 KBS기자협회장을 맡았던 공아영 기자 등이 포함됐다. ‘뉴스9’ 앵커를 역임한 정세진, 김윤지 아나운서도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퇴직 사유는 제각각 다르지만, 이들이 20여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 배경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급속도로 나빠진 KBS 내부 상황과 무관치 않다. 기자 연명 성명 등 내부 반발이 나온 KBS 통합뉴스룸·시사제작국 사안만 살펴봐도 ‘뉴스·시사 프로그램 앵커 일방 교체 및 프로그램 폐지’, ‘자사 보도를 “불공정 편파 보도”로 지목한 앵커리포트 제작 논란’ ‘통합뉴스룸 국장 임명동의제 무력화’ 등이 있다.

퇴직한 A 기자는 “현재 회사의 어려움을 초래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갑론을박이지만, 지난 체제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조직, 더 나은 미래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못한 데 대한 일말의 책임감, 부채의식 같은 게 있어 떠나는 게 맞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경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이번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한 건데 거기에 부응해 주는 게 조직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라는 판단”이라고 퇴직 이유를 밝혔다.

박 사장 취임 이후 일련의 내부 논란에 대해선 “공정과 상식으로 계단을 밟듯 구성원들이 쌓아올린 제도들을 엘리베이터 타고 수직 하강했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며 “조직 내부가 무기력함으로 팽배해 있는데 선배로서 어려운 때에 무거운 짐만 남겨놓고 떠나게 돼 참 면목이 없다”고 했다.

퇴직한 B 기자는 “전 정부 때 주요 보직을 맡았던 사람들은 이제 회사에서 힘 있게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정파적 문제가 저의 중요한 퇴직 배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언론인으로서 공영방송 일원으로 제가 해오던 일을 더 이상 KBS에서 할 수 없겠다는 한계 상황이 온 것 같아 나갔다”고 말했다.

앞서 KBS는 지난 15일 20년 이상 근속자 1874명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과 1년 이상 근속자 대상 희망퇴직 신청자 접수를 받았다. 당시 KBS는 해당 공고에서 “계속되는 적자와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해 공사는 유례없는 재정 및 경영위기에 봉착했다”며 특별명예퇴직·희망퇴직 실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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