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출연기관 지정 해제를 앞두고 TBS 민영화를 추진해 온 대표이사가 사직하고, 구성원들은 민영화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TBS가 큰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의원은 “지금 TBS는 아비규환”이라고 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7일 민영화 전환을 선언한 TBS는 지난 15일 민간 투자처 발굴 용역 입찰공고를 내며 TBS 민영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오는 6월1일부로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지정 해제되어 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공고를 낸 지 닷새 만에 정태익 대표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경영지원본부장도 사퇴했다. 민영화 전환 작업이 일대 혼란에 빠진 가운데, TBS 구성원들은 민영화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T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22일 공동 성명을 내고 “구성원들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던 정태익 대표의 ‘TBS 민영화’를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두 노조는 성명에서 “TBS의 생존 방법이 오로지 민영화인 것처럼 말하던 대표는 왜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는 것인가. 이것은 TBS 민영화 작업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14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폐국만은 막아달라”며 직원과 가족 397명의 탄원서를 전달하고, 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이 시작된 지난 21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기도 했다. 이정환 TBS노조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부디 100일이 지난 6월1일에도 우리 삶의 터전이며 일터인 TBS가 서울시 공영방송으로 존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22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TBS 관련 박유진 시의원의 질문을 받고 “저도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TBS에 그동안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인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직원들) 생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배려해 오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TBS 양대 노조는 “작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오세훈 시장의 답변에 희망을 걸고 다시 한번 힘을 낼 TBS 구성원들에게 생계의 터전이 사라지는 절망을 안겨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TBS 구성원들은 시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지역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쇄신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부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도 T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다시 제자리에 설 수 있도록 TBS 위기 해결에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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