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조합원 4명 중 1명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경험"

언론노조, 전 조합원 상대 성평등 조직문화 실태조사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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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성평등 조직’을 만들기 위한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지난 19일 공개했다. 언론노조는 민주노총 법률원 부설 노동자권리연구소에 의뢰, 지난해 7~9월 조합원 1만5701명(2023년 기준)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언론노조가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성평등 조직문화 실태를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설문에는 언론노조 조합원 2974명이 응답했으며, 끝까지 응답하지 않은 경우와 중복응답을 제외한 최종 분석 대상은 2097명(13.4%)이다. 조사 항목은 크게 세 가지로 △성평등 조직문화 인식과 실태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성차별 경험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과제 등이었다.

언론노조가 전 조합원 상대 성평등 조직문화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지난 19일 보고서 형태로 공개했다.

업무상 성차별? 여성은 10명 중 3명, 남성은 1명꼴로 동의

먼저 업무 수행에서의 성별 차이 인식은 남녀간 차이가 컸다. 이를테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야근이나 장거리 출장을 꺼린다”는 문항에 동의하는 남성 응답자는 34.6%이고 여성 응답자는 15%로 남성이 더 많이 동의했지만, “사무실 정리나 행사 다과 준비는 대부분 여성이 한다”는 문항에는 여성 응답자 38.4%, 남성 응답자 9.7%로 여성이 더 많이 동의했다.

“주변적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은 주로 여성에게 배분되는 경향이 있다”, “여성 등은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중요 사업에서 배제된다” 등 업무상 민감한 차별에 관한 문항에서도 여성 응답자는 10명 중 3명꼴로 동의하는 한편 남성 응답자는 10명 중 1명꼴로 동의하는 등 성별 간 ‘차이’가 발견됐다.

직장 내 성차별 상황 인식도 비슷했다. “일터에서 여성에 대한 비하·외모평가·성적 대상화 발언이 오고 간다”는 ‘그렇다’ 응답 비율이 16.6%로 나타났는데, 여성(29.9%)과 남성(7.7%) 간 ‘그렇다’ 응답률 차이가 약 22.2%p로 컸다. 지역신문 및 지역방송은 다른 분야에 비해 성차별 상황에 대한 동의(‘그렇다’)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특이점이다.

육아휴직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도 많았다. 현재 직장에서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은 응답자 10명 중 8명가량(79.2%)이 ‘사용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간지·전문지·인터넷(90.6%)의 경우 다른 집단에 비해 ‘사용하기 어렵다’는 응답 비율(90.6%)이 높았다. 그 이유는 1,2순위 합산 기준 ‘대체 인력 없어서(68%)’, ‘회사 분위기상 사용하기 어려워서(66.7%)’ 등의 순이었다. 특히 기자는 ‘회사 분위기상 사용하기 어려워서(76.7%)’ 비율이 높았으며, 지역신문은 ‘대체인력 없어서(80.6%)’가 가장 높았다.

10명 중 2명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당한 적 있다”

응답자 10명 중 2명(18.2%)은 지난 3년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여성(27.5%)과 서울 신문통신(25.8%)은 다른 집단에 비해 경험률이 비교적 높았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경험률이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이들이 경험한 직장 내 괴롭힘은 ‘비합리적 절차나 방식으로 작업할 것 요구받음(73.1%)’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설명 없이 마감 임박한 새로운 업무 받음(63.7%)’, ‘업무 실수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적 발언·고성이나 욕설 등(61.1%)’, 그리고 ‘회사 실적 위해 본래 업무 아닌 업무나 활동 강요(50.1%)’와 ‘정확한 설명 없이 결과물에 대한 반복적 수정 요구(49.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신문(71.7%)은 ‘업무 실수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적 발언·고성이나 욕설 등’ 비율이 다른 집단에 비해 높았다.

성희롱·성폭력 경험은 ‘성적 비하, 외모 평가. 성적 대상화 등(50.8%)’과 ‘신체를 접촉하여 성적 불쾌감 주는 행위(26.2%)’ 비율이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는 ‘회사 사무실 등 공개된 장소(57.3%)’, ‘회사 내 회의실 등 비공개된 공간(32.8%)’, ‘회사 공식행사 및 부서 회식(31.2%)’ 등 ‘공적 업무 공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남성은 ‘회사 사무실(63.7%)’, ‘회의실(37.7%)’, ‘외근이나 출장(14.4%)’ 비율이 여성에 비해 높았고, 여성은 ‘업무 시간 외 개인적 만남, 비공식 술자리, 2차(29.5%)’ 비율이 남성보다 컸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성추행을 경험하고도 고충을 호소했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3명이 채 되지 못했다(27.7%). 신고나 고충을 호소하지 않은 이유는 ‘회사 내 동료들 간 관계·직장 분위기 불편해질 것 같아서(36.2%)’,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아서(27.2%)’, ‘회사에서 일하는 데 불이익받을 것 같아서(22.8%)’ 등으로 나타났다. 지역신문의 경우, 다른 집단에 비해 ‘가해자로부터 보복당할 것 같아서(13.6%)’ 비율이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을 목격했거나 직접 경험한 응답자들은 해당없음(51.1%)을 제외하고 ‘업무관계 상 불편함과 스트레스(33.7%)’, ‘직장 내 전반적 인간관계 변화(17.5%)’, ‘업무 집중 하락 및 번아웃 증상(11.8%)’, ‘퇴사 고민(7.7%)’ 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문화 및 운영 개선을 위해 회사에 필요한 움직임으론 (1순위 응답 기준) ‘회사의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평등한 조직문화·조직운영 개선기구 구성(25.4%)’, ‘성폭력·괴롭힘 사건 신고 및 처리절차에 대한 회사 규정 정비(21.1%)’, ‘성차별·괴롭힘 예방과 조직문화 개선 위한 정기적 점검(17.9%)’, ‘성폭력·괴롭힘 사건 경험 시 대응 방안 가이드라인 마련(12.9%)’ 등이 꼽혔다.

언론노조 “실태조사 토대로 성평등 단협안 마련”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사건에 대해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과 동시에 조직개선을 위한 노사공동의 정기적인 점검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노동조합의 향후 과제의 방향성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성희롱·괴롭힘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일상사업화 △상담-사건발생 시 조사–사후조치–재발방지–교육–정기점검으로 이어지는 통합적이고 연계적인 사업 구축 △해당 사업장의 상황과 조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사업의 내용과 범위 확장 등이다.

언론노조 김수진 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실태조사는 성희롱·괴롭힘 대응사업을 체계화하는 데서 나아가 ‘성평등하고 민주적인 노동환경’ 마련이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언론노조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장별 성평등 단협안 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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