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소리 '김건희 7시간 통화녹음' 2심도 "1000만원 배상"

1심 "'녹음 안 한다' 약속하고 녹음해 음성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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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7시간이 넘는 김건희 여사와의 통화 녹음본 중 일부를 공개한 서울의소리가 2심에서도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의소리 측은 대법원에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1부(부장판사 김연화)는 지난해 김건희 여사가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와 이명수 기자에게 1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들이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인용했다.

지난해 1월 서울의소리는 이명수 기자가 김 여사와 나눈 전화 대화 녹음파일을 MBC에 제공해 <스트레이트>에서 20분 분량 방송이 나온 다음 날부터 보도되지 않은 추가 음성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통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예비후보 때이던 2021년 7월부터 5개월 동안 48차례에 걸쳐 이뤄져 7시간 50분가량이 녹음됐다.

서울의소리가 2022년 1월 1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 일부. /서울의소리 보도 화면

애초 김 여사 측이 손해배상을 주장한 주요 이유는 서울의소리가 방송금지가처분이 결정된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이었다. 서울의소리가 유튜브에 올린 음성에는 김건희 여사가 “편향된 일부 언론사들을 가만 안 둘 것”이라거나 “내가 웬만한 무속인보다 낫다. 점을 좀 볼 줄 안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내용은 MBC에 방송금지가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1심 법원은 해당 가처분이 MBC에 내려진 것일 뿐, 서울의소리가 이런 결정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측은 서울의소리에도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MBC와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돼 결과도 달랐다. MBC에 대한 가처분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방법원과 달리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앞서 나온 발언이 김 여사의 “평소 언론관, 정치관, 권력관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로서 모두 국민의 공적 관심사이자 검증 대상”이라고 판단해 보도를 허용했다. 1심 재판부도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

위법성이 인정된 건 보도 결과물이 아니라 취재 과정이었다. 1심은 이명수 기자가 첫 통화 때 소속과 신분을 밝히긴 했지만 김 여사가 취재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후 이뤄진 통화에서도 여러 차례 '녹음한다면 통화할 수 없다'거나 '대화를 비밀로 해 달라'고 하자 이 기자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지적했다.

1심은 결국 보도의 공익성은 인정하지만 이명수 기자가 취재 중이 아니라 밝히고 보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녹음한 행위는 음성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녹음 사실을 소극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비밀로 하겠다고 하거나 녹음하지 않는다고 한 점에 비춰 설령 취재 활동이라 하더라도 그 수단이 상당성을 벗어났다”며 “사적인 친분을 쌓은 후 이를 이용”한 점도 상당성을 잃은 근거라고 판시했다. 결과가 수단까지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의소리 측은 보도는 위법하지 않다면서 이에 앞선 취재 녹음이 문제라는 판결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의소리 측 양태정 변호사는 “녹음이 전제되지 않고 방송할 수 없는데 이를 분리했다”며 “가처분 결정을 한 법원이 방송을 허락했다는 것은 녹음에 대해서도 불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서울의소리와 상의해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이명수 기자가 녹음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과연 적극적으로 (김 여사를) 속였다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대화 주제 자체가 정치적인 의견을 묻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와 공인이 사생활이 아닌 대화를 하는데 정말 녹음되지 않고 있다고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또 “그런 이유에서 그 대화 내용을 비밀로 해 달라고 해서 정말 지켜줘야 할 보호 가치가 있는지, 김 여사가 음성권이 침해될 정도의 일반인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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